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1970년대 미국에 있었다.
1974년, 플로리다에 사는 알렉스 슈타인이라는 백수가 있었다.
이 사람은 3년 전에 여자친구에게 애슐리라는 이름의 개를 선물로 받았다. 품종은 휘핏. 활동적인 개였다.
슈타인은 따뜻한 플로리다의 해변에서 매일같이 애슐리와 같이 프리스비 던지기 놀이를 했다. 그런데 몇년간 프리스비를 던지고 물어오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애슐리가 너무너무 잘 뛰게 된 것이다.
그냥 잘 뛰는 수준이 아니었다. 완전 날라다니는 수준으로 펄쩍펄쩍 뛰면서 프리스비를 공중에서 낚아챘다.
이게 기똥찬 재주라고 생각한 슈타인은 동네에서 애슐리를 데리고 다니며 프리스비를 던지고 받는 것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팁을 줬고 두 콤비는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
그런데 슈타인은 점점 동네에서만 이 쇼를 하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캘리포니아의 방송사에 찾아가서 우리 개가 대단하다고 어필을 해봤다. 하지만 당시에는 프리스비를 물어오는 개 같은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슈타인은 절망했다.
그러다가 슈타인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당시에도 종종 야구 경기장에 동물이 난입해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만약 그 장면에 자기 개가 나온다면?
1974년 8월 5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는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경기장에 동물은 출입 금지였기 때문에 애슐리는 입구컷 당했으나 경비원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슬쩍 안으로 들어와 슈타인 발 아래에 앉았다.
9회가 시작하기 전, 슈타인은 펜스 앞으로 달려와 디스크를 경기장 안으로 던졌다. 애슐리는 2.7미터짜리 펜스를 시속 56km속도로 훌쩍 뛰어 넘어 5만명의 관중과 수백만 명이 TV로 보는 앞에서 프리스비 디스크를 낚아챘다.
경비원들은 엄청나게 빨리 뛰어다니는 애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고 경기는 8분간 멈췄다. 스타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슈타인이 경기방해로 벌금을 내긴 했으나 두 콤비는 유명해졌다.
애슐리는 수많은 공연과 TV쇼에 출연했으며, 백악관에서 지미 카터의 가족 앞에서 프리스비를 보여주기도 했고, 슈퍼볼 프리타임 쇼에 나오기도 했다.
또 애슐리의 경기장 난입 이후로 도그 프리스비의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져 1975년에 프리스비 월드 챔피언십에 도그 프리스비 분야가 새로 생겼다(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전까지 프리스비는 사람용 스포츠였다).
애슐리는 이 대회에서 3년간 우승했으며, 나중에 아예 개 프리스비 부문의 이름이 애슐리 휘핏 초대전으로 바뀌었다.
애슐리는 이렇게 유명세를 누리다가 1985년 노환으로 숨을 거두었다.
아쉽게도 60마리나 되는 새끼가 있었지만 그 중 애슐리만큼의 재능을 가진 개는 없었다고 한다.
재능이라는 거 꼭 유전되는 것도 아니구나
역설적으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인과의 사랑으로 이루어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
유명해지고 싶다면 일단 난입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