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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실사주의: 영화적 리얼리즘인가, 스펙터클의 족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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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덩케르크]를 기점으로 이후 더욱 강경한 실사주의 노선을 확립하며,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촬영와 편집의 전통적인 정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영화 연출을 발전시켰다.

놀란은 영화가 단순히 디지털 효과의 조합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사건을 촬영하고,

이를 편집과 사운드를 통해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본다.
이러한 고전적 영화 문법에 대한 집착은 그의 필름 촬영 고집에서도 드러나며,

시각효과(VFX)보다 실제 세트, 미니어처, 실사 액션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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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의 경우, 이러한 접근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는 실제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공중에서 촬영했고, 대규모 세트를 활용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하지만 덩케르크에서도 일부 장면에서는 CG를 "너무" 배제한 결과,  후경이 지나치게 휑해 보이는 문제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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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해안에서 철수를 기다리는 병사들의 숫자,

후반부에 "대규모로" 몰려오는 민간 선박들의 수가 실제 역사기록에 비해 너무 적어 보였고,

이는 전장의 규모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고증 논란도 발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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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에서는 이 문제로 기어코 홍역을 치렀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스탈스크-12 작전"은 놀란의 실사주의적 접근이 제대로 된 한계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영화의 설정상 이 장면은 시간 역행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대규모 작전으로서,

아군, 적군을 막론하고 시간을 순행하는 이들, 역행하는 이들이 얽혀 스케일과 시각적 충격이 극대화되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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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놀란이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카메라로 현장에서 찍을수 있는" 기법 수준에서만 장면을 구성한 결과,

스펙터클이 부족하다 정도로 평해주면 얌전하고 이게 "전쟁 장면"이 맞는지 모르겠다 수준의 정체불명의 장면이 되었다.

폐허 속에서 소규모 병력이 제한된 액션을 펼치는 모습은 영화의 설정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고,

미래문명의 지원을 받아 상상도 못한 무기가 나올수도 있다는 기대감 충족은 고사하고 적 병력의 명확한 실체도 그려내지 못했다.

결국 관객들에게 "청군홍군 땅따1먹기" "뒷걸음 조깅" 등의 악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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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은 [오펜하이머]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오펜하이머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트리니티 테스트의 핵폭발 장면은

놀란이 CG 없이 실사 효과만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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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개봉 후 일부 관객들은 "의외로 임팩트가 부족했다",

"정작 핵폭발의 충격이 기대만큼 강렬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G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연출이 지나치게 제한된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관찰자들과 비교해 어정쩡한 원근감의 폭발 전경 컷이 치명적이었다.

폭발의 빛->굉음의 기나긴 시간차 연출을 사용할 정도로 먼거리에서 압도적인 폭발이 발생한 설정이어야 하는데

영화의 "실사" 특수효과는 그러한 느낌을 만드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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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보여주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아니라,

빛과 충격파로만 표현되는 방식이 사용되었고,

그나마 압도적인 사운드트랙, 시퀀스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는 편집,

오펜하이머와 팀원들의 생생한 리액션샷 등으로 훌륭한 장면을 완성해내긴 했지만

실제 핵폭발의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김이 빠진 장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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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펜하이머 역시 테넷과 마찬가지로 CG 배제 원칙이 영화적 효과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놀란이 추구하는 방식은 고전적인 영화 제작 방식의 미학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지만,

특정 장면에서는 오히려 서사적 감정과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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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은 앞으로 놀란이 CG와 실사주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차기작 [오딧세이]에서도 놀란이 실사주의를 이정도로 고수할지는 알 수 없지만,

테넷과 오펜하이머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그의 스타일이 언제나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방식이 영화적 리얼리즘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리얼리즘이 영화적 경험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등의 예시를 들며 반론할수 있을까?

그 영화들은 사실 면면히 보면 결국 중요성을 실사에 크게 실어주는것일 뿐

매우 적극적으로, 최선의 방식으로 CG를 대규모 사용한 작품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들과는 케이스가 좀 다르다.




놀란은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과 영화적 리얼리즘을 유지하는 감독으로서 분명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오늘날 블록버스터 영화가 CG를 적극 활용해 더욱 정교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그의 방식이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이다.

댓글
  • noom 2025/02/03 23:30

    나름 동의하는 견해입니다만 여기에 제 사견 좀 얹으면 "인터스텔라까지는 조미료를 잘 썼습니다"

  • DDOG+ 2025/02/03 23:33

    그런데 정말정말 개인적인 소감으로 말하자면
    놀란은 저런 날것의 밋밋하고 투박함이 이젠 아이덴티티로 보게 되는 느낌이야.
    그게 최고의 퀄리티란건 아닌데 뭔가 음 놀란스러운 맛이구먼 하면서 냠냠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
    CG와 실사를 합친 최상급의 결과물은 딴 감독들이 해주니까 놀란은 그냥 저 심심한데 오묘한 맛이 있다 정도...
    물론 아니 더 나아질 수 있잖아?! 란 반응이 나온다면 거야 일리가 있긴 하지만.

  • noom 2025/02/03 23:38

    이게 사실성이 아니라 아이덴티티다-?
    라는 시각에서 그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나는 님 의견에 완벽히 동조함.
    웨스 앤더슨의 미니어처 미학이나 일본 특촬물의 오묘한 맛도 즐길수 있는 예술이고,
    예술은 무조건적인 사실의 재현이 아니기도 하니까.
    다만 이제 이런 느낌의 영상을 가지고 "CG는 아바타급이어도 10년지나면 낡지만 실사는 아님~" 이런식으로 빨아주면 그땐 할말 많아지는거지.


  • 시르케
    2025/02/03 23:24

    배우들의 감정몰입은 최상위권이겠지..

    (hyHvTP)


  • 루리웹-222722216
    2025/02/03 23:29

    지금 생각난게 놀란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 같음.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말 맛있는 요리를 내놓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여기에 적당한 조미료만 넣으면 정말 좋겠는데.'
    CG를 사용하지 않는 고집 그리고 영화의 성공이 같이 이루어져서 계속 승승장구하는데, 놀란의 영화는 좀 부족함이 있음. 물론 하자있는 물건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CG와는 별개로 놀란은 격투 장면이나 대규모 싸움 장면은 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hyHvTP)


  • noom
    2025/02/03 23:30

    나름 동의하는 견해입니다만 여기에 제 사견 좀 얹으면 "인터스텔라까지는 조미료를 잘 썼습니다"

    (hyHvTP)


  • 루리웹-222722216
    2025/02/03 23:31

    그리고 테넷의 마지막 전투 장면은 CG의 배제, 대규모 전투장면의 미흡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됨. 이전까지 상당히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싶었음.

    (hyHvTP)


  • DDOG+
    2025/02/03 23:33

    그런데 정말정말 개인적인 소감으로 말하자면
    놀란은 저런 날것의 밋밋하고 투박함이 이젠 아이덴티티로 보게 되는 느낌이야.
    그게 최고의 퀄리티란건 아닌데 뭔가 음 놀란스러운 맛이구먼 하면서 냠냠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
    CG와 실사를 합친 최상급의 결과물은 딴 감독들이 해주니까 놀란은 그냥 저 심심한데 오묘한 맛이 있다 정도...
    물론 아니 더 나아질 수 있잖아?! 란 반응이 나온다면 거야 일리가 있긴 하지만.

    (hyHvTP)


  • noom
    2025/02/03 23:38

    이게 사실성이 아니라 아이덴티티다-?
    라는 시각에서 그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나는 님 의견에 완벽히 동조함.
    웨스 앤더슨의 미니어처 미학이나 일본 특촬물의 오묘한 맛도 즐길수 있는 예술이고,
    예술은 무조건적인 사실의 재현이 아니기도 하니까.
    다만 이제 이런 느낌의 영상을 가지고 "CG는 아바타급이어도 10년지나면 낡지만 실사는 아님~" 이런식으로 빨아주면 그땐 할말 많아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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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세계
    2025/02/03 23:40

    크리스토퍼 놀란감독 영화는 규모를 축소하면 개쩔어짐

    (hyHvTP)


  • 야자와 니코니코
    2025/02/03 23:41

    오디세이는 트로이처럼 신화적 요소 철저하게 배제한 영화로 내면 의오로 CG 없이도 볼만하지 않을까 싶음.
    놀란의 단점인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장면도 적을 테고
    자기가 그러기로 했다면 그에 맞는 영화 만드는 것도 좋은 능력이라 생각함.
    그리고 놀란도 그 신념에서 매번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니.
    맨날 필름 아이맥스 카메라 쓴다고 정적인 장면 위주로 돌아가다가 테넷에서 그걸 들고 뛰게 하면서 나름 역동적으로 만든 예도 있고

    (hyHv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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