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연구하기 어려운 장기다 보니, 과거에는 “일단 잘라보고 문제가 생기면, 아! 여길 자르면 안 되는구나!” 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헨리 몰레슨(Henry Molaison), 가명 환자 H.M. 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어린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발작이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결국 1953년, 27세의 헨리는 뇌전증 치료를 위해 실험적인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저명한 뇌신경외과 의사 윌리엄 스코빌(William Scoville).
수술은 문제없이 진행되었고, 헨리의 뇌전증 증상도 사라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헨리는 30초 이상 기억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대화 도중에도 몇 초 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고,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뇌의 각 부위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대였다.
스코빌 박사는 해마뿐만 아니라 후각피질 등 광범위한 뇌 조직을 함께 절제했고, 그 결과 헨리는 수술 이후의 일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기억력을 제외한 지능은 그대로였지만, 그는 평생 현재에 갇힌 삶을 살게 되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헨리는 요양원에서 지내며, 2008년 8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많은 뇌과학 연구에 참여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사후, 헨리의 뇌는 2,400여 개의 얇은 조각으로 나뉘어 연구 대상이 되었다.
그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과학의 일부로 남게 된 것이다.
헨리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평생 연구 대상이 되고, 죽은 뒤에도 연구 자료로 쓰인 그의 인생을 보면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례는 과학 발전을 위한 희생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과거 의학계에서 환자의 인권이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울할수나 있었을까?
비관하고 싶어도 못했을거 같은데
우울할수나 있었을까?
비관하고 싶어도 못했을거 같은데
...진짜 30분도 아니고 30초 전의 일도 기억 못한다면 본인이 왜 우울해했는지조차 까먹을듯
투명성과 무결함이 유지되면 반론이 나올일이 없겠지. 근데 인간이 껴있는데 그게 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