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우울증 관련 글의 댓글을 보고 씁쓸함을 느끼며 쓰는 글입니다.
우선 밝히자면, 전 중증이었습니다. 거의 2년 반동안 약을 매일매일 먹었죠.
심한 불면증도 같이 왔었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도 같이 처방받았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저의 경우는 아래 상황이 딱 맞았어요.
이 우울증이 얼마나 ㅈ같은지 간단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여러분이 길 가다가 만 원 한 장을 주웠다고 해봅시다.
기분 좋겟죠?
꽁돈이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을거에요.
간식을 사먹든, 갖고싶었던 무언가를 사는데 쓰든, 저금을 하든, 기쁠겁니다.
근데 말이죠, 우울증 환자는요,
그냥 기분이 안좋아요.
이유 같은거 없어요. 그냥 늘 기분이 안좋아요.
그냥 ㅈ같은 기분이 24시간 내내 이어지고, 꿈에서도 기분이 안좋아요.
전 가장 심했을 때, 기쁨/행복이라는게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릴 뻔 했을 정도로 늘 기분이 안좋았어요.
그냥 인생에서 좋은 감정은 다 빨려나가고 나머지 찌꺼기가 남아버린 느낌이죠.
그런 상태에서 만 원짜리를 주워봤자 기쁘지 않습니다.
그런 좋은 일이 일어나도 기쁨이라는 것 자체를 못느끼는 상태기 때문에 만 원 짜리를 공짜로 얻어도 기쁨을 못느낍니다.
하지만 자기가 이 우울증에 빠진 상태라는걸 인지 못한 상태라면, 그냥 기분이 안좋은걸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이유를 모르겠으니 그냥 합당해보이는 이유를 대는거에요.
"저 만원짜리처럼 나도 버려진거 같아." 라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되더라고요.
물론 치료 중에는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쁜건 병 때문이야. 이건 좋은 일이야."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점점 좋아지긴 해요.
하지만 그걸 모르는 상태라면 도무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합리화를 해서 자기가 우울증인걸 몰라요.
그 상태에서는 주변에 하소연을 시작하는거죠.
심각하게 안좋은 일 있으면 하소연은 누구나 하잖아요?
근데 자기 자신에겐 그게 저어어엉말 맞는 이유인데,
다른사람이 보기엔 황당하고 이상한 이유란거죠.
"만 원짜리를 보고 왜 그런 생각이 드는건데? 미쳤냐?"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근데 앞에 제가 설명드린걸 안다면, 당신은 뭐라고 해야할까요?
저라면 일단 방 밖으로 끄집어내서 그 만 원으로 초콜릿을 사먹으라고 할 겁니다.
단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치료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울증 치료 기간에 제 주머니엔 초콜릿이나 사탕이 늘 있었습니다. 언제든 단 맛으로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여튼, 적어도 "니만 힘든게 아니야 의지의 차이야." 라고 하는건 정신적으로 환자를 폭행하는 수준이에요.
그 글의 댓글에 적힌 누군가의 말처럼, "암도 의지의 차이야. 의지로 암을 이겨내. 너만 아픈거 아니잖아?" 라고 한거나 마찬가지에요.
그걸 "난 의지를 잃어버리고 현실도피를 하는 사람에게 충고를 해줬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생각 바꾸시는게 좋을거라고 충고하고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놈의 약 문제.
약을 먹으니까 약에 의존한다는 말은 일단 헛소리 취급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2년 반 동안 약을 먹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약 없어도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게 2년 반 동안 약을 꾸준히 잘 먹어줘서에요.
그 약의 정체는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효율을 높이는 약이에요.
우울증 환자는 대체로 그 호르몬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 상태거든요.
그 호르몬이 그 유명한 세로토닌이에요. 이게 아예 없는 수준까지 가있으니까 조금이라도 효율을 높여서 효과를 보려는거거든요.
그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나면 뇌 자체에서 분비를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먹는거에요.
근데 그걸 약에 의존하는 거라고요?
암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잡아줄테니까 항암제 쓰지 말라고 하시는 꼴입니다. 항암제에 의존하면 면역계가 일을 안할테니까 말이죠, 그쵸?
뭔 마약취급하시면 굉장히 곤란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심리학자와 약사들이 연구한 모든 연구결과를, 그냥 뇌피셜로 부정해버리는거에요.
밤 새워가며 비교실험을 수 십년간 이어온 연구결과를, 그냥 뇌내망상으로 부정하는게 말이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솔직히 상대하기 싫은 유형의 사람이니까 그냥 할 일 해주세요. 서로 머리만 아플테니까요.
인정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맞아요.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예요. 아픈데 왜 아프냐 하면 안되죠, 주변에서 치료 잘 받게 도와줘야죠. 가족이나 절친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가까운 사람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도 정말 크고요. 환자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도 많이 힘들어요. 꾸준한 치료만이 답이예요. 끝없는 하소연과 상대에게 기대는 게 반복되면 서로 지쳐요.
추천하고가요
저도 그 글 보면서 몇몇댓글들 때문에 기분이 너무 나빴어요
익명이라고 말 막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구지 약 끊을 이유가 없어성 계속 먹을생각인 1인 입니다. 절대 약먹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선천적으로 세라토닌이 부족한 사람인데 제 인생은 약먹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약이 효과가 있기까지가 한달정도 걸리는데 딴세상 같더군요.
한국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평생먹어야 하니, 약 끊을수 있게 노력해(?) 라는 나름의 걱정어린 말들을 해주는데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3달치 <$15, 보험처리한 가격도 싸고
부작용이라면 자면서 꿈꾸고 중얼중얼이 늘었네요.
그만 먹을 생각 1도 없음. 약에 의존하고 행복하게 살래요.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니 하는 소리가 제일 싫어요. 보통 사람이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우울증 걸린 사람은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삶에 기대하는게 없어요. 즉 더 나은 삶이 라는것 자체가 아예 존재할 수가 없어요. 흙수저같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병에 걸렸기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에요. 우울증이 감기처럼, 따뜻하게 입고 좀 쉬면 낫는, 그런 주위를 변화시켜서 개선되는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성자님 말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암이 낫는게 아니잖아요.
우울증은 아니었지만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밎이한 지인이 있어서요....ㅜㅜ 꼭 마음? 정신?이 아픈것도 몸이 아픈것과 똑같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중증 우울증 걸렸을때 약물 치료하고 들었던 첫 감정은 "아 일상생활이 가능하니 너무 편하다" 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잇엇다는걸 그때 처음 깨달아씁니다.
SSRI SNRI 만세~~~~~~~~~~~~~~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초콜렛 짱짱!
진짜 약물치료...
꼭 받은세요...
정신과 문제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은
치료거부입니다...
가족까지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심한 상태라도
자기가 치료받고
약먹고 하는 상황이면
그나마 다행이고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데
자기는 정상이라고
뻑뻑 우기고 고집피우는게 증상과
결합하면...
진짜 노답...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약물치료 2년1개월 받다가 무월경 와서(보통 성욕이 떨어진다는데 전 성욕은 원래 약먹기 전에도 없어서 그 차이는 모르겠고 극히 드물다는 무월경이 왔어요. 의사선생님이 20년 의사생활에 그 약먹고 저같이 심하게 무월경 오는 사람 처음 봤다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으면 생리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아무리 정신과 약을 바꿔봐도 똑같길래 결국 약물치료를 중단하니까 생리가 돌아오더라고요. 아직도 한달에 한번은 아니고 1년에 8~9회지만 약 안 먹어도 생리를 하는 것 자체가 감동적인 거죠.
전 술도 안먹고 정신과 치료 전까지 간은 참 튼튼했는데 정신과 치료 끝나고 나서 간수치도 올라가서 그것때문에 또 간장약 먹고 병원 다니고 고생했었어요.
근데 주위에서 그 개고생을 알면서도 생리 안하면 좋은데 왜 약 끊었냐고. 왜 산부인과 다니며 몇달에 한번씩이라도 생리를 했냐고 자기같으면 생리 안하는거 즐겼을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그래 너한테 딱 일년만 원인모를 무월경이 와 봐야 그따위 개소리를 안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아. 저 자궁근종이 수술할 정도는 아닌 작은 크기지만 있어서 생리 정말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도 안하는 것보다 하는게 나아요. 원인불명의 무월경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발 자기가 겪지 않은 걸로 말 쉽게 하지 말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울은 정서 상태가 아니라 질병입니다. 노력으로 좋아지는게 아닌데(중증 이상의 경우) 흔히들 하는 말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봐" 이거죠.
저는 우울증을 겪어보지 않아서 막연하게 안됐다 싶은 생각밖에 없었는데... 아니면 왜 저렇게 사사건건 다 우울해할까 이런 생각?? 정도... 사실 이해를 못했죠 우울증 환자들의 마음을 .. 근데 작성자님 설명을 보니 딱 이해가 됐어요. 왜 우울증 환자들이 매사에 우울한지요. 참 힘든 병이네요 ㅜㅜ
전 애기 낳고 산후우울증은 아니고 우울감? 을 느꼈을때 알았어요..이게 의지만으로는 힘들구나 라고요..근데 산후우울증은 시간이 지나고 애기가 크면 좀씩 괜찮아지는데 그냥 우울증이었다면 저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약먹었을것 같아요..그만큼 힘들더라구요..
고딩때부터 항상 우울해 있어서 그게 우울증인지도 몰랐죠. 그게 보통상태의 감정이었으니까요. 대학때는 무기력해서 수업도 안 가고 기숙사 침대에 하루종일 천장만 보고 물도 밥도 안 먹고 계속 누워 있었더니 룸메가 밥을 가져다 준적도 있어요. 그때는 우울증이라고 생각도 자각도 전혀 없었고 그냥 보통이라고 자각 했는데 룸메가 나 보면서 넌 그게 우울증인지도 모르냐 라고 했을때 알았죠. 그리고 매사에 비관적이라 별명이 쇼펜하우어. 그리고 하루종일 멍하니 누워서 아무 생각도 안하거나 왜 밥같은걸 먹어야 하는지 의구심과 현실도피 망상이나, 가장 안아프거나 빠르게 죽는법을 궁리 하거나 했죠. 자살 할 용기는 없었기에 하지는 않았는데, 그때 대학때 생각한게 오래 살 필요는 없으니 결혼하지 말고 40까지만 살자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다 가버리고 유통기한이 3년이나 지났네요. 그래도 아직 결혼은 안했으니 퇴직금만 받으면 언제든지 떠날수는 있어요.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으셨다구요? 병원에서 처방받는 것은 수면유도제가 아니라 수면제인데....
수면유도제는 처방없이 그냥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진짜 우울증에 걸리시고 병원치료까지 받으신분이 수면유도제와 수면제를 헷갈리기는 힘들 것 같은데....
일주일에 약값 1만3천이면 어때요? 비싼가요?ㅜㅠ
안 겪어본 사람은 평생 공감 못할꺼에요..
ㅠ
작성자님은 잘 극복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사이다게에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예화를 들면서 우울증 환자를 훈계하는 글을 보고 황당했었죠. 이건 뭐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은 안아키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우울하니까 생각난건데
저는 원래도 우울감이 심한 편이었고 가면성 우울증? 그런거였어서 주변사람들한테 표현이 잘 안되는 그런 우울감이어서
어렸을적부터 그냥 혼자 겪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배가 자주 아프고 먹는 대로 배탈난 사람처럼 화장실을 가게 되더라구요.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결리고 우울감이 최대치였었어요. 직장인 우울증인가보다 했는 데
알고보니까 과민성대장증후군이어서 그랬더라구요.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유산균 먹고 있고 음식 조절하고 잠들기도 싫은 기분이지만 억지로라도 일찍 눈붙이고 하니까
화장실 덜 가게 되고 어깨도 좋아지고 우울감도 많이 좋아졌어요.
몸상태에 따라서 우울감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어...
마무리가.... 여튼 다들... :) 건강하세요!!
화나는것도 그래요.
제 경우는 경증의 조울이었는데..
왜 화가나는지 모르는데 화가나면서 공황이 왔어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소리는 웅웅거리니 상대방에게 말을 멈추라고 화내는거죠. 이유도 모르구요.
버스 안에 라디오 소리에도 화가나고 그랬어요.
카톡 알림에도 깜짝깜짝 놀라구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체한것처럼 내 마음이 그랬었다구요.
체해서 어질어질 메슥한데 뭘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었던거죠. 저한테 약은 마음의 소화제였네요.
지금은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