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유게 하고 있었는데 누가 '집 가는 길' 이라면서 골목길 사진을 올렸음
야간 편돌이 끝내고 집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진이 왠지 익숙한 게 자세히 보니까 우리 동네인거야
그래서 내가 댓글로 '여기 어디어디 아님? 우리집 근천데 ㅋㅋ'라고 댓글을 썻음
그랬더니 잠시 후에 쪽지가 오더라고
자기도 이 동네 사는데 이사 온지 얼마 안됏다면서 반갑다더라?
그래서 나도 'ㅇㅋㅇㅋ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셈' 하고 그렇게 쪽지를 몇번 주고 받앗음
근데 그 때부터 내가 유게에 뻘글 올리거나 하면 늘 걔가 제일 먼저 와서 댓글을 달아주는 거임
나는 이거 ㅈ목 아닌가 싶으면서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어느샌가부터 알림이 떠 있으면 걔일까 싶어서 묘하게 기대하게 되더라
그러다가 어느 날은 쪽지로 나한테 이 동네 맛집을 물어보길래
내가 '그럼 계속 쪽지로 얘기하면 불편하니까 카톡 아이디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진짜 알려주는거임
그렇게 카톡 아이디를 서로 주고 받고 걔 프사를 확인 했는데
처음엔 남자인지 여자인지 긴가민가 했던게
머리를 거의 단발 수준으로 길렀더라고
얼굴도 남자치고 피부도 곱고 귀엽게 생겨서 단발이 나름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남
아무튼 그렇게 카톡으로 'ㅎㅇ' 하나를 보냈고 걔도 안녕 하며 손 흔드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연락이 시작됨
맛집 얘기를 하다가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ㄱ? 이런 흐름으로 얘기가 진행됐고
대충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고 그 날 만나기로 함
토요일인가 일요일었는데 역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상태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기 시작했음
사실 남자새끼 만나는데 공 들여서 치장까지 할 필요 없었는데
그 때까지는 머리 길고 이쁘장한 프사만 보고 남잔지 여잔지 100% 확신하지 못한 상태라 나름 좀 꾸미고 나갔음
5분 일찍 도착했는데 걔가 나보다 먼저 '나 도착함'이라고 카톡을 하더라
그래서 어디 있는지 찾는데 약국 앞에서 핸드폰 보고 서 있는 쪼끄만 놈 하나 있어서
슬쩍 가까이 가보니까 걔가 맞더라
가까이가서 아..안녕하세요 인사하니까 고개를 들어서 나를 쳐다보는데
얘는 무슨 피부가 이렇게 하얗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
걔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네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하더라
카톡할 때는 서로 반말하고 욕도 하고 드립도 치고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니 서로 어색해서 존댓말함
목소리 들으니까 확실히 남자는 맞더라
조금 실망함
그렇게 인사 하고 찾아봤던 맛집으로 걸어가면서 얘기 좀 나눴음
학교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서 근처에서 자취 중이라고 했음
아직 어린데 대단하네요 하면서 맞장구 치면서 동네 지리 궁금할 땐 언제든 물어보라고 대충 예의를 차렸음
가게에 도착해서 떡튀순 세트를 주문했는데
여기서 웃겼던 게 걔가 떡볶이를 한 입 먹어보지도 않고 먼저 물에 씻어먹더라 ㅋㅋㅋ
그걸 보고 내가 '이거 별로 안 매운데..' 라고 하니까 '아 그래요..?' 하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두번째는 안 씻어서 곧장 입에 넣어보는데 잠시 후에 진짜 말 그대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매..맵자나요..' 하면서 얼굴이 딸기처럼 빨개지더라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히면서 긴 머리카락이 관자놀이즈음에 달라붙고 그것이 거슬리는지
손가락으로 쓸어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이 굉장히 여성스러웠음
나는 시뻘개진 그 놈 얼굴을 보고 빵 터져버렸고 'ㅋㅋㅋ귀엽네ㅋㅋ'라고 말했음
그리고 떡볶이가 매워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 놈 얼굴은 그 뒤로도 한참을 빨개져있었다
그 후로 연락하고 지내면서 몇 번 더 만나서 카페도 가고 한 번은 걔네 집 놀러 갔는데 어쩌다보니 여장한 모습도 보고
걔한테 고백을 당하기도 하고 새벽에 찾아와서 현관문을 두들기는 등 얀데레같은 모습도 보고 그랬지만 귀찮아서 여기까지만 씀
프롤로그인가?
마지막에 더 추가함
귀찮아하지 마 더 써줘!
딱 위에 세줄 읽고 와랄라냄새나서 스크롤 내려봤는데 역시나..
게이야
좀 더 써봐
흠... 그럭저럭 꼴렸으니 저 유게이는 여자였던걸로 하자. 내가 꼴렸으면 그건 분명 여자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