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기획의도는 너나여러분에 지나가는 행인들도 다 알 겁니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유니버스가 잘 나가니 외전을 내보자. 검은 사제들에서 성별 바꿔서!
안이하다면 안이하고, 안정적이라면 안정적인 전략이죠. 실제로 이 작품은 여러 논란과 호불호에도 결국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으니까요.
그렇다면 [검은 수녀들]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1.
앞서 말한대로, 이 작품은 [검은 사제들]의 성별 전환 스핀오프입니다. 그렇다면 외전을 만들 때 창작자들 가장 기본적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부분이 있죠.
'어떻게 하면 원작을 침해하지 않으며, 원작의 강점은 유지하되 차별점을 줄 수 있을까?'
성별의 전환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빼자면, [검은 수녀들]이 택한 차별점은 꽤나 독특합니다.
종교의 크로스오버, 엑소시스트 수녀와 귀신 쫓는 무당의 합작이죠.
장재현 감독님의 작품들, 소위 말하는 오컬트 유니버스의 특징 중 하나는 타 종교의 퇴마 전문가들이 서로에 반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공사장에서 맞담배 피는 아저씨들처럼요.
덕분에 파묘의 흥행 이후엔 검은 사제들/사바하/파묘의 오컬트 어벤져스~ 농담이 나오기도 했죠.
그런 측면에선, 두 종교인의 합동작전으로 악령을 물리친다는 소재 자체는 괜찮게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이점 말고는... 엄청나게 달라진 점은 없군요.
'어디서 수녀가 쯔쯔' 하는 여성서사가 들어가긴 하는데, 이건 거창하게 비중이 높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중반후반 가면 송혜교씨 하고 싶은대로 해... 하고 다들 치워주거든요.
'과학적으로 퇴마 따윈 미신입니다!' 하는 신부님도 나오긴 하는데요, 그분도 뭐 대단한 분량까진 아니었고요. 사람은 좋았지만.
결국 간단히 말하면, 검은 사제들의 외전 격으로는 그냥 무던한 정도의 변주를 주었다~ 의 느낌이네요.
퇴마물이라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정형화된 클리셰를 따르다 보니, 모 극장 애니메이션처럼 신부님 퇴마 펀치! 성령 빔!!! 하는거 아님 대부분이 그렇게 가니까요.
2.
그러면 이즘되면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서 영화가 좋은거야 나쁜거야? 왜 그렇게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 건데?
그런 여러분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건, 전 이 영화를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았다는 겁니다.
우선 위에서 말한 수녀 무당 합동기 쪽을 좋은 시도로 평가한 것도 있군요.
물론 안정적인 선택지이긴 하지만, 원래 두 이질적인 대상을 섞는 것은 새로운 감상이 나오니까요.
다른 강점에선 영상미 부분을 손꼽고 싶습니다. 사실 전 [검은 수녀들]은 원작 격인 [검은 사제들]만큼, 어쩌면 더 훌륭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느꼈거든요. 극장 안에선 제법 만족스러웠어요.
조연들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귀신에게 친구를 잃어 폭식증에 걸린 미카엘라 수녀. 과학의 힘을 외치는 의사지만 어쨌든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같던 바오로 신부, 말더듬이 초보 박수 애동 등등.
...
하지만 단점도 말해야겠죠.
...이것저것 말하면 길어지지만, 전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그냥 뽕이 안 찹니다.
재미의 뽕이 저 고점에서 터지는게 아니라 그냥저냥 저속주행하다 끝나요.
이 문제는 어디 하나를 골라서 지적하기 어렵습니다. [검은 수녀들]의 전반적인 완성도 자체에서 지적되는 문제거든요.
우선 심심하면 욕지거리에 담배 맛깔나게 하시는 송혜교 수녀님의 경우, 불행히도 '상여자스럽고 간지남'이 아니라 '입 간수 못하고 똥폼잡는' 쪽의 캐릭터로 보이는 것도 크죠.
각본과 대본의 문제입니다. 강력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 하다 소위 말하는 뇌절을 친 거에요.
다들 지적하는 성수를 물고문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아이덴티티 겸 걸크러시로 만들려 한 것 같지만 무안단물로 써먹으니 긴장감이 팍 죽어버려요.
악령 쪽도 문제가 제법 심각한데요. 이 가미긴이란 분의 문제는 말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말도 많으신데 입도 참 걸레무셨어요.
덕분에 이 영화에서 악령이 가장 포스나는건 부마자 희준(문우진 배우님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이 연기력을 뿜어낼 때 정도고, 니년 자궁 어쩌고 저쩌꼬 대사를 치기 시작하면 금새 그 간지가 사그라듭니다.
심지어 말은 많은데 행동은 또 착하셔. 난 예고편에서 쥐떼들이 막 쏟아지는걸 보고, '아하! 퇴마 의식을 벌이는 수녀들 위에 폭포처럼 쥐떼들이 덮치는거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 쥐들 그냥 착하게 도로변만 돌아다니더라고.
다만, 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저 단점들이 영화를 심각하게 망가뜨린 그런 부류라곤 생각하진 않습니다.
세상 대부분 영화들이 장점 있으면 단점 있는 법인데, 제 생각엔 [검은 수녀들]의 총점은 그저... 평범했거든요.
적당히 안이하고, 적당히 변주하고, 적당히 무리수를 두고, 적당히 영상미가 좋은 그런 평범한 범작이었습니다.
3.
그렇다면 한 가지 얘기를 더 해 봅시다. 사람들이 그렇게 저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를 하게 만들고(유게 쪽에선 거의 비판이었지만요), 논란이 된 계기를 말입니다.
과연 현실 반영과 고증은 영화에 어느 정도에 도움이 될까요?
제작진이 '관련 지식을 얼마나 알고 반영하느냐'는 작품의 완성도에 필수적일까요?
...사실, 개인적으론 저 '현실반영과 고증' 논란에선 언제나 제작자의 편을 들곤 했습니다. 어지간히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은 고증 씹어도 알 바 아니라는 쪽이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그 생각을 조금 바꾼 것 같군요.
현실 반영, 사실성, 고증은 본질적으로 영화의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론 그렇죠.
하지만 특정 장르와 특정 세계관의 경우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는 '이 감독은 뼛속까지 오컬트 덕후구나'의 측면이 절절이 묻어나왔습니다.
물론 너나우리와 대부분 사람들은, 현실 반영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합니다. 거야 그게 가능하면 우린 그 분야의 전문가일테니까요.
다만, 여러 사례에서 관객들은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합니다. '이 영화는 관심과 지식이, 어쩌면 애정이 담겨 있다' 라는 점을요.
현실의 설정, 사례, 지식을 반영한다는 건 그만큼 제작자가 공부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투자나 지식은 영화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기 마련이죠.
영화적 서사를 위해 현실 반영을 일부 포기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하지만 모르고 신경쓰지 않은 것과, 잘 알지만 완성도를 위해 다른 부분에 녹여낸 것은 엄연히 차이가 납니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들이 그랬습니다. [사바하]에서 나온 불교, 밀교 관련 지식을 제대로 이해한 관객은 드물었지만, 그 관객 중 저같은 몇명의 사람들은 그 덕후스러움에 감탄하고 그 영화를 좋아했죠.
결국 영화에서 고증의 대부분은, 역사적 중요 사건이나 실제 인물들의 모욕이 아닌 대부분 경우의 고증은, 일종의 지적 허영입니다.
지적 허영은 지식으로 꾸미는 것이죠. 조금 더 있어보이게, 조금 더 아는 척 하기. 하지만 그게 왜 나쁩니까?
물론 현실 반영이나 고증이 영화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 포장지가 과자의 맛을 정하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 있어 보이는 포장지의 제품을 사람들이 고를 때도 있죠.
결국, [검은 수녀들]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해당 세계관의 전작들이 보여준 '있어 보이게 꾸미기'를 실패한 점에 있습니다.
그 결과 삑살난 사이다 수녀와 랭귀지 악령의 구마 의식은 전혀 뽕이 살지 않았고, 무당 수녀 크로스오버라는 야심찬 기획은 충분히 고점을 뽑지 못했죠.
....역설적인 점은, 위에서 말한 그 '있어보이게 하기'가 제가 이 영화의 결말을 좋아하는 이유란 거죠.
예. 다들 아시는 '악마가 송혜교 자궁에 들어가서 임신해서, 송혜교가 희생해서 불타죽는데!' 씬이오.
전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오컬트의 풍미가 가장 진하게 묻어나온 장면으로 여겼거든요.
수태고지를 뒤튼, 여인이 악마를 잉태하고 낳는다는 전개는 [악마의 씨], [오멘] 등에서 이미 자주 다룬 주제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물로 악마를 내쫓으려 계속 시도했습니다.
부마자 소년은 목숨을 끊으려 바다에 몸을 던졌고, 송혜교는 계속 성수를 가져와 들이부었으며, 무당과 협심해 바다에서 악마를 끌어내려 했죠.
하지만 그 모든 시도가 실패한 끝에, 그들은 촛불이 비추는 주홍빛 배경 속에서 악마의 진명을 알아냈으며
정화를 의미하는 화염이 악마와 수녀를 태우며 구마는 결국 성공합니다.
그래도 저 씬이 문제가 있지 않냐 한다면... 그건 아마 오컬트 덕력 딱히 안 보이던 영화가, 갑자기 급발진해서 '찐'을 보여줘서 영화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전 그 찐에 '와 이거 괜찮네?' 라고 반응한 쪽이지만요.
4.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과 장재현 감독 작품에서 파생된 일반적이고 평범한 외전작입니다.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잘 풀리진 않았죠.
이 '평범한 외전작'이란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수작들에 꼽사리끼는 안이한 돈벌이 기획'으로 볼 수도 있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프렌차이즈 전개'로 볼 수도 있죠.
결국 제 감상은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더군요. 여러 평론가들의 점수대와 비슷하게 말입니다.
온갖 미사여구가 다 따라붙어도 본편 내용 단 몇마디로 정리됨
대체 뭘 했다고 내 이름을 묻냐고
구마의식이 물고문이 됐는데 이게 퇴마영화냐고
음… 좋은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농담이고
오컬트나 호러 좋아하는데 한번 봐볼까 싶네
그럼 안보는게 좋아
다들 이해하면 되는것 : ott에서 시간 나면 한번 쯤 허비 해도 되긋다.
검은 사제들의 구마의식은 연출도 좋았지만
악에 씌인 무고한 아이가 신부님 제가 꽉 잡고 있을게요 하고 희생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신부가 네가 다했다고 흐느끼는 장면이 좋다고 생각해.
악에 시달리는 피해자 조차 선함으로 악에 맞서 싸우고 있는
그리고 반은 박소담 연기임 (진지)
온갖 미사여구가 다 따라붙어도 본편 내용 단 몇마디로 정리됨
대체 뭘 했다고 내 이름을 묻냐고
구마의식이 물고문이 됐는데 이게 퇴마영화냐고
그리고 이름 알아낸 과정
"님 ㅈ밥" "네놈이 나 기미긴을 모욕해!!"
아 잠깐 나 내상입었어
그냥 못만든거야 욕하는 문동은이 물고문하면서 이름만 묻고끝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