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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 어떤 허락도 검열도 받지 않은
순수 본인의 기억에 의존한 선동, 날조가 함유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제에 이어 돌아온 찐센세의 학창시절 썰...
지금이야 교사가 되어
당시 친구들 중 가장 건실하고 건전한 삶을 살고 있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입장상 그 천성도 많이 억누르는 상황인 우리의 찐센세지만,
사실 이새끼는 그 성정을 속에 억누르고 있을 뿐인 광기의 보유자라는 사실을 저번에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 풀 썰은 고교시절이 아닌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직히 고교시절에도 이만한 미친짓들을 종종 저지르곤 했지만
최초의 대형사고인 이 썰의 내용이 기념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이야기를 골랐다.
한참 사춘기 초입의 중학교 시절.
1학년 때 만난 작성자와 찐센세는 같은 씹덕으로서
맞는 구석이 많았고
찐센세 특유의 대인배 성격이나 인싸 기질 덕분에,
같이 있으면 나한테도 콩고물이 많이 떨어져서
늘 같이 다니곤 했다.
친구들이 얘한테 뭐 많이 사줬거든
우리 찐센세 (이하 편의상 이치카로 호칭)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지가 씹덕이라는걸 밝히고도 왕따를 안 당했다.
진짜 학교에서 라노벨 읽은적도 있는데
그때 친구들의 반응은 그뭔씹;이 아니라
이거재밌음? 이었다.
중학생이 자신이 오타쿠라는걸 드러내고도 친구가 많았으니
그 인싸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이치카는 지금 세자릿수 덧셈이나 두자릿수 곱셈을 버벅거리는 모습과는 달리
그때까지만 해도 과학 쪽에 재능이 넘쳤는데,
그 덕분에 과학 선생님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런 우등생이자 인싸 덕후였던
이치카의 이미지가
본성을 숨긴 미친 광인으로 바뀌어 각인된 날의 기억이다.
(찐센세, 중학생)
-나 방금 개쩌는생각이 났어.
(작성자, 중학생)
-뭔데?
또 뭐 뉴메타 개발했어?
이번에는 뭔데?
(당시 스타크래프트 유저였던 찐센세와 그 영향으로 같이 스타를 하던 작성자는 지금 생각하면 참 등신같은 전법을 뉴메타랍시고 개발했다)
아니 그런거 아니고.
야.
우리 불꽃색이라는걸 배웠잖아.
그랬지.
나트륨이 무슨 색이더라?
나 엊그제 배워놓고 까먹었다.
이거 시험에 나올라나
나올걸?
ㅏㅏ아니 내가 말할라는거는 이런게 아니고.
불꽃색은 촉매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
그렇지?
촉매가 뭐냐에 따라서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이 되지.
선생님이 직접 보여주셨잖아.
근데 그게 왜?
그럼 만약 촉매가 여러개 섞여있으면 어떨것같아?
...???
어... 색이 섞여서 이상해지지 않을까?
잘 모르겠는데.
일단 불에 타는 건 한꺼번에 타는 게 아니라
불에 닿은 물질부터 타는 거잖아.
그럼 색이 서서히 변하지 않을까?
아니면 니가 말한 대로 색이 섞이겠지.
바로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야.
무지개색 불꽃 보고싶지 않냐?
...????
무지개색 불꽃?
ㅇㅇ. 무지개색 불꽃.
병.신같은데?
병.신같지?
당장 하자
그렇게 우리 둘은 무지개색 불꽃을 만들기 위한 대장정을 떠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병.신같은 생각인데
솔직히 어떻게 참냐 무지개 불꽃?
난 지금 저걸 하자고 해도 할 자신이 있다.
물론 이후에 터질 사고를 방지한 뒤에.
어디 보자.
빨주노초파남보를 만들기 위한 성분들을 세보자고.
일단 주황색은 칼슘인데...
뼈라도 태워?
그럴것까진 없고, 석회암을 태우면 석회를 얻을 수 있잖아. 그걸 써도 되고... 아니면...
아니면?
과학쌤한테 실험하고싶다고 빌려오지 뭐.
우등생이란거 좋은거구나.
나는 빌려달라고 하면 플라스크로 대가리 깨버린다고 하시던데.
그래. 칼슘은 얻었네. 다음은?
빨간색은 리튬이지?
리튬은... 전지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리튬전지?
근데 그거 불에 넣으면 폭발하지 않아?
폭발을 참아?
...
좋아. 리튬도 구했네.
그럼 다음은 노란색인데, 이건 소금만 있어도 되고...
초록색은 인 아니면 구리잖아?
이건? 구리를 어떻게 태우게?
염화구리나 질산구리를 구하면 되지.
이것도 실험용품에 있을걸?
파란색이라... 황이 파란색 반응이라던데.
손톱에 황 성분이 있지 않아?
머리카락이나.
아니면 황 덩어리를 태워야 하는데...
(황 덩어리)
안녕하세요.
잠깐만 스톱;;
저건 태우면 큰일남(황은 공기중에서 연소시켜 태우면 이산화황을 발생시키는데 매우 유독함). 죽고싶냐?
그냥 머리카락 태우던지 해. 아니면 남색으로 바꾸던지.
그래야되겠다.
보라색은 뭐가 있지?
칼륨...??
근데 이거 반응시키면 ㅈ되지 않나?
뒤지고싶냐?
칼륨은 건들지 마.
정 보고 싶으면 김이나 콩 태워보던가.
아니면 칼륨도 빌려오던지.
있지 않을까?
좀 아쉬운데.
아니면 비소를 가져다가 써서 하늘색 불꽃을 만들고
파란색을 남색이라고 우길까?
너 코발트가 왜 사람을 죽이는 광물인지 몰라?
잘못건들면 죽어 임마
이새끼 자꾸 위험물질만 골라오네.
그냥 빼자고.
적당히 색 몇개만 내도 예쁠거아냐?
그런가?
좀 아쉽긴한데;
좋아. 그러면 재료를 모아보자.
(친구 3. 전편의 그 댖지. 이때는 댖지 아니었음)
-뭐해?
무지개색 불꽃 만들러 가
(친구 4, 그나마 정상인이었음)
무지개색 불꽃??
대체 뭘 하려는거야 이 ㄸㄹㅇ새끼들은
너네 이상한거 하는거 아니지?
이상한가?
하긴 정상인은 무지개색 불꽃 보고싶으면 폭죽 보러 가겠지.
근데 참을거야?

저새끼들 저러다 사고치는거 아니냐?
;; 근데 이치카 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모르겠다... 일단 난 안할ㄹ
쫄?
나는 오직 이날만을 위해 살아왔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냐?
ㅅㅂ 이새끼까지 왜이래? 진짜 미쳐버렸나
난 쫄았어; 튄다 그냥
그렇게 한명이 도망치고 셋이서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과학쌤과의 교섭은 우리 중 제일 우등생인 이치카와
과학 대회쪽으로 꽤 성적을 낸 친구 3이 맡았다.
교섭을 대체 어떻게 성공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선생님은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하시며 몇가지 실험용품을 꺼내주셨다. 칼슘 덩어리만 빼고.
선생님은 경고 몇 마디 하시고는 자리를 떠나셨는데,
우리는 이후 그걸 제대로 안 지켜서 존나게 혼날뻔했다.
난 아직도 이치카가 실험용품 달라고 할 때 뭐라고 했는지 모른다.
이새끼가 무지개색 불꽃 만든다고 칼슘 내놓으라고 했다면 뭐라고 하셨을지 궁금하다
아무튼.
유일하게 구하지 못한 칼슘 덩어리를 어디서 구할지 ㅈㄴ 고민하던 우리는
카바이드, 즉 탄화칼슘을 구하는 데 성공한다.
어떻게 구했는지는 말하기 힘들다.
일단 위법적인 루트는 아니었다.
진짜다.
모든 실험재료를 얻은 우리는
실험한다고 선생님한테 말씀드렸고
마침 그 당시 교생 선생님이 와 계셨는데
과학선생님은 그 교생 선생님에게 감독임무를 짬때려버리시고는
큰사고 없이 조심하라고만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중학생들이 뭘하겠느냐고 한껏 방심한 교생선생님과 함께 조용한 학교 뒤편으로 갔다.
나름의 안전 방책으로 방화복이랍시고 절연테이프로 팔부분을 감는다던가 했는데
솔직히 지금생각하면 병.신같긴 했다.
하지만 무지갯빛 불꽃에 대한 관심 앞에서 그딴건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재료들을 한구석에 모아놓기 시작했다.
야 근데...
엉?
터지면 어떡하지?
소화기 들고와야되나?
어...
혹시 모르니까 물은 준비했어.
이거면 되지 않을까?
아까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던것 같은데...
음 모르겠다
그럼 슬슬 해볼까?
이치카는 모든 재료들을 모아서는
주변에 불이 잘 붙도록 낙엽이나 나뭇가지도 모아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1발 멍청한 짓인게
그냥 실험용 버너에다가 조금만 태워야할거를
모닥불을 만들어서, 캔 안에다 넣고 대용량으로 태우고 앉아있었으니 이건 뭐 테러 준비나 다름없었다.
야 근데 불... 그렇게 붙이는게... 맞나???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오. 붙었다.
이 말을 이치카가 내뱉은 순간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갔다.
갑자기 불이 존1나 활활 타기 시작했다.
어??? ㅈ된건가????? 싶어서 물을 장전했지만 우리의 미친 광인은 오히려 좋아하는 게 아닌가.
야!!! 개쩐다!!! 이거 ㅈㄴ 신기한데
야 이거 좀 봐봐 개쩔어
(선생님, 방금전까지 다른데 보고 있었음, 상황파악 못함)
얘들아 가까이가지말고 멀리서...
???ㅅㅂ 뭐야 저거 짬통인가????(진짜로 한 말)
야 저거 한데 다 모아서 태우는거야?
네. 왜요?
아니 시/발
왜요는 무슨 왜요야!!!!
야!!!!!!! 이치카!!!!!!! 당장 비켜!!!!!!!!!!!!
예??? 아니 지금이 제일 신기한 시점인데...
이치카가 투덜거리면서도
교생선생님의 말을 듣고 물러선 바로 그때였다.
리튬이랍시고 던져넣은 배터리가 뻐----엉 하는
진짜 존나 큰 소리로 폭발하면서 붉은 불꽃을 피웠다.
무슨 전차 발포음 듣는줄 알았다.
비유가 그렇다고.
뭐야
와! 터졌다!(진짜 순수하게 밝은 목소리)
아니 ㅅㅂ 배터리까지 넣었어????????
아니 지금 좋아할때가 아니잖아
야 소화기 어딨어!!! 소화기!!!!!!!!
예?
아 여기 물은 있는데요...
지금 불 끄시게요?
그치만 지금이 제일 재밌는데
재미고 나발이고 이거 잘못하면 사고 사례로 교과서에 실린다고!!!!
물!!!!!!!!
어?
선생님 잠깐만요
지금 저기에 물부으면
에잇!!!!!!!!!!!!!!!
내 만류도 무색하게 교생 선생님은 물을 뿌리고 말았고...
그때 잊지 못할 일이 터졌다.
말 그대로 터졌다고.
아까 탄화칼슘을 빌려왔다고 한 걸 기억할 것이다.
카바이드 빌려왔다고.
탄화 칼슘은 물을 만나면 급속도로 반응하면서 가스를 생성하는데
이게 열을 받으면서 매우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다.
그 순간 기억 속 카바이드를 준 사람의 경고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절대 물에 닿게 하지 마라" 였다.
그리고 우리 교생 선생님은 불타는 캔 속에 물을 뿌리셨고.
(아. ㅈ됬네 이거.)
이치카와 내가 입 떡 벌리고 같은 생각을 하자마자
캔에서 불길한 소리가 나더니
배터리 터질 때만큼 큰 소리와 함께 캔이 폭발했다.
솔직히 막 뭐...
나중에 터뜨린 (검열됨)에 비하면 그리 강력한 위력은 아니었고
그냥 예상 외의 폭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긴 한데
그래도 미친 예비 테러범 3명이 동시에 쫄아버릴만큼 큰 소리긴 했다.
머머머머머야???!??!? 저거 왜 터져??????????!!
안에 카바이드 들어있어서요.
물은 닿으면 안 된다고 하셨지 맞다...
아니 얘들아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불쌍한 교생 선생님은 눈앞에서 터진 폭발음에 패닉에 빠져 버리셨고
뒤뜰에서 울린 세 번의 폭발음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뭔일인지 웅성거리기에 이른다.
다행?히? 카바이드가 작은 편이었고, 폭발 소리만 요란했지 다행히 규모는 크지 않았던 덕에 파편이 튄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으며
다행히, 불이 금방 꺼진 덕에 2차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말이 다행이지 학교 뒤뜰에서 폭탄 제조한거나 다름없는 미친짓이 맞긴 해서(카바이드 큰거에다가 물 부어서 던졌으면 폭음탄)
우리는 존나게 깨질뻔 했지만,
피해자가 없었고, 2차 피해도 없었고, 악의 없이 순수하게 호기심에 한 짓인데다, 교생쌤에게 관리업무 짬때린 과학쌤 책임도 있다는 것도 포함된 덕에
생각한것보단 덜 깨진 것은 물론이고,
과학쌤한테 칭찬도 받았다.
(과학쌤, 실전지상주의자, 실험시간에 몸바쳐 실험하심)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내가 칼슘을 안줬더니 탄화칼슘을 어디서 구해와가지고,
그걸 갖다가 불에 넣은것도 모자라서
물까지 부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존나 깨질걸 각오하고 있음)
...
야. 너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예..??? 아... 위험하긴 했죠.....
아니 그런거 말고
ㅈㄴ 중요한걸 잊었잖아
...???
소화기를 까먹긴 했죠...??
두번다시 이런짓 안하겠습...
아니 이것들이 진짜 문제가 뭔지 모르네?
지금 문제는 이게 위험하고뭐고가 아니라
이 재밌는걸 하는데 왜 나한테 솔직히 이야기 안했냐고!!!!
(실제로 하신 발언)
???????????????????????
그랬다.
우리 과학 선생님은 실전파.
학생 앞에서 직접 위험한 실험을 시연하시는 남자.
왜 자기한테 솔직히 말 안 했냐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뒤에 나온 뜻이 자기도 즐기고 싶었는데 왜 못하게했느냐는 의미인 질책에 우리는 말을 잃었고
다음부터는 나 불러!!!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코치해줄라니까!!!!!!!
야 너 진짜 마음에 든다(실제로 하신 말씀)
어지간해선 이런거 생각도 못하는데
아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역대급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생각 누가했냐???? 야 너 이런생각은 어케한거야???
ㅋㅋㅋㅋㅋㅋ진짜 이야ㅋㅋㅋㅋㅋㅋㅋ
라는 말씀과 함께, 우리에게 밀키스를 사주셨다.
놀랜 가슴 진정시키고 또 생각나는거 있으면 과학실로 오라는 말씀과 함께.
선생님께서는 또 실험하고 싶은 게 생기면 꼭 솔직하게 말하고 허락받으라고 하셨고
실제로 그 뒤 우리가 벌인 모든 뻘짓(폭죽 기관총, 드론 버그파이트, RC카로 폭탄 배달하기, 우유곽 발사하기 등) 에 감독교사로 참여하셨다.
파괴력이 약하다 싶으면 아슬아슬한 선에서 강화도 해주시곤 했다.
남궁형도 하고 싶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