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충청북도 제천시에는 그리는 대로 모두 현실로 나타나는 신비한 그림에 관해서 내려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옛날, 서로 친구인 가난한 청년과 부자 청년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청년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어려워지자, 부자 친구가 있는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부자 청년은 종이에다가 학 한 마리를 그려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그림의 학 다리를 하루에 한 번만 회초리로 때리게. 그러면 자네가 쓰기에 필요한 만큼, 돈이 나올 걸세. 명심하게, 하루에 한 번만 때려야 하네.”
부자 청년은 가난한 친구에게 그림과 회초리를 주고서, 그를 집 밖으로 배웅해 주었습니다. 학 그림을 받은 가난한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의 말이 믿기지가 않아서, 그림을 펼쳐 놓고 시험 삼아 회초리로 학의 다리를 한 번 때려 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돈이 가득 찬 꾸러미 하나가 정말로 그림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졸지에 돈을 얻은 가난한 청년은 이왕 돈이 생긴 김에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한양의 유명한 기생집(나이트 클럽이 딸린 지금의 초호화 호텔과 비슷한 시설)으로 가서는 아름다운 기생과 즐거운 음악을 감상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돈을 쓰는 재미에 빠진 가난한 청년은 하루에 고작 돈 꾸러미 하나만 나오게 해서는 부족하다고 여겨서, “이왕이면 학 다리를 20번 쯤 때리면 그만큼 돈 꾸러미도 20개는 나오겠지?”라고 생각하고는 회초리를 들고 그림의 학 다리를 20번이나 때리자, 학 다리가 그만 부러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그림에서 돈은 나오지 않았고, 이윽고 돈이 없어지자 가난한 청년은 기생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차마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었던 가난한 청년은 다시 부자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부자 청년은 이번에는 크고 화려한 기와집과 아름다운 처녀 한 명을 그림에 그려 주고는 “100일 동안 웃지 말게. 그럼 모든 게 자네 것이 될 걸세. 하지만 웃으면 모든 게 사라질 걸세.”라고 말해주고는 그림을 넘겨주었습니다.
부자 친구로부터 그림을 받은 가난한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큰 소나무 밑에서 그림을 한 번 펼쳐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나자 자신은 큰 기와집 안의 방에서 비단 이불 위에 누워 있었고, 자기 눈앞에는 그림 속에 그려졌던 아름다운 처녀가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난한 청년은 큰 기와집 안에서 아름다운 처녀를 데리고 즐겁게 사느라 고향의 가족 생각은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100일이 딱 되던 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다가 그만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리자, 기와집과 처녀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든 걸 잃어버린 가난한 청년은 또 다시 부자 친구에게 찾아가니, 그는 돈이 잔뜩 들어간 큰 상자를 그림에 그려주면서 “이 돈 상자에 하루에 한 번씩만 손을 넣으면 자네가 필요한 만큼 돈이 나올 걸세. 하지만 내가 도와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세.”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림을 가지고 가던 가난한 청년은 돈이 든 상자에 손을 넣었고, 즉시 그의 손에 수많은 동전들이 잡혔습니다. 돈이 생긴 청년은 처음의 기생집 생각이 나서 곧바로 지생집으로 달려가 자신이 가진 돈을 보여주며 거기서 또 기생과 음악을 구경하며 즐겁게 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생집 생활은 돈이 많이 필요했고, 가난한 청년은 친구의 당부도 무시하고 하루에 2~3번씩이나 계속 돈을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손을 넣는 대로 돈이 나와서 청년은 안심했으나, 며칠 후에 갑자기 들이닥친 포졸들이 청년을 체포해 관아로 끌고 갔습니다.
관아로 끌려 간 청년은 심문관한테 “요 며칠 사이 계속 나라 창고의 돈이 없어지기에 포졸들을 숨겨 놓고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창고 지붕에 구멍이 뚫리고 거기로 돈이 올라가서 하늘로 날아가기에 돈이 가는 곳을 쫓아가 보았더니 바로 네가 머무는 기생집이 나오더구나. 너는 대체 무슨 요망한 도술로 나랏돈을 훔쳤느냐?”라고 추궁을 받았습니다.
겁에 질린 청년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다 말했고, 이에 포졸들이 부자 청년의 집으로 달려가 그도 체포해서 관아로 끌고 왔습니다.
두 청년들은 “너희 같이 요망한 재주를 가진 자들은 살려둘 수 없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형을 집행할 날이 오자, 그들은 거리로 끌려 나와서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부자 청년은 “죽기 전에 그림이나 딱 한 번만 그리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해서 붓과 종이를 받고는 거기에 하얀 말 한 마리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부자 청년은 가난한 친구를 바싹 끌어당기더니, 하얀 말 그림의 위에 올라타 앉고서 “백마야, 가자!”라고 외치자 그림 속의 말이 두 사람을 태운 채로 살아서 움직이더니 그림 바깥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두 청년들은 백마를 탄 채로 하늘 높이 날아서 사라졌고, 그들을 죽이려고 온 사형 집행인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넋이 빠져서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았을 뿐이었습니다. 그 후로 백마를 타고 간 두 청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뒷산 꼭대기에서 친구한테 조냉 쳐맞았을듯
백마타고 올라가서 회초리로 진짜 줘터지게 맞았으면
왜 가난했는지 알겠구나.. 기생집을 그리 다니니....ㄷㄷ
친구가 보살임.
하늘로 날아올라가다가 떨궜으면...
친구가 너무 착하다....
저 헉 한마리로 난 만족할 수 있을텐데ㅜㅜ
신통력 있는 사람 사형시키려고 하면서 마지막 하고싶은거 하라고 하는건 뭔데 ㅋㅋㅋㅋ
이 정도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인데..ㅋㅋㅋ
근데 재밌다ㅎㅎ 어렸을 때 전래동화책에서 보던 기억이 나서 더 재밌네요^^
한국 설화 소원 그림
도사란 무엇이냐!
지나가는 선비가 안나오기때문에 패스~
부자 친구도 따지고 보면 주인공이 자기 도술로 나랏돈 빼먹게 만든 교사범입니다
착하다고 볼 순 없음
쉽게말해서 남자가 돈생길때마다 빡촌다닌거네..국고로...
가난한놈 핵발암 ㅋㅋ 왜 가난한지 알겠음
고담(古談)에서 금기(禁忌)가 나온다는 것은, 십중팔구 그 금기는 깨져서 그에 따른 대가를 돌려받는 구조가 전제되어 있더군요 ㅋㅋㅋ
우연히도, 본 글의 전설의 배경지역이 된 제천에 있는, 삼한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는 의림지에도 그런 금기어린 전설이 한 몇 가지 있지요. 대표적으로 의림지 전설이라던가... 흔히들 장자못 설화처럼 그럽디다. 시주를 청하는 중에게 똥바가지 퍼부은 영감을 대신해 착한 며느리가 백미 한 말을 시주하니까 그 중이 아무날 아무 때에 천지가 진동하는 조화가 일어날 것이니 서둘러 이곳을 떠날 것이로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는 말만 남기고 곧장 가 버려서 며느리 역시 그 말을 좇아 떠났는데, 등 뒤에서 과연 우지끈 소리가 나기에 뭔 소리인고 싶어 돌아보았더니 집이 있던 곳엔 큰 못이 생겨나있고 며느리는 곧장 돌이 되었다던가요.(전설에 따라서는, 곧장 그 길로 중을 따라가던 며느리에게, 중이 그제서야 '이제 가택이 있던 곳을 보시오.'라고 해서 뒤돌아보았더니 자기가 시집갔던 집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못이 생겨나있었더라에서 끝난 전설도 있었습니다. 물론 며느리에겐 아무런 패널티가 없었고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의림지 전설 중에는 또 그게 있어요. 그 이후로 비가 와서 물이 불 때면 그렇게 못에 가라앉은 가택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제법 값어치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세간도구가 떠올라보일 때가 있는데 이 때 의림지에 그 세간도구를 건지러 들어가지 마라고요. 가는 순간 욕심으로 인한 화를 입는다나 뭐라나.
그나저나, 본 글과 비슷한 전설 역시 있는 모양입니다. '이화선생'이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역시 그림을 이용해서 친구를 도와주는데 그 친구네가 그만 욕심을 부려서 뒤탈을 겪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풀어보자면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이화선생이란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무날 아무 때에 대비하여 목욕재계한 뒤 소쿠리 같은 것들을 많이 준비해놓으라고 부인에게 일러놓고는 어딘가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화선생이 출타중일 때 하늘에서 갑자기 벼들이 우수수 내리는 거였더랬죠. 처음에 부인은 '이제야 쌀다운 쌀을 먹겠구나. 이것들을 모두 받아서 친구네에게도 주고 이웃에게도 주고 오랫만에 선심내보자'했는데, 어랍쇼. 평소 찢어지게 가난한 터에 글줄이나 읽는 남편이 갑자기 그래 말하고 사라지니 뭐가 뭔지 황망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코웃음만 치고 넘어갔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결국엔 죽어라 뛰어다녀 겨우 한 소쿠리밖에 못 건졌고 그 이후로는 부인도 크게 조심하게 되었다지요.
그 뒤로 어찌저찌 형편이 다소 피게 된 이후, 그러한 남편 이화선생의 신통력(?)을 알게 된 뒤에 하루는 부인이 여차저차 말을 꺼냈더랬습니다. 저으기 산 넘고 물 건너 어느 시골에 친구네가 매우 궁벽하게 사는데 당신의 그 신통한 능력이면 뭐 도와줄 방도가 없겠느냐고. 이화선생도 곰곰이 생각하다가 친구네 집에 닭이 그려진 그림 족자 하나를 선물하면서 친구에게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닭의 눈 부분을 두드리면 그림 속 닭 부리에서 쌀이 한 톨씩 나올테니까 그렇게 하루에 한두 됫박 정도만 챙기라고요.
그래서 친구가 그렇게 하고 있는데, 마침 친구의 부인이, 남편이 쌀만 가지러 갔다 하면 항상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는 방에 들어가서 뭔 수작(?)을 하는 것 같아 뵈니까 요상하다 싶어서 몰래 창호지에 구멍내서 보니 남편이 그래 조화를 부려 그림에서 쌀을 꺼내는 걸 보게 된 겁니다. 그래서 언젠가 남편이 출타하고 없을 때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생색낼 겸 마구 그림을 두들겨 쌀을 뽑아내는데, 이게 화근이 되어서 친구네가 관아에 체포됩니다. 알고보니 이 쌀이 나랏님네 곳간에서 나오는 쌀이었는데 한두 됫박 꺼내먹을 땐 꼬리가 밟히지 않았는데 친구네 부인이 마구잡이로 쌀을 뽑아낼 땐 쌀알이 톨톨이 궁궐 곳간에서 그 친구네에까지 이어져있어서 결국엔 꼬리가 밟혔다고 하지요.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사연을 알게 된 나랏님이 '그 이화선생이란 자는 내버려두면 장차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해서, 그림 재주를 시험해본다는 명목으로 이화선생을 잡아들이게 합니다. 그래서 일단 그림을 그려보게 했는데 이화선생은 폭풍우에 시달리는 바다 위의 배 한 척을 그려놓고는 나랏님께 타 보시겠느냐고 권유하는데, 그걸 누가 선뜻 타려고 하겠나요. 그래서 나랏님이 나는 못 타겠다 네놈이 타 보거라 했더니 그래서 그 이화선생이 하는 말이 이거였습니다. "네. 그럼 저는 이걸 타겠습니다. 타고 멀리멀리 절에 가서 스님이 되겠습니다. 대신 제 친구를 잘 보살펴주십시오."라고 하면서 그림 속의 배를 타고 멀리멀리 그림 속의 바다 저편으로 사라져갔다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서 본거 같은데요.
아니 그래서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그림은 왜 안올리시나요? 그림보고 여친 생기게 해달라고 했는데...
영화 전우치에서 전우치가 왕 농락하고 그림 안에 말타고 도망가는거 생각남!!!
자, 그래서 그림은 어디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