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목이 '보컬로이드를 좋아하는 이유'같은 제목에 비해서 어그로를 더 잘 끌겠지
어린 시절 추억이라던가 그런건 다 제쳐놓고 생각해보자.
애초에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제작년에야 보컬로이드를 처음 접했다.
일렉트릭 기타.
기타에 비해서 기계음도 강하고, 앰프가 없으면 소리도 거의 안 나는 악기다.
그렇다고 일렉기타를 단순히 '기타의 모조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렉기타는 기타에 비해서 열등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당연히 이런 말을 했다가는 음악에 조예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 뻔하다.
애초에 (클래식)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는 내는 소리 자체가 다르고, 그렇기에 쓰이는 상황도, 음색도, 매력도 다른 악기다.
"일렉트릭 기타는 기타의 모조품이면서, 그 소리조차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예 성립할 수가 없다.
여기서 일렉트릭 기타를 보컬로이드로, 기타를 사람의 목소리로 바꿔보자.
일렉트릭 기타는, 일정 이상 소리를 키울 수 없는 기타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체의 음색과 매력으로 기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고.
보컬로이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시작은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마저도 부자연스럽고 기계음이 섞여 있어서 호불호가 갈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보컬로이드 특유의 기계음 섞인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냥 사람 목소리를 못 따라하는거 아니냐고?
요즘 AI 보이스같은거 발달했는데 왜 그런거 안 쓰는지 모르겠다고?
2017년의 보컬로이드 4로 나온 UNI와, 곧 발매 예정인 신디사이저 V2로 나올 UNI를 비교한 영상이다.
직접 들어보자.
아직도 보컬로이드 (혹은 음성합성 전반)가 사람 목소리를 단순히 못 따라해서 기계음을 내는가? 라고 묻는다면
답은 절대로 아니다.
이미 AI기술은 이쪽 분야에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 목소리를 최대한 따라하고자 하는 곡들은 정말로 사람 목소리와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음이 가득한 곡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러 기계음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다.
여기 짭미쿠가 있다.
만우절 날에 "짜잔 새로운 보컬로이드입니다"라면서 사람들을 낚기 위해서 급조된 캐릭터다.
10번째 댓이 머리색, 20번째 댓이 성별.. 하는 식으로 각종 설정들을 만들어서
성별은 여8:남2 키메라, 나이는 31, 바게트를 좋아하고, 서투른 일이 노래인 가짜 보컬로이드가 탄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캐릭터를 사랑해주었다.
단순히 컨셉만 만들고 넘기기엔 아까웠기에, 이 캐릭터에게 애정과 목소리를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작년 이맘때 (정확히는 4월 말)즈음에 유행했던 '메스머라이저'로도 유명한 카사네 테토이다.
첫 시작이 가짜였으면 어떤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그 무엇보다 더욱 진짜가 되어버렸으니까.
일렉트릭 기타, 보컬로이드, 그리고 카사네 테토.
이 셋은 이런 점에서 서로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땐 그저 모방이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 가까운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데도 여전히 기계음이 가득한 곡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기계음 그 자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보컬로이드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 : 보컬로이드 원곡보다 커버곡으로 부른 게 더 좋은 거 아님?
기계음보다
지들끼리 좋다고 보는 일부러 더 해괴하고
이상한 노래로 만드는게 더 싫어
뭐라고 해야 할까
보컬로이드로 만드는게 그런 곡만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그런 해괴한걸 보컬로이드로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모페모페라던가...)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그런 놈들은 넘치고 넘치는데
거기에 수단이 하나 더 주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는걸
굳이 와서 기계음 이 어쩌니 커버곡이 어쩌니
이러는건 진자 별로더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라고
듣기싫으면 그냥 갈기가라고
우리끼만 들을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