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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17)


「제네바, 11:25 AM」- 윌슨 호텔 지하 벙커
아스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신사의 목에
손가락을 댄 채로
맥박을 체크 중이었다.
분당 100이 넘었다.
호흡은 헐떡이고,
손끝을 때리는 맥압의 세기로 가늠해 보면,
출혈 쇼크가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봐요, 아가씨.
그분 괜찮은 겁니까?』
그녀의 심각한 안색에
옆에서 함께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던
어느 중년 여성이 물어왔다.
아스나는
찢은 외투로 틀어막은
노신사의 복부 하단에 시선이 머물렀다.
파편에 의한 관통상.
상처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손에도 피가 흥건했다.
의식불명인 이 환자에게 달아줄 호흡기도,
출혈을 제대로 잡아 줄 도구도 없는 상황.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찾아왔다.
아스나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중년 여성이 성호를 그으며 작게 기도했다.
아스나도
이 순간만큼은 하늘에 기도하고픈 심정이 됐다.
- 아스나.
그러다
별안간 들려온 일본어에
아스나는 움찔했다.
- 놀라지 마.
입을 가리고 작게 소곤거려도 내가 들을 수 있거든.
“···키리토?”
- 그래, 나도 반가워.
거기서 왼쪽으로 30도 정도 시선을 돌려보면
환기 패널이 보일 거야.
아스나는
눈을 돌려 개별 거주구역으로 향하는 입구 벽면에서
사각의 구멍을 발견했다.
- 내 위치 들키지 않게 적당히 쳐다보고.
다친 곳은 없어?
“나는 괜찮아.”
- 휴, 다행이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 구하려고
그때처럼
밖에서 여러 사람이 노력하고 있어.
아스나 너는 상상도 못 할 전문가들도 있고.
“키리토 너는
왜 거기 들어가 있어?”
- 말도 마.
저 3일 동안 겪은 일 얘기하면,
영화 하나 나올 거니까.
그것보다,
광고라도 하는 것처럼
광장 중앙에 세균폭탄 영상이 있네?
아스나는
테러범 대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키리토에게 전해 주었다.
- 나 참.
자기들 무기 개발을 도우면 살려주겠다고 협박을?
“그게
저 사람들 목적 같아 보였어.”
- 나만 당한 게 아니었어.
얘들 이거 수법이 진짜 지독하네.
총을 소유한 수십의 사내들이 곳곳을 경계하며 서 있는
지하 벙커 안은
언제 터질지 모를 생물무기로
거의 모든 이들이 불안에 떠는 상태였다.
아스나는
눈앞의 노신사를 돌보느라
이 사실을
거의 망각하고 있었다.
- 걱정 마.
내가 그 세균폭탄 해결하려고
여기 온 거니까.
이 백신이면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
나머지는
대테러부대와 CI···
에이잇.
암튼 그들에게 맡겨봐.
“백신이 있어?”
- 내 예비 연구실 들렀다가
후딱 제조했지.
테러범들은 세균폭탄이 무력화됐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아스나도 조용히 있어.
아무도 몰라야
인질구출작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헤이너 경감님이 말씀하셨어.
아,
헤이너 경감님은 이 작전 총 책임···
“키리토.”
아스나는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노신사가 목에 건 출입증을 바라보았다.
“이 앞에 누워있는 교수님은 앞으로 한 시간 안에 치료를 못 받으면 사망할 거야.”
- 저런. 어쩌다가요?
“최초의 폭발지 근처에 계셨어.
그리고
이분이 전달해주기로 한 ‘TF-37’
소프트웨어를 얻지 못하면,
언더월드도 끝장날 수 있어.”
- 어? 진짜?
노신사의 이름은 후안 펠리페.
고쿄에 있는
언더월드 메인프레임 관리자가
아스나가 스위스로 가기 직전, 만나보라고 지시했던
스페인 국립연구소의 AI 기술분야와
양자네트워크를 응용해서
대용량 컴퓨터의 메인프레임 메모리 용량을
무한대로 늘리는 부분을 연구하는
유일한 교수였다.
- 그건 생각지도 못했네.
기다려봐.
잠깐 궁리 좀 해볼 테니까.
쓰러진 다른 부상자를 돌보고 있는 중년 여성이
또 성호를 그으며
고통에 ㅅㅇ하는 남성의 손을 붙잡아 주었다.
저 기도에 응답이라도 해준 것인지
뜻밖에 등장한 키리토.
아스나는
그가 부디 답을 찾길 빌었다.
언더월드 메인프레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얻지 못하면,
설령 여기서 구출된다 해도
지금껏
언더월드를 위해서
키리토와 그녀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
키리토는
환풍 통로에 엎드려
적외선과 음파를 번갈아 이용해
콘크리트 터널 윗부분에 자리한 문의 위치를 파악했다.
저건 고강도 철문이었다.
드릴이나 용접기로는 뚫을 수 없게 설계됐기에
안에서 버티면
최소 2일은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고 들었다.
몸에 지닌 화합물을 이용하면
강철문도 분해 할 수 있는 용액을 제조할 수는 있겠지만,
테러범들이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키리토는
벙커 안에 눈을 돌려 테러범들을 쭉 훑었다.
모두 25명.
초소 경비를 서듯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저들을 제압하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었다.
‘난
사쿠라바 잇토키, 쿠도 신이치의 사촌형이나
그 모리 코고로도
빈스 팀장님이 아니야.
힘으로 뚫는 건 말도 안 돼.’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고,
아스나와 저 쓰러진 교수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일본에 있는 언더월드까지 위험해진다는 사실에
키리토는 더욱 조급해졌다.
“산 넘어 산이네.”
고민하던 키리토의 시야로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수십 개의 모니터가 보였다.
테러범들의 목적이 담긴 화면.
미사일과 로켓 같은
공학자와 물리학자의 지식이 더 필요한 무기들도 있지만,
거의 모든 것이
화학적 작용을 기반으로 한 신물질들이었다.
같이 납치됐던 로버트가
무기 공학자이자 무기 판매상임을 알고 놀랐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앞으로의 무기 시장은
EOW 같은 신물질기반의 특수무기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키리토가 보기에
저 벽면에 떠 있는 것들은
위험천만한 특수무기면서도,
최신의 화학을 덧입은 첨단연구과제기도 했다.
‘가만.
도와주면 방독면을 준다고 했지?’
저들의 목적을 적당히 달성해준 뒤에
부상자를 밖으로 보내줄 수 있냐고 요구해 보는 것.
그건 충분히 해볼 만했다.
키리토는
아스나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스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벽면에 떠 있는 화학식 중에서 적당한 것을 찾은
키리토는
곧장 분자 세계 속에 빠져들었다.
과거
미국 DERPA에서
여느 연구과제를 도왔던 때처럼,
개선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진행했다.
아스나는
키리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세리나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중년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사님. 죄송하지만······.』
후안 교수의 복부를 압박 중인 천을 붙잡아 달라고 부탁하자
세리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복부에서 손을 뗀
아스나는
연단에 서 있는 광대뼈 사내에게 걸어갔다.
『실례합니다.
17번 모니터에 있는 작용제에 대한 의견이 있어서요.』
사내는
‘너같은 소녀가?’하는 눈빛으로
아스나는 보았다.
아스나는
침착한 음성으로
키리토가 들려준 말을 그대로 읊었다.
『···세포의 산소대사를 방해하는
혈액작용제의 확산 방식은
피부 흡수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시토크롬 a3 효소를 비활성화하는 시안화물의 분자 조합은
당연히 재구성해야 하고요.』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가
유선 전화기를 들었다.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주고받던 사내가
아스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보안 콘솔에
정확한 조합식을 기록해봐.
그러면
방독면을 지급하지.』
『방독면 문제 말인데요.
저는 그것보다요.』
아스나는
부상자 다섯이 누워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저분들을
이 안에서 빼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들의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잖아요.』
다른 이를 구하겠다는
동양인 소녀의 용감한 제안에
사내의 입가에 조소를 품었다.
『이거 자선 사업 아니야.
그쪽은 방독면을 가질 수 없게 돼.』
『상관없어요.』
『좋아.』
의외로 쉽게 요구를 들어주었다고 생각하던
아스나에게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신
방독면 지급도 하나뿐이니
저 부상자 중
단 한 사람만 나갈 수 있어.』
『이봐요.
아무리 인질이지만, 심하게 다친 분들은···』
- 진정해, 아스나.
차갑게 쏘아붙이는 아스나의 귓가로
키리토의 음성이 날아들었다.
- 이렇게 다시 물어봐.
아스나는
키리토의 말을 따라 사내에게 물었다.
『그 말.
개선점 하나에
한 명이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요?
그러면
다섯 개를 전부 읊어 드리죠.』
『뭐?』
『3번.
비현실적인 강우 활성제 말고,
요오드화은
혼합물을 섭씨 영하 7도로 냉각해서
스스로 미립자를 구성할 수 있게 만드는 조합식이면,
장시간 짙은 안개지대를 만들 수 있어요.
표적의 은폐, 이동 제한 강요하는 효과를 더할 수 있죠.』
『허, 기다려봐.』
『7번.
적외선 차장연막 포탄.
저건 한 종류의 열감지 장비밖에 대응할 수 없지만,
제가 제안하는 에어로졸 연막과 발연유라면
모든 종류의 감지기와 광학장비에 대응이 가능해요.』
『잠깐. 천천히 말해봐.』
『13번.
액체금속취화제.
주성분으로 택한 루비듐보다
인디움과 갈륨 조합식이
훨씬 대상의 분자구조를 무르게 할 수 있어요.
19번······.』
아스나가
연속으로 다섯 개를 지적해 의견을 내자,
사내는
유선 전화기를 손에 들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벤조 저 친구는
정작 신물질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 보여.
따로 연구원이라도 두고 있나 봐.
키리토가
어떻게 저 사내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아스나는 묻고 싶었으나
여기선
다른 말을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통화를 끝낸 벤조가
고개를 돌렸다.
아스나는 약간 긴장했다.
『기록 시작해. 교환조건 성립됐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콘솔 앞으로 걸어갔다.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5/01/15 06:24

    쩝니다...

    (dbHL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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