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먹고싶었다. 짐을 모두 싸 놨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지인에게 받은 비비큐
기프티콘이 생각났다 채팅목록을 뒤져 찾아내 산책겸
직접 치킨을 찾으러 거리를 걸었다.
이제 이 풍경을 볼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알던
혹은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려고 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더불어 나는 한시도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머무름의
끝이 아쉬운데 더불어 빨리 떠나고 싶다니?
현 망할년이 또 어디서 뒹구는지 집에는 오지 않을 것 같다.
그저껜가 준 만원짜리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마음을 쥐어 짜 낸 최후의 호의는 고양이털과 함께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돈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내 마지막 호의가 쓰레기
취급이 된 것은 다만 나의 생각일 뿐이다. 다른이에게는
여전히 담배 두 갑의 가치를 지닌 지폐이다.
나는 마음을 접고 만원짜리를 지갑에 넣었다.
이후 걷는 그 걷고싶은 걷고싶지 않은 거리 한복판에서
나는 수많은 연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느그들도
한철이다 임마들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분노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알아본들 어떠한
연민도 이끌어 낼 수 없음이 분명했다.
길을 걷는데 자주가던 감자탕집 사장님이 불러세웠다.
"어데갑니꺼 오늘은 한잔 안하능교?"
"해야지예 근데 오늘은 다른데 가가 물라꼬"
"뭐꼬 우리집보다 더 맛난데가 있는가배?"
"아 당연하지!"
우리는 호탕하게 웃고 헤어졌다.
차마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꺼낼 수 없었다.
횡단보도를 지나 오거리 에 있는 치킨집에서 나는
조금 기다린 뒤 미리 준비해놓은 치킨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섰다.
부산으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춰있는걸 봤기
때문이다. 내가 이 동네에 이사와 뭘 몰랐을 때 호기롭게
부산가서 놀자 해놓고는 탔던 그 버스였다.
주말 부산행 버스는 인산인해였다. 나는 그녀-이 시점에서 회상속의 망할년은 아직 그녀이기 때문에- 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노포동역에
도착할 때 까지 우리는 손만 잡고 있었다.
고기를 먹고 맥주도 한잔 먹고 자갈치시장에서 내 키만한
갈치도 구경했다. 우리는 즐거운 1박을 보내고 다시 동네로
올라왔다. 아직 백열전구를 쓰는 월세 5만원 짜리 방에 앉아
우리는 서로를 안고 잠이 들었다.
기념비적인 나의 첫 출근에 그녀는 새벽같이 일어나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조금만 고생해서 우리도 아파트로 이사가고 좋은차를
사자고 했다.
버스가 떠났다. 나의 기억 속 그녀는 다시 망할년이
되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주단이 깔린 듯 아름다웠던
거리는 이제 다시 회색빛 동네로 돌아왔다.
축제가 끝나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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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이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모두들 자리에 착석하여 주십시요.
글을 계속 쓰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시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멀고도 긴 것입니다. 오늘은 넘어졌지만 반드시 일어나실겁니다. 사람은 어떤 고통도 잊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 집에선 어떤 작은 물건도 가져오시지 말고 새로 시작하셨음 좋겠어요! 하실수 있습니다!!
리벤지1부터 보고 작성자님 글 읽는데
뜬금없지만 이렇게 술술 읽히는것 오랜만이네요
더 읽고 싶네요
글 잘쓰세요,,, 이 분은 진짜 꼭 좋은 인연 만나섰으면 ㅠ
진짜 글한번 써보시지예?
1도 그렇지만 이번 글도 뭔가 단편소설같은 짧지만 진한 내음이 나요.
언젠가 지금을 생각하며 피식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어요.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솔직히 딴 얘기긴 한데...........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진짜 머릿속에 상상이 되고....
혹시 직업이 글쓰는???? 근데 그전글들 읽어보면 그건 아닌거 같고...
암튼 치유차 글을 쓰시는거라면 계속 보고싶네요. 필력 대단합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 남은인생 새출발 하시길!!1
담담한 분노가 여기까지도 와 닿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으시겠지만
한번 더 웃으시길 기도드립니다.
막문단에 떠난 그 버스가 망할 기억들을 몽창 실어 떠났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