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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화요일에 무너진 구청

[ 또다시 대한민국의 안전이 무너졌습니다! 'ㅁㅁ구청' 붕괴 사고의 사망자는 현재까지-. . . ]

'임여우'는 오늘 오전, 'ㅁㅁ구청' 붕괴 뉴스를 보자마자, 남자친구 김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회사 일도 때려치우고 당장 달려왔다. 
아닐 거라 생각했다. 현장에서 사망자들 시신이 수습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김남우만은 아직 안에서 살아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데, 이렇게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김남우의 공무원 합격을 얼마나 축하했었던가? 그게 이렇게 될 줄이야, 임여우는 너무나 억울해서 엉엉 울었다.
까무러칠 정도로 엉엉 울다가, 헛구역질이 올라와 화장실로 향하는 임여우. 그때,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이봐 아가씨. "
" 흐어엉엉! "

임여우는 고개만 돌릴 뿐, 대답할 여력이 없어 울기만 했다. 그 순간, 노인이 손가락을 '딱!' 튕기고-,

" ?! "

순식간에 주변 모든 시간이 멈춰버렸다!
깜짝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임여우! 노인은 다시 한번 임여우를 불렀다.

" 이봐 아가씨. 얘기 좀 하자구. "

노인이 다시 손가락을 '딱!' 튕기자, 주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임여우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 무, 뭐예요?? "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는 임여우에게, 노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보시다시피, 내 능력은 알겠지? 내가 아가씨에게 '시간'을 좀 팔고 싶은데 말이야. "
" 시, 시간을요? "
" 그래. 아가씨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주지. 가격은 하루당, 아가씨의 수명 10년! 어때? 살 텐가? "

임여우는 흔들리는 눈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과거로 되돌려주겠다고? 하루당 내 수명 10년?
어느새 눈물을 멈춘 임여우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무조건 산다. 10년이고 뭐고 무조건 산다. 사긴 사는데 중요한 건, 하루로 확실하냐는 것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확실해야만 했다.
하루? 이틀? 사흘?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임여우는 '하루'와 '사흘'을 두고 크게 갈등했다. 가슴은 '사흘'을 얘기하지만, 수명 30년?
임여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하루... 하루로 할게요. "
" 하루? 알겠네. 가격은 수명 10년이야. "

씩 웃은 노인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순간,

" 아 아아아아-! "

임여우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을 느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 삐삐삐삐- 삐삐삐삐- '

" 허억?! "

알람이 울리고 있는 침대 속의 아침이었다!
임여우는 놀라 커진 눈으로 자신의 방을 둘러보다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당장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거는 임여우!

" 남우 오빠! "

.
.
.

김남우는 아침부터 만나자고 하더니, 헐레벌떡 달려오는 임여우의 모습에 의아하게 물었다.

" 갑자기 무슨 일이야? 회사는? 너 오늘 출근 안 해도 돼? "
" 출근? 어어 그건... 워, 월차 냈어! 그것보다 오빠! 내일부터 'ㅁㅁ구청' 출근하러 가는 거지?! "
" 응? 어어 그렇지~! 흐흐~ 벌써부터 떨린다 야! "

김남우가 웃을 때, 임여우가 정색하고 크게 소리쳤다!

" 오빠!! "
" 으, 응? "
" 가자! 따라와! "
" 잉?? "

김남우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임여우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
.
.

김남우는 조금 난처한 얼굴로 물었다.

" 여우야... 아니 갑자기 왜...? "
" 약혼 대신이라고 생각해! 오빠 공무원 합격하고 내가 불안해서 그래! 이해하지? "
" 아니, 뭐가 불안하다고~ 거참! "

김남우는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임여우는 상관없이, 손에서 볼펜을 내려놓고, '서류'를 김남우에게 보여주었다.


" 자 여기 봐봐! 여기 수령인에 '김남우' 보이지? 이제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은 전부 오빠한테 가는 거야! "

임여우는 활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뭐해? 오빠도 얼른 내 이름 써! "

댓글
  • 리우현지인 2016/12/15 09:10

    오예 1등  팬이에요 ㅎㅎ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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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은간다 2016/12/15 09:12

    길이가 짧으니 얼마 안 걸려 쓴 것 같죠? 그런데 구질구질하던 내용을 다 쳐낸 결과물이란 거;
    저는 왜 이렇게 글 쓰는 속도가 느릴까요; 뭐 이정도 길이 쓰는데도 몇 시간씩 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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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네만 2016/12/15 09:23

    여자친구가 알려줘서 맨날맨날 들어와서 보고있어요
    단편이라고 해서 뭘까 했는데
    역시나 대박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팅 멋져요 짱 펀딩으로 단편집이라도 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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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는닉넴 2016/12/15 09:41

    보험약관 :  본 상품은 보험금 수령자 변경 시, 약 3일간의 심사기간을 거쳐 보험금 수령자 변경 신청후 4일이 경과한 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갱신한 내용의 심사기간동안의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갱신 이전 계약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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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는닉넴 2016/12/15 09:44

    음... 제가 여우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작가님 글은 때때로 짙은 여운을  남겨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것 같아 좋네요
    오늘도 너무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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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유는미역 2016/12/15 09:45

    히익!!! 여우가 남우를 어떻게 구할까 고민했는데
    상상도 못한 결말ㄷㄷ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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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르디올라프 2016/12/15 09:46

    죽고 시작하는 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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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개 2016/12/15 09:55

    와.......미친 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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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변인 2016/12/15 10:01

    제목이 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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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풍의라빈 2016/12/15 10:28

    잘읽었습니다 ^^
    다 제껴두고 웃으면서 보험가입 시키는게 섬뜩하네요 ㄷㄷ
    근데 가입하루만에 죽어도 보험금이 나오려나... (과거로 가서 두번 죽는 김남우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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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유(차단) 2016/12/15 10:35

    임여우 남은 수명이 정확하게 10년이여서 보험서류에 사인받는 순간 임여우사망...
    저것보단 혼인신고서 접수가 더 낫지않을까요... 저런 사고나면 보상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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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2016/12/15 10:39

    와 오늘 글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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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담항설 2016/12/15 10:44

    우와 그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당연히 살릴꺼라고 생각했는데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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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시코만도@ 2016/12/15 10:48

    헐...
    현실소리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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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장난 2016/12/15 11:39

    으으으으 . 임여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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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내게참달아 2016/12/15 12:21

    와 나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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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변인 2016/12/15 14:28

    임여우가 하루와 3일을 고민한 부분이 인간적이네요(??)
    그래도 토요일 로또를 잠깐은 고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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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연화 2016/12/15 16:45

    여러분. 한가지 잊으신게 있습니다.
    남자 이름이 [김남우] 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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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리스핥튼 2016/12/15 18:22

    남우두번죽이기....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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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그냥팍씨 2016/12/15 19:40

    댓글은 안쓰지만 항상 보고 추천도 드리고
    나름 글만 날름 읽고 가는 못난 독자지만
    항상 복날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한해 마무리 잘 하시구
    내년에는 꼭 행운도 함께 하시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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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향기 2016/12/15 22:01

    이제야 복날님 글에서 느끼는 감정이 뭔지 정확히 알았음요!ㅋ
    1. 김남우가 불쌍하거나 억울하게 죽는다 - 찝찝하지만, 죽어서 안심된다.
    2. 김남우가 잘못을 저질러 정당히(?) 죽는다 - 사이다. 역시 죽어서 안심된다.
    3. 결론적으로 김남우는 죽어야 꿀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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