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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뒤집어놓는 부인

지금의 부인이 과거에 여자친구였을 때, 제 방에 놀러오면 항상 양말을 뒤집어서 벗더라고요.  
부인도 혼자 자취를 했었기에 그렇게 벗어놓으면 빨래 할 때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그대로 빨고 널을 때 뒤집는다는 무서운 말을 해맑게 하길래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때가 잘 지지 않을텐데 괜찮냐고 했더니, 부인은 '아, 그거는 세제를 세배로 넣으면 해결돼' 라며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라고요.  
순간 내가 빨래를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속을 뻔했습니다.  
부인에게는 아이구 똑똑해했지만 속으로는 뭔지 모를 공포심과 함께 결혼하면 빨래는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혼 25일차인 오늘까지, 결혼 후 빨래를 네번정도 했는데 부인의 양말은 항상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양말과 속옷은 한번 손으로 애벌빨래를 하는데 양말 몇켤레 뒤집는게 은근히 성가시더라고요.  
그래서 부인에게 양말 내놓을 때 뒤집지 말아달라고 몇번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부인이랑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하면서 이른 시간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내일이 휴무라 쉬면서 뭐할지 얘기하다가 빨래해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부인이 엄청 곤란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자기가 어제 양말을 뒤집어 놓은것 같다며 사실 그저께도..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양말 뒤집어 놓은 걸 낑낑대면서 말하는게 웃겨서 괜찮다고 하면서 재웠습니다.
그런데 잠든지 한 삼십분쯤 됐나, 부인이 갑자기 잠에서 깨더니 이불을 확 걷고 세탁실에 가서 빨래통에서 양말을 찾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단 침대에 눕혀놓고 얘기를 들어보니, 꿈에서 제가 양말을 뒤집어놨으니 이혼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너무 웃겨서 '여보야 그거 개꿈이야' 했는데, 갑자기 부인이 저한테 어떻게 그런걸로 이혼하자고 하냐고 너무 무서웠다고 그러면서 저를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요..
좀 억울하지만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재웠습니다.  
너무 무서웠다고 다시 잠 못잘것 같다고 하더니 오분만에 잠드네요.
코까지 고롱고롱 곱니다.
꿈에 나올 정도면 부인도 양말 뒤집는걸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저는 제가 부인한테 많이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인도 그만큼 제 삶에 방식에 맞춰주느라 힘든점이 있었을테죠.
6년을 연애했는데도 같이 살아보니 새로운 모습이 또 보이네요.
이런 사소한 습관들 부부가 비슷해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댓글
  • 시골아그 2017/11/22 23:19

    헐~! 귀여워라~! 귀여운 아기부부로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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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양 2017/11/23 00:13

    제 남편이 양말을 항상 뒤집어놔요 ㅠ
    빨래할때마다 양말 다시 원래대로 뒤집기가 은근 성가셔서
    뭐라했더니 그냥 그상태로 빨면 되는거 아냐?라고...지금은 포기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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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집야채볶음 2017/11/23 00:15

    ㅎㅎㅎ 너무 흐뭇해서 글 읽는 내내 엄마미소로 읽었네요 ㅎㅎㅎ 지금처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시면 앞으로 행복한일만 있으실것같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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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드러지다.. 2017/11/23 00:18

    저희 신랑도 매번 양말을 뒤집어 놓습니다
    여간 성가신게 아니지만 저는 말하지 않아요...
    저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신랑이 잔소리할때 히든 카드로 쓰기때문에 ㅋㅋㅋㅋ 성가심을 이겨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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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나비 2017/11/23 00:19

    전 아직 싱글인데 집에서 제가 빨래를 주로 하는데 동생놈이 그렇게 양말, 옷을 뒤집어 놓아요. 매번 잔소리하는데도 그대로여서 이젠 그냥빨고 그냥 개켜놓습니다. 불편하겠거니.. 느껴봐라 했는데 별 불편함없이 그냥 뒤집어서 입고 신더군요.-.-...
    그래서 저희집 양말함에는 같은 양말인데 한쪽은 뒤집힌채로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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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에엘케인 2017/11/23 00:19

    아니 두 분 다 왤케 귀여우세요ㅜㅜㅜㅜㅜㅜ
    나도 깨볶고 살지만 넘 부러운 부부일세.
    처음에 맞춰가는게 진짜 어렵고 많이 싸우는 건데 이렇게 귀엽게 사시면 어쩌란거임? 백년해로나 하시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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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가가 2017/11/23 00:25

    작성자 : 그래 꿈에서 이혼하고 와~ 그리고 와서 다시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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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카푸 2017/11/23 00:35

    근데 갑저기 드는 생각인데 정작 살에 닿는 부분은 안쪽이니까 뒤집힌 상태로 빠는게 맞...을리가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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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볼 2017/11/23 00:41

    남편에게 양말꽃을 선물하는 귀여운 부인님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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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분 2017/11/23 00:43

    아 부인분 너무 귀여우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잔데도 부럽네요 행복하시겠어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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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팔 2017/11/23 00:46

    양말로 이리 달달하다니 허허
    에... 뭐 저는 뒤집어서 빨고 신을 때 원복합니다. 먼지보다 발 각질이 더 신경쓰여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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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xe 2017/11/23 00:48

    음..? 중학교때 가정선생님이 양말 빨래는 뒤집어서 하라고 하셨는데...
    양말 안 쪽의 실밥이나 먼지가 바깥으로 나오기 위해서 뒤집어서 빨래를 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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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핥핥 2017/11/23 00:52

    제 보스께서는 제발 밥 먹고 그릇에 물좀 부어만 놓아달라고 해도 쿨하게 생까시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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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럭꼼 2017/11/23 00:52

    여러분 지금 양말을 뒤집어 빠느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지금 작성자님은 자연스럽게 빨래를 전담하게 되셨습니다.
    작성자님 아내분의 빅픽쳐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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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쿤 2017/11/23 00:53

    신발 벗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면 바르게, 신발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면 뒤집어서 빠는 게 맞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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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모닉333 2017/11/23 00:54

    으하하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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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없는돌쇠 2017/11/23 00:58

    스트레스 받지 마시구요, 아내가 집에 오면 손수 양말을 벗겨주세요. 그럼 자연히 해결됨.
    근데 제가 그렇게 하다가 애가 셋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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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릿 2017/11/23 00:59

    http://blog.naver.com/fountain64/220965687431
    가끔 뒤집어서 빨아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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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 2017/11/23 01:10

    세탁망처럼 속에 먼지가 쌓일 수 있어서 뒤집어 빨고 널 때 뒤집어서 먼지를 털어주는 분들도 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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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사전 2017/11/23 01:15

    어..저는...모든 빨래는 뒤집어서 세탁하는데..
    저는 빨래 깨끗이 하려는 이유는 아니고
    아무래도 세탁기 속에서 돌려지면 마찰 때문에 옷이 상하기 쉽기 때문에
    뒤집어서 넣으면 겉감은 마찰 해짐이 덜해진다고 생각해서요..
    양말도 세탁할 때 일부러 뒤집어서 넣는데.. 오히려 일부러 뒤집는게 귀찮아서
    그냥 똑바로 넣게 되는 경우가 많아 양말에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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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나히치 2017/11/23 01:17

    ㅋㅋㅋ이런글에 댓글들이 ㅋㅋ모르던 사실배웠네요 ㅋㅋ
    울신랑도양말 뒤집어놓는거때문에  뭐라하는데 가끔 뒤집어서도 빨아줘야겟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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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명의나락 2017/11/23 01:17

    (혼란)원래 뒤집어서 빨아야 되는 거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옷이든 양말이든 항상 뒤집어서 빨아왔는데... 셔츠는 단추 채운 채로 뒤집어서 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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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ouette 2017/11/23 01:22

    1. 세탁시 양말의 안쪽 부산물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음
    2. 해서 바르게만(뒤집어서만) 벗어놓는 사람은 오히려 가끔씩 반대 부분을 행구거나 빨아줘야 함
    3. 남편 양말 : 가끔씩 뒤집어 빠는 것을 추천
    4. 아내 양말 : 뒤집어 진 채로 빨고 난 후 바른쪽으로 바꿔 털어내고 널거나 마른 후 털어내는 것을 추천
    양말 뒤집어서 벗어 놓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자다 깰 정도로 스트레스 받으시는거 같으면
    남편분이 '좋은게 좋은거다 내가 좀 고생하지'하고 양보하시는 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
    부부사이에도 딜은 필요하거든요 ㅋㅋ
    양말 하나 양보하고 다른거 양보 받으심 대죠 ㅋㅋ
    하지만 공 모양으로 말아놓는 사람은 진짜 노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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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뽈따구 2017/11/23 01:26

    너무 귀여워요 :) 그런데 자기 아내는 부인이라고 호칭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ㅅ; 남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하고 자신의 아내를 호칭할 때는 말 그대로 아내, 집사람, 처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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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식주의자 2017/11/23 02:04

    아 진짜 넘나 귀엽...ㅠㅜㅠㅠ두분 다 사랑스러우심ㅠㅠㅠ
    습관이 고치기 어려운거라 확 고쳐지지는 않겠지유ㅠ
    그래도 그걸 고치려 노력하는 아내님의 모습과,
    그 고됨을 알아주는 글쓴이분이 정말 미치도록 사랑스러워요ㅠㅠㅜㅠ
    내 노력을 알아주는것만큼 스윗한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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