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38)

치이익.
감압이 끝나고
헬멧을 벗은 키리토는 쉴 틈 없이 기침해댔다.
산소공급장치로 누출된 냉각수가 섞인 탓에
물방울을 대거 흡입하고 말았다.
『괜찮아요, 대장?』
잭슨이 키리토의 등을 두드리며 물어왔다.
키리토는
폐부에 남은 물 찌꺼기를
거의 다 토해내고 나서야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추락 시간은요?』
『48분 남았습니다.』
해체작업의 진척도는
고작 50%.
이대로면
추락 직전까지 전부 마무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인지한
휴스턴의 존 그리핀이 이런 무전을 보내왔다.
-미션이 실패한 건 아닙니다.
우린 최대한 노력했어요.
도킹 해제를 준비하십시오.
『위험물질이 남아 있어요.』
-천궁 1호와 같이 불구덩이로 추락할 셈입니까?
거긴 탈출 모듈도 없습니다.
키리토의 시선이
유리창 밖의 고장난 우주정거장을 향했다.
다행히도
'토끼발'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저 안에 담긴 기후촉매의 50%는
그대로 낙하해
지구 어딘가에 고통을 줄 것이다.
‘가만. 기후조작?’
제어에 실패해 날뛰고 있다뿐이지,
촉매 본래의 성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구의 화학을 엿보기 전의 자신은 불가능했겠지만,
지금이라면
저 촉매를 그에 걸맞게 조작할 수 있다.
대기의 흐름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니까.
『40분. 저한테 40분만 주세요.』
-불가능합니다.
도킹해제에 최소한 20분이 들어가요.
잭슨이 휴스턴의 무전에 뒤이어 대답했다.
『5분이면 가능하도록 맞출 수 있습니다, 대장. 그렇지 첸?』
『당연히.
이게 중국 기기보다 조작하기 편하거든요.』
-잭슨 중령! 첸 대원! 무슨 소리야!
『부탁드릴게요.』
키리토는
벗었던 헬멧을 착용하고
감압 버튼을 눌렀다.
『카이토!
화합물 박스를 넘겨줘!』
실험 모듈 쪽에 외치자
카이토가
큼지막한 상자를 키리토에게 밀어주었다.
무중력의 움직임으로 익숙하게 받아낸
키리토가
감압실의 문을 닫았다.
-제발 살아서 나오십시오.
존 그리핀의 포기한 듯한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전해졌다.
『노력해 볼게요.』
비좁은 통로를 지나,
키리토는
자신을 우주 밖으로 쫓아낸 실험구역 앞에 섰다.
“이번에도 날 튕겨내 봐.
오스카와 카이토가 또 구해줄 거니까.”
듬직한 동료 덕분에
저 밖이 더는 두렵지가 않았다.
가져온 화합물 박스를 열고,
기후촉매가 덕지덕지 붙은 외벽을 직시했다.
언제부턴가
지구는
본래의 황홀한 화학 규칙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었다.
남극의 오존홀에서
그것을 충분히 목격했고,
일본에서도
매년 더워지는 여름,
더 추워지는 겨울을 경험하며
간접적으로 체험해 왔다.
이 붉은 가루들을
지구가 본래의 규칙을 지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그러면
지구의 화학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 보자고.’
추락하고 있는 우주정거장 안.
한 화학자이자
어떻게 보자면 과학의 신이자
데우스 오브 마키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3인의 프리텐더 중 한 명의
의미 있는 연구활동이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