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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민심은 참 무서운 것...

저는 오래전부터 민주당 지지자이고, 지난 대선에 미심쩍으면서도 문재인을 찎었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요. 비교 우위를 점하였기에...


내가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  집사람이 간혹 동조 안 하는 겁니다. 그동안... 대놓고 반박하지 않지만,,, 어느 날 정색하여 물으니, 안철수가 좋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안철수가 안랩 창업 시절 1천억원대를 사회에 환원히였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에세이 비슷한 책을 아내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안철수에게 뿅 가서 지지한다 싶었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련 당대표할 때 비주류로부터 엄청 공격받았었고, 안철수가 탈당할 시기에, 언론에서 각인한 "문재인은 무능하다."는 마타도어에 아내가 세뇌되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 후로 가급적 아내에게는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 지지 / 거부 의견은 삼갔습니다.


굳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서로를 불편하게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오랜 경혐 끝에 가족과 친척, 친구에 대해 정치적 식견은 존중해주자는 입장을 터득하였고, 정치적 식견이 다른 사람과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활 신조로 삼게 되었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아내에게 넌지시  누구를 찍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안철수 찍었노라고.


큰아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큰 아들 놈은 조금 머리에 의식이 들어있는 놈입니다. 심상정을 찍었답니다.


'이놈이 문재인 찍는다고 한 것 같은데...' 


원래 문재인 찍으려 하였지만, 문재인이 당선될 게 확실해서 먼 미래의 나라 발전을 위해서 심상정에 힘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리 찍었답니다. 아버지가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걸 알기에 조금은 변명하듯 투표 이유를 말합니다.


둘째 아들은 군 입대 중입니다. 8월에 휴가 왔기에 너는 누구 찍었냐고 물어봤습니다. 이 녀석은 난봉꾼 비슷해서 사회 돌아가는 것에 큰 관심이 없고, 친구와 술 마시고 게임하는 것에 열심인, 형보다는 의식이 뒤쳐지는 녀석입니다.


"전, 뭐, 문재인 찍었어요."

"군대의 상관이 누구 찍으라는 말들은 없었냐?"

"그런 것 없었어요. 그냥 다들 찍고 싶은 대로 찍었어요."


의식이 없는 놈이지만, 문재인 찍었다고 하니, '그래, 네가 차라리 효자다.'는 생각이 들어 잘 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오늘 집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아내도 옆에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안철수 갤러리 화면이 PC 모니터에 펼쳐져 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변명하듯, 안철수가 이러이러하니 내가 이런식으로 글 썼고, 도, 그런 글에 관심 가진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맞장구 치는 양 말합니다. 


"안철수가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대선 이후로 ..."


제가 용기를 내어 안철수를 타박하는 말을 꺼냈습니다. 제발 동의해 달라는 심정으로...


'안철수가 너무 오락가락하고 간 보며 말 바꾸는 것 같에. 지난 번에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이라 해놓고, 여론이 나빠지니 MB 발언이 적반하장이라고 하질 않나..."


그러자 아내가 의외로 빨리 동조합니다.


"맞아요. 안철수가 문 대통령을 너무 질투하는 것 같아요. 뭔가 대통령이 못해 버렸으면 하는...  대통령이 요즘 아주 잘하잖아요. 지난 정부가 너무 못한 것을 바로잡는... 잘하는 데 비판만 하는 것은 안철수가 문제 있다고 봐요."


이런 대화를 몇 꼭지 나누고 아내는 자기 방으로 가서 컴하고 저는 이 글을 씁니다. 아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우리 집은 TV를 거의 안 보고 신문도 구독하지 않습니다. 주로 각자 방에서 컴을 하거나 사무실에서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하는 정도이지요. 그럼에도 안철수를 이제껏 좋아하던 아내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안철수가 시기 질투심에서 일 잘 하는 대통령을 사사건건 반대한다며 빨리 망가졌다고 인식하는 걸 보면, 여론이 참 무섭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강압적으로 '안철수는 나쁜 넘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라'라고 강요했으면, 아내가 이렇게 인식을 바꿀 리 만무하지요.


여론은 공기와 같은 것, 어느 새 공기가 퍼져서 아내의 가슴 속에도 안철수가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자리잡은 모양입니다. 정치인과 정치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여! 민심을 무서워하고 민심 앞에 겸허해집시다. 이건 조선일보도 어쩌지 못하는 민심의 무서움입니다.


댓글
  • nuuuuii 2017/11/17 23:20

    멋진남편이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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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리골드 2017/11/17 23:21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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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usheti 2017/11/17 23:21

    진심은 통하는거고 가식은 오래가지않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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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어택 2017/11/17 23:22

    저는 안철수가 저번에 미국에 간 대통령 전화를 받고 보좌관과 둘만 알고있으려고 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정말이지 공적인 마인드가 코딱지만큼이라도 있는 인간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하는 공포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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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원 2017/11/17 23:23

    타임어택// 진짜 이거 저도 소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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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nn 2017/11/17 23:24

    그래서 정치인은 오래 봐야하는거 같아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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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어택 2017/11/17 23:24

    단지 안철수에 대한 증오심,미움이 아니라,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내 삶이 바뀔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심이요.
    절대로 큰자리에 가서는 안될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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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nn 2017/11/17 23:25

    [리플수정]타임어택// 아니 대통령이랑 전화통화한걸 왜 둘만 알아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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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위한멜로디 2017/11/17 23:25

    타임어택// 저도 그 얘기 무섭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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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imal 2017/11/17 23:27

    글 잘쓰시네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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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어택 2017/11/17 23:31

    Hannn//그러게요.대통령이 미국 가면서 김이수였나 김명수였나..어쨌든 표결 좀 잘 부탁한다고 국민의당 을 대표한 당대표에게 건 전화를 보좌관과 둘만 알고있으려고 했다고....박지원은 그것도 모르고 대통령이 우리당에 따로 전화라도 했어야 한다며 입털다가 개망신을 당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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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동차렷 2017/11/17 23:44

    글잘쓰시네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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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션스 2017/11/17 23:53

    이승만각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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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네그리프 2017/11/18 00:04

    글 잘쓰시네요 잘읽고갑니다
    찰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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