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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자료는 다 끝냈습니다.』
「역시 노아네, 고마워.」
그날은 당직일,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며 밀레니엄 관련 업무를 병행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휴우-... 노아, 잠깐 쉬었다가 할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음료수라도 가져다 드릴게요.』
「고마워, 부탁할게.」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맛을 가져다 드리려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계시길래 제가 들고 있던 컵 두 개를 내려놓고 다가가면
「끄응----.... 하아...」
『선생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우앗,
노아? 아, 아무렇지 않은데?」
(스윽..)
제가 말을 걸자 선생님은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들키지 않게 등 뒤로 숨겼고, 숨긴 것처럼 행동하셨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저는 그것에 대해 따집니다.
『선생님? 뒤에 숨긴 건 뭔가요?』
「헷? 어... 그 저기...」
『흠.... 선생님, 이 서류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 어디?」
(슈슉)
「아,
아, 안 돼 노아... 윽」
『이건...』
하도 신기해서 빈틈을 보고 선생님이 숨기던 물건을 집어보니 그건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유리병. 도대체 이걸로 뭘 하시던 건지 의문이 들었을 때 선생님 쪽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유리병...?』
「으음, 한심한 이야기지만... 열리지가 않아」
아무래도 안에 들어있는 펜을 꺼내려는데 뚜껑이 열리지 않아 곤란했다는 것. 그렇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셨다면 바로 열어드렸을 텐데.
「그래도 어떻게든 열 거니까 괜찮아」
『? 제가 열어드릴까요?』
「하지만 엄청 안 열리는데? 여자애들한테 무리한 일을 시키는 것 같고...」
(빙글빙글... 드득)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
뚜껑을 열고 안에 들어있던 펜을 선생님에게 건네지만, 전혀 받아주시지 않아 무슨 일인가 싶어 선생님을 보니 마치 비둘기가 새총이라도 맞은 표정.
「괴... 굉장하네 노아, 그렇게 쉽게...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아뇨, 그냥 돌린 것 뿐이에요?』
「그렇구나... 나, 두 손으로도 열지 못 했던거라 노아가 든든한 걸.」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테니까요♪』
그 후 선생님은 얼마 전에 받은 과자 상자를 가져오겠다며 옆방으로 가셨습니다.
무의식적이었다고 할까요, 깨달았을 때는 평소에 쓰던 수첩을 들고 생각나는 대로 손을 움직여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5월 3일 (수)
선생님이 열기 힘들어하던 뚜껑을 내가 열었다
선생님의 힘은 어느 정도?】
『.......』
무의식적으로 쓴 글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 선생님은 이곳 키보토스와는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몸의 구조가 우리와 다릅니다.
그래서 그날 선생님이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과호흡을 할 정도로 걱정했었습니다만, 나중에 들은 바로는 복부에 맞은 총알 한 발로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이 총기 사회에서 선생님이 살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적어도 다른 학생이 공격했을 때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이 좀 가긴 했지만 가져왔어, 먹을까?」
『선생님』
그래서 저는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잠깐 놀이를, 하지 않으실래요?』
「놀이? 여기서?」
『네♪ 아주 잠깐만이에요.』
「으음... 괜찮지, 뭘 할 거야?」
나는 선생님 앞에 서서 서로 손을 맞잡았고, 선생님은 당연히 당황해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뭣/// 노아? 이건 좀 창피하지 않을까?」
선생님에겐 연인 사이같이 보였는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셨지만, 제 마음은 조바심이 났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 이성은 어떻게 될까 하고.
『규칙은 간단합니다, 힘껏 제 손을 뿌리쳐주세요.』
「음, 그게 다야?」
『네, 그게 다입니다.』
「그러면 바로...」
선생님은 힘을 내듯 심호흡을 했지만, 얼굴을 숙인 채 숨만 쉬고 손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1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 이제 슬슬 움직이셔야 하는데...』
기다릴 수 없어, 저는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하아... 후... 뭐, 뭐지...」
『.........』
눈치채지 못했을 뿐 선생님은 제 손을 뿌리치려고 했던 것을, 허리를 굽혀 전력으로 뿌리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제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도출된 결론은 하나
선생님은 저를 이길 수 없다.
다음 행동에 합리성은 없었을 겁니다. 못된 꾀가 나온 건지, 아니면 그동안 쌓여있던 선생님에 대한 욕구가 폭발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꽈악...)
「아...아파, 저기? 노아? 아프다니까」
『.........』
(꽈아아아아아아악...)
「아, 노아 그만, 아파, 아프다고」
이제 선생님은 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렇게 힘으로 선생님을 지배하는 느낌은 매우 고양감이 더해져 마치 선생님이 저만의 것이 된 기분입니다.
『선생님, 빨리 뿌리치지 않으면 큰일날텐데요?』
「으....윽....」
『선생님이 이렇게 쉽게 제압당할 수 있다는 걸 들키면 큰일이네요, 혹시 다른 학생들에게 당할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납치... 자기 소유라는 것을 알 때까지 감금되어 평생 사랑받게 되는 생활이 될 수도 있다구요?』
『다들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니까 정말 그런 생활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선생님에게 들이대는, 그런 범죄행위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에 대한 모두의 시선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선생님을 독차지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러고 있듯이.
「우...」
『....아앗』
(깜짝)
『죄, 죄송해요 선생님...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채로 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손을 뗍니다. 선생님께 상처를 준 것을 후회하며 사과하자 선생님은 바로 대답하셨습니다.
「괘, 괜찮아... 나를 걱정해 준거구나... 고마워...」
그 친절함에 제 가슴이 찔리고, 선생님은 굳은 얼굴로 제게 답해주면서 쉬겠다며 낮잠실로 도망치듯 슬그머니 자리를 뜨셨습니다.
쫓아갈 수도 있었지만 제 마음은 선생님에게 거절당한 것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반응은 당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다시는 제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제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감정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아, 하지만』
수첩으로 눈을 돌립니다.
【선생님은 나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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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니, 석양이 빛나며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완전히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낮잠실에서 나와 평소 집무실로 향하는 길에 잠들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급변한 노아를 피해 도망치듯 방을 뛰쳐나갔던 그 일로 인해 노아가 상처받았었다.
노아를 만나면 밝게 대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집무실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노아가 내게 달려온다.
『선생님...』
「노아, 미안해. 갑자기 뛰쳐나가서」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께 상처를 입히고...』
「아니야, 괜찮아. 나도 내 신변의 안전을 확인하기도 했고.」
시선을 돌리니 오늘 해야 할 자료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길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다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노아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정말 고마워, 괜찮으면 이따가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내가 살게.」
『괜찮으신가요?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기꺼이 그럴게요.』
언제나처럼 귀여운 표정을 짓는 노아에게 안도하며, 나는 준비하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참이니 화장실로 가겠다고 전하고 발걸음을 움직인다.
「으음...」
내가 세수를 하려던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음, 이건 뭐지...?」
문득 목을 보니 작은 멍이 몇 군데 생겼는데, 위치상 옷에 가려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5월이라 그런지 벌레에 찔린 것 같다.
「흐음...」
일단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 부자연스럽지만 반창고를 붙이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아에게로 향한다.
노아와 합류했더니, 역시 목에 붙인 반창고를 지적받는다.
『선생님, 목이라도 다치셨나요?』
「음, 실은 일어났을 때부터 이랬어.」
『그런건요,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니 다른 의미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의미로?」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리 갈까요, 선생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걷는 노아,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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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커덕...)
「...........」
『.........』
선생님,
선생님이 잘못한 거에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생각부터 해주세요.
게다가 귀여운 면도 갖고 있으시고,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많이 하시고. 저한테도 신경을 써주고 도와주시고.
그런 선생님이 힘으로 쉽게 지는 걸 알면 다들 선생님을 덮치게 되잖아요.
그렇게 됐으니 지키기 위해 제 존재를 각인시켜서 손대지 못하도록 견제를 해볼까요.
크아악 알파카 딸을 어떻게 키운거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