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저희 시아버님은 제가 당신 딸이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아버님이 아들만 둘을 두시고 딸이 없으신지라 딸이 뭔지 모르시는 것 같아서 저는 진짜 딸처럼 해봤어요.
아버님 40년 경력의 헤비 스모커신데 피우러 가실때 마다 담배 끊으시라고 잔소리하고 담배 심부름 보내시면 이만원 받아들고 나가서 담배 한 갑 사고 나머지는 다 과자랑 아이스크림 사와서 먹고..
두 분 퇴직하시기 전에 퇴근하시고 어머님 혼자 부엌에서 밥 하시는데 아버님 소파에서 티비 보시면 아버님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평생 이러고 사신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시면 나중에 버림 받으실거라고도 하고..
기분따라 괜히 음식 트집을 잡으시곤 했는데 맛 없으면 드시지 말라고 하고 제 앞으로 끌어다 놓고 제가 다 먹어버리고.. 한 번은 이걸 사람 먹으라고 했냐 갖다 버려라 까지 나오길래 그릇째 들어다가 싱크대에 부어버린 적도 있어요.
신혼때 고기집에서 고기를 먹는데 당신 다 드셨다고 이제 그만 시키라고 하시길래 “엄마 안드셨잖아요. 엄마!!” 이러면서 메뉴판 펼쳐서 어머님 드리고 이제 다 드셨으면 고기 좀 구워보시라고 아버님께 가위랑 집게 쥐어드리기도 했고요ㅎㅎ
한 번은 또 당신 언짢다고 괜히 애(당시 16개월
아기) 한테 버럭하시길래 제가 그러지 마시라고 했더니 아버님이 저한테 소리 지르셔서 저한테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시라고 제가 이러면 좋으시냐고 같이 소리 지르면서 싸워도 보고.. (어머님 얼음..ㅋㅋㅋ)
뭐 그치만 저는 딸이니까 체하시면 등도 두드려 드리고 손도 주물러 드리고요. 가끔 제 기분 내킬때는 안마도 해드리기도 했고요. (이제 안마의자한테 밀렸지만..) 역시 마음 내키면 발마사지도 해드리고 손발톱도 깎아 드리기도 하고 그랬네요. 아주 가끔이지만.
가끔은 그 좋아하시는 담배 잔소리와 함께 보루로 사다 안기기도 하고요. 전자담배와 니코틴 패치로 금연 시도 하셨지만 대차게 실패하셔서 한동안 아버님 엄청 놀렸거든요 제가. “맘만 먹으면 끊으신다면서요?” 막 이러면서ㅋㅋ 다행히 건강 문제는 없으세요.
휴일엔 남편이랑 같이 아버님 좋아하시는 회 떠서 놀러 가기도 하고요. 밤중에 지나가다 케익이나 아이스크림 사들고 가서 같이 티비 보면서 먹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야구를 이야기하면서 같이 봐드리죠. 가요무대도 가수들 얘기하면서 같이 봐드렸고요.
저희보다 훨씬 돈 많으신거 잘 알지만 그래도 친구 분들 만나시러 고향 내려가실때는 용돈 봉투 꼭꼭 찔러드리고요. 아버님 생신은 외식해도 어머님 생신은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드리고요. (상남자는 누가 나 대신 내 여자 챙겨주는걸 제일 좋아하는 법이죠)
그 결과 오늘도 3살 8살 둘 데리고 가서 풀어 놓고 어머님이 큰 녀석, 아버님이 작은 녀석 전담해서 돌보시는 동안 아버님 전용 뜨끈한 돌침대에서 푹 지지면서 한 숨 자고 왔습니다. 요 며칠 감기로 고생했는데 좀 살 것 같네요. 같은 동네 살거든요. 시부모님이랑.
저희 아버님은 딸기와 체리를 좋아하시고 꽃 가꾸는걸 좋아하시고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 상남자랍니다. (핑크색 셔츠는 제가 처음으로 사다 드렸어요. 우겨서 입혔는데 너무 잘 받아서 맨날 입으심 낡을때까지 입으심 ㅎㅎ)
아버님은 그냥 홍시보단 대봉시를 좋아하세요. 대게보다 킹크랩을 좋아하시고요. 팥죽도 참 좋아하시죠. 아이스크림도 팥아이스바 좋아하세요. 고기대장에 애들처럼 햄 소시지도 엄청 좋아하시는데 어머님이 몸에 해롭다고 안해주셔서 제가 가끔 부대찌개 끓여드려요ㅋ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님은 제 아들들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세요. 저도 좋아하시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우리 애들 예뻐하시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지간한 딸보다 더 버릇없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며느리니까요ㅋ
우리 아버님 제발 담배 좀 적당히 피우시고 오래오래 우리 애들 예뻐해주시면 좋겠네요. 담배는 엄청 피우시지만 술은 안드시고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챙겨 받으시고 운동 열심히 하시니까 괜찮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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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들이 완전 귀엽고 재밌어요ㅋㅋㅋㅋ 뭔가 거침없이 하이킥 생각도 나고ㅎㅎ
지금처럼 앞으로도 늘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사랑사랑)
이정도면 진짜 딸이라고 혼동하실듯 ㅋㅋㅋ
쿨하신 분들이네요 ㅋㅋㅋ
보기 좋네요.ㅎㅎ
마음 따뜻해지는 글이에요..
항상 행복하세요 ♥
여기에서 츤내가 난다. 츤츤
시부모님도 쿨하고 좋은 분들 같네요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아들 사라져도 아무런 느낌없겠다.
제 글이랑 넘 비교...ㅋㅋㅋㅋㅋㅋ 딸같이 정말 진심으로 대할수있는 글쓴님도 부럽고 딸같은 며느리랑 별 탈 없이 지내주시는 시아버지도 부럽고 넘 보기 좋으네용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시길 :-)
대단하시다 ㄷㄷ
이러다 태몽 뭐 꾸셨냐고도 여쭤보실듯 ㅋㅋㅋㅋㅋ
그런데 또 진짜 "복숭아 이만한게 품에 안기더니 돌침대에서 지지더라"고 하실듯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