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클량에서 의료수가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꼭 나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 많은 대형병원들이 수익이 없다고요?", "의사들 돈 잘벌면서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 건가요?".
사실 저보다 의느님들이 더 잘 알고, 더 잘쓰시겠지만 수가문제에 대해 터놓고 설명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더군요.
이전에 어느분께서 "짜장면"을 예로 이야기하셨는데, 기실 이 문제는 어느 예를 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하는게 문제를 더 잘 설명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금의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아실테니 생략하고 넘어갑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있지요. 이 덕분에 우리는 몇백만원, 몇천만원하는 수술비용을 100% 병원에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럼 본인부담금이 법적으로 정확하게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이는 질병에 따라 다르고, 어느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며, 초진, 재진, 야간, 공휴일에 따라 또 다릅니다.
아마 병원에서 간호사나 의사들에게 '약값, 혹은 병원비가 얼마요?'하고 묻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일 겁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진료, 그리고 약에 대한 금액이 10원 단위로 평가가 되어있고, 10%내지 20%같이 계산해야 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답해봤자 '아 대충 얼마일거예요~' 하는게 다반사이지요. 실지로 병원 관계자들도 정확히 아는사람은 없을겁니다. 항목만 수십만가지는 될테니까요.
즉, 환자분들이 병원에 지불하는 비용은 모두 병원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한 금액이라는 말입니다. 더불어 국가에서 이 지정금액에서 10~20%만 환자들에게 받아라, 나머지는 우리가 기준보고 돌려줄께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훌륭한 방법인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의료진들도 부정하진 않을겁니다. 실제로 내가 아프거나 내 친지가 아플때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니까.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나머지는 우리가 기준을 보고 돌려줄께"
바로 이 부분입니다. 클량에서 의사분들이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 기준을 여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면 알겠지요. 여기서 바로 문제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곳이 등장합니다.
심평원은 바로 저 '나머지'에 대해서 80%~90%를 돌려줄지 아니면 50%만 돌려줄지, 아예 안돌려줄지를 결정하는 곳입니다.하지만 이들이 적용하는 삭감기준이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것이 바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주 예전에 혈우병에 걸린 4살 아기의 병원 진료비가 10억원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 10억원 가운데 2억 6천만원을 심평원에서 삭감 조치하였지요. 이를 간단히 말하면 병원측에 줄 수 있는 비용은 7억 4천뿐이다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2억 6천은 니들이 알아서해라 라는 식이죠.
당시 아이에게 사용된 주사약은 '노보세븐'이란 주사제였습니다. 당시 한병당 170~600만원대의 가격을 자랑하는 고가 제품이었지요. '너무 비싼 걸 사용해서인가요?'라는 물음이 올수도 있는데요. 심평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병원측이 정해진 용량에 비해 주사를 많이 놓았고, 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용량이 있는데 초과 사용했으며, 출혈이 멈추면 주사간격을 2~3시간에서 4~12시간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았다"라는 것.
당시 경희의료원이 이 조치에 대놓고 반발하면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다를까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는 간염환자들이 꽤 있습니다. 이 간염환자들을 검사하는 데에는 '일반검사'와 '정밀검사'라는 것이 있는데요. 일반검사의 경우에는 최근에는 정확도가 꽤 떨어져 간염환자가 간염이 없는것처럼 보이는 '위음'사례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있는 것이 바로 '정밀검사'입니다. 이 정밀검사의 경우 일반검사보다 4배 정도 비용이 비쌉니다. 환자들에게 필요시 신속하게 간염을 판별해야 할 때가 있다면 일반검사보다는 정밀검사를 바로 시행하는게 더 효율적이겠죠?
그러나 심평원 기준으로는 일반검사를 한 후에 정밀검사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정밀검사를 해도 삭감안되는 기준은 6개 기준이 있는데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정말로 다양한 사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준을 6개만으로 한정시켜놓은 곳이 문제입니다. 물론 '이 외 임상적으로 필요하여 실시하는 경우 사례별로 인정함.'이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실제 저 문구는 지나치게 두루뭉술한지라 거진 적용이 안되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일반검사를 해도 간염판정이 나지않아, 정밀검사를 한번 더 권유하는 경우에 병원 측은 "아니 이 병원은 또 검사하라고 하냐? 돈독이 올랐냐?? 진즉에 정밀검사를 하면 되잖아!!"란 욕을 먹거나, 그냥 일반검사 한번으로 지나서 "아니 그때는 정상이라더니 이제와서 간염이라는거냐?"라는 욕을 먹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대부분 '과잉진료'라고 여기는 지점이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규정대로 최소한 손해는 안보고 싶어서 하는 것인데 결과가 신통치 않으니 환자를 그냥 보낼수는 없고, 똑같아 보이는 검사를 더 권유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전 김태원씨가 받았던 수술로 유명한 ESD(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의 경우는 어떨까요?
ESD에 건강보험급여는 적용하되 '2cm 이하 크기의 조기위암일 경우'로만 제한을 두는 바람에 식도암이나 대장암 환자들은 아예 급여보장에서도 제외가 되었습니다. 즉, 식도암이나 대장암 환자들은 저 수술을 받고 싶어도 못받는다는 거죠.
거기다 수술 비용수가도 21만원, 치료재료비도 9만 5천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게 기가막히는게 내시경에 쓰이는 칼값만 40만원 안팎입니다...... 당시 심평원의 기준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제 암 수술은 전부 개복수술해야겠네"라는 반응이었죠..
이게 2011년도의 일입니다. 지금은 나아졌겠죠? 네. 치료재료인 나이프는 1개에서 2개로, 내시경용 주사침은 급여화 인정, 여기서 조건은 나이프의 경우 구체적 사용근거를 제시해야 정식 인정해준다입니다.
이국종 교수님은 어떨까요? 본인이 늘 말씀하셨죠. 아주대 병원 적자의 중심, 그리고 삭감의 중심이라고.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심평원이 제시한 저런 기준 다 지키면 절대 치료할 수 없는 곳입니다. 환자가 당장 죽기 직전인데 저런 세세한 기준을 어찌 적용할 것이며, 또 계산을 어느세월에 다하고 있나요.
장담컨데, 이번 북한병사 수술건으로도 엄청나게 삭감당하실겁니다.
심평원이 욕먹는 이유는 바로 이 이유때문입니다. 의료진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이것이구요.
그럼 이런 의문이 생길겁니다.
"그럼 돈 벌수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의사들은 돈을 벌고, 동네 병원은 장사가 잘되냐?"
한국은 1차의료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거기다 한의사들도 1차의료를 담당하고 있지요.
이국종 교수님이 하시는 행위는 2차, 3차 의료로 봐야합니다. 이국종 교수님이 한말 "때릴 전공의가 없어요" 기억하시죠?
대한민국 2차~3차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들은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일합니다. 1년에 4번 들어가시는 이국종 교수님과 그의 동료들.. 이거 비단 이국종교수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2~3차 병원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수익이 안나니까요. 그나마 이제 교수나 과장 타이틀을 따신 분들은 본인의 "짬"을 이유로 간단한 업무는 기피하고 있는데, 이 기피 업무들의 대부분이 레지던트와 인턴들에게 전가됩니다.
헌데 이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충분한 숫자인가? 아니요. 단도직입적으로 숫자도 충분치 않고, 정말 인턴/레지던트에게 부과되는 업무의 과중이 상상초월이기 때문에 도망가는 의사들이 속출합니다. 특히나 힘든 과는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기이한 제도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바로 "PA"입니다. 간호사들이지요. 병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펑크나는 자리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합니다. 헌데 모집하는 인턴/레지던트들은 오질않거나 와도 도망갑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간호사들을 저기에 보내자'이죠. 직종은 분명히 간호사인데 하는 업무는 인턴/레지던트가 하는일과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위에 도망간 의사들, 혹은 2~3차 병원에서 도저히 못있겠다!하고 나가신 분들은 나가서 우리가 말하는 동네병원을 개원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영업'과 '장사'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몫 좋고, 터 좋고, 사람들 많이 오게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이 개원병원들이 단순히 '진료비를 모두 수익으로 가져가는게 아닙니다.' 보통의 경우 어느정도의 비급여 항목을 넣어두고 거기서 발생하는 소액을 미친듯한 규모로 거둬들이는 것이지요. 위에 말한 20%의 환자부담금, 평균 73% 정도의 심평원에서 돌려주는 비용으로 발생하는 7%의 적자를 얼마나 영업으로, 들어오는 환자숫자로 잘 메꾸느냐가 개원병원들의 승부처일겁니다.
때문에 흔히 말하는 1분 진료, 혹은 말만 듣고 '약받아가세요~'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길게 적었네요.
제 나름대로 의료수가와 심평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극에 대해 설명하고자 글을 길게 적었습니다.
사실 더 정확하고 더 구구절절한 부분은 실제 의사분들께서 더 잘 말해주실겁니다. 저는 간호사일 뿐이니까요.
의사분들이 전부 '돈에 환장한건 아닙니다'. 간호사도 그렇구요. 돈은 필요하죠.
이국종 교수가 겪고 있는 저 '삭감의 현장', '적자의 현장'이 단순히 이국종 교수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많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의사, 간호사들이 겪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너무 색안경 끼고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아 그리고 한마디만 더 말씀드리자면...
"간호사들은 수가 자체도 없습니다..ㅠㅠㅠㅠ"
맨날 희생하는 의사들...사람답게 살게 해줍시다..
됐고 성형외과에 세금메겨서 주든가...
의까님들 주장대로 의사 수 제한 풀고 의료보험도 폐지해보죠
공급자 과다로 비용 저렴해지고 천국이 올지 헬게이트가 올지
┭┮_┭┮ㆀ// 진짜 이런태도 너무 진절머리나네요. 성의있게 쓴글은 한번읽어보든지 읽기싫으면 그냥 가던지 비아냥다는 댓글이나 남기고...아 님도 닉네임 눈에 익네요
글 제대로 안 읽고 댓글 다는 분이 계신 듯... 아무튼 추천했습니다.
이런글을 추천해야죠... 진짜 답답한건 이 이야기를 10년 넘게 하고있어도 씨도 안먹힌다는게...
흔히 얘기하는 빅3 빅4 병원 외에 나머지 지방 대학병원 더 나아가 중소병원들 어찌 돌아가는지 보면
의료수가 조정 하자는 얘기에 반박할수 없을텐데 말이죠.
이런 건 미국보험도 마찬가지던데요.
내 보험청구서보면 10분의 1로 삭감하거나 아예 리젝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번 북한병사는 건보 가입이 안되어있어서 심평원이 삭감을 못시킴 ㅋ 다행이면 다행인데. 과연 이 돈은 나라에서 백프로 보전을 해줄지 ㅋㅋㅋ
ㄴ삭감은 못 시키지만, 나라에서 지원이 안나오면 고스란히 아주대병원이 뒤집어 쓰게 되겠죠. 석선장 때 처럼요. 그 때 2억인가 손실 처리 했다던데.....
추천하고 갑니다.
통일부에서 다해줍니다.. 석선장이랑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