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코우님( @kyotocou )의 트위터에 올린 대지진 경험담을 텍스트만 복사해 정리했습니다
저는 2016년 4월에 있었던 쿠마모토 대지진 경험자입니다.
제가 있던 지역은 7.6의 강진이 왔었고 트라우마도 어마어마합니다.
지진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서 제가 겪은 지진에 대해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살던 곳은 쿠마모토에 근접해있는 벳푸라는 곳 입니다.
학교는 산 정상쯤에 위치해있고 학교 건물과 기숙사는 완공한지 20년도 안 된 새 건물입니다.
일본이므로 내진설계가 되어있는 곳이라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캠퍼스 바닥과 ATM이 부서졌었죠.
복도식 건물은 끝일수록, 고층건물은 높을수록 피해가 큽니다.
더 잘 흔들리며 흔들리는 폭이 크기 때문이에요.
당시 복도식 기숙사의 끝방이었던 제 방은 행거가 벽에서 빠지고 찬장에서 간장병이 떨어지고 냉장고가 저절로 열려 내용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지진문자 온다음에 3초 만에 바로 지진이 오는데 어떡하라는거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건 일본도 다 똑같고 아마 어딜가도 다 똑같을거에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앞을 멀리, 또 정확히 내다 볼 기술은 없는걸로 알고 있어요.
그냥 책상밑에나 들어갈 정도의 시간을 주는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본진 오기 전날 밤에 3도정도의 지진이 왔었는데, 그때는 지진에 트라우마도 없어서 그냥 어 바닥 좀 흔들렸나 하는 정도였어요.
제가 좀 둔하기도 했고 복도에 나가니까 지진은 처음겪는 친구들이 많아서(학생의 반이 외국인인국제학교) 이게 지진이구나 신기하다 라는 말을 했던것 같아서 어느정도 신기해 하시는 분들은 이해가요. 우리는 겪은 적이 없으니까요. 큰 피해를 바로 옆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근데 다음날 본진이 온 이후의 분위기는 정말 처참했어요.
본진은 새벽 3시쯤에 온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친구들이랑 TV를 보고 있었는데 엄청난 소리로 휴대폰이 경보음과 함께 지진입니다 지진입니다 하고 크게 울렸어요.
전 일본어와 문화 공부는 했지만, 지진에 대한 큰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뭐냐고 했더니 응? 지진인가본데? 하는 가벼운 대답을 하고는 친구는 창 밖(다른 기숙사 동)을 살폈습니다.
3초간 별일 없자 뭐야 안오는데? 하고 도로 앉자마자 저 멀리있는 동부터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공포는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 비명소리가 점점 크고 가깝게 들리면서 땅이 흔들리는 소리(쿠구구구구구)가 들리면서 건물 내부가 달달 떨리기 시작합니다.
달달에서 덜컹덜컹으로 바뀌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한 방에 다섯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하나 섣불리 책상 밑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침대위에 모여서(바닥은 물건이 비오듯 떨어져고 있기 때문에) 오들오들 떠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어요.
문을 열어두기엔 사방에서 물건이 떨어져서 역부족이었고요.
그날은 그렇게 건물과 좀 떨어져있는 주차장에서 몇시간을 대피했고 기숙사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고 들었어요.
그날 새벽은 여러 파편으로 엉망이 된 방을 치우느라 다들 밤을 샜고, 아침이 되자 문을 열어놓은 채로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큰게 왔으니 끝일 줄 았았고 다들 입학하자마자 욕봤다는 분위기였는데 그 후 2주간 정말 잠을 하나도 못자고 폐인 상태로 지냈습니다.
여진이 1시간~ 10분 간격으로 꾸준히 왔거든요.
심지어 일본인들 중에서도 충격에 호흡곤란이 온 친구도 있을정도로 모두 패닉이었습니다.
경보에 미친듯이 예민해졌죠.
다들 잠도 못자고 영화에서 보는 피난소 장면을 그대로 빼다박은 것 같은 때 였습니다.
다들 서로 부둥켜앉고 24시간 뉴스는 속보로 가득 차고 일본 트위터에는 언제 물이 끊긴다더라 하는 거짓정보가 끊이지 않아서 긴장감은 고조되기만 했어요.
식량을 확보해야겠다 싶어서 학내 마트에 갔지만, 진짜 재해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빵 한 조각에 우유 두 팩. 정말 횅했어요.
되게 두서없이 써버리긴 했으나 아무튼 전 되게 심한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천둥이 치건 말건 할거 하던 사람인데 경보때문에 소리에 민감해져서 천둥소리나 트럭,버스등 큰 차가 붕 하고 지나 갈 때 호흡이 가빠집니다.
지진 글자만 봐도 사실 아직도 많이 긴장 됩니다.
당시 여진이 계속되자 휴교령을 내려서 한국에 돌아갔었는데, 돌아가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이 느껴지고 경보 환청이 들리고 물이 흔들리는 것 같고 재난지를 떠나서도 트라우마에서는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걱정되시는 분을 마음 너무 잘 알고 많이 걱정되시면 책상 밑에 물병이랑 비상식량, 담요 두시는 것 추천드려요.
그것 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진정 되더라고요.
저는 건물 무너져서 책상밑에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계산까지 해보곤 했지만 없는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지진 안나면 너무 좋은 거고, 도로 치우면 되니까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 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재해는 예측하기 힘들며 더욱이 한국이라면 대처하기 어렵습니다...ㅠ
여담이지만 지진때 건물은 안흔들리는거보다 흔들리는게 더 나아요.
연필에 충격주면 부러지지만 고무에 충격주면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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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생계가 달린 문제를 겪은 분들도 있고 미래의 진로가 걸린 일이 미뤄져 혼란에 빠진 분들도 있고...
물리적 피해는 진앙지 근처에 집중되긴 했지만 남이 아닌 우리의 이웃입니다.
피해가 조속히 복구되고 이후에 있을 여진들이 추가 피해없이 조용히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벳푸하고 구마모토하고는 굉장히 많이 떨어진 곳인데...
벳푸까지 진동이 심했나 보네요
진도7짜리 경험한 분께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이곳 경북에서 작년에 이어 이 재난을 두번 느껴본 개인경험으론 사람이 패닉상태가 된다는 게 뭔지 알겠더군요. 손발 쓸 수 없는 그 죽음의 공포는 안 겪어보면 모릅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원인이 된 동북대지진을 일본 동경 출장중에 직통으로 맞았었습니다.
당시 외교통상부에서 받은 문자를 찾아봤어요.
"Let your family know you are safe."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네요.
휴대전화 음성망은 통제돼서 얼마 없는 공중전화에 길게 줄이 형성돼 있는걸 보았고,
그렇다고 로밍중인 폰에서 한국으로 문자를 발송해도 바로 전달이 안되고 30분~1시간 정도의 딜레이가 있었던 기억입니다.
오죽하면, 외교통상부에서 보낸 문자조차도 통신망 폭주로 인해 지진 발생 후 수 시간 후에야 저한테 전달된거 보면, 말 다했죠.
무섭네요.
저도 동일본대지진 때 도쿄에 있었죠. 본진이 있었을 때 땅과 건물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주변의 고층 건물에서 유리창이 파르르르르르르 하며 떠는 소리가 온 공중을 메우고 ㅠ 옆에 있는 일본 친구는 "저게 깨지면 우리는 이제 죽는거야"하고 말했죠. 수천만 조각의 유리가 깨져서 사람들을 향해 떨어지는 상상을 하면서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여진이 몇 달이나 반복되어 가만히 있어도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커다란 투명보울에 물을 담아놓고 물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짜 지진이 왔는 지 확인했는데......결국은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할 때 즈음 너무 힘들어서 정신건강을 위해 서쪽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오사카의 호텔에서 수소폭발한 원전 뉴스를 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작년 경주지진, 함안지진겪고 이번에 포항지진 겪고.. 큰 진동(5~10초정도 떨림)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함안지진은 쿠구궁 소리까지 두번들리고 동네개들이 다 짖고 난리... 그 이후로 큰 트럭지나가는소리만 들어도 무서웠어요. 그리고 바람이 불어서 창이 떨리는 소리도 무섭고 개들이 막 짖어도 혹시나 또 지진오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1개월가량 그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니까 심장이 안좋아진다는게 어떤건지 알수있을것 같았습니다.
다른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나 진동을 못느끼셨던 분들은 천만다행으로 내지역 피했구나 하고 지진대비 잘 하시고.. 제발 저번처럼 호들갑떤다던지 유난이라던지.. 그런말은 안나오면 좋겠네요.. ㅠ
오늘도 지진겪고 멘붕와서 몇자 적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