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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다.

돈 못벌어줘서 미안했다.
그래서 너는 마음이 아팠고 그래 그거때문에
다른사람 만났더라도 나는 괜찮다 니 마음이 그렇다는데
내가 그걸 어쩌겠냐
매일 돈 쏟아부어도 메워지지 않는 빚들 이젠 다 갚았잖아
너하고 손잡고 대공원 가는걸 상상하며 난 좋았다
작게나마 외식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그런데 넌 이제 바라만봐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생겼다며
날 떠나려고 한다. 가라. 나는 널 사랑했지만 넌 아니였다.
그래서 나는 혼자 남겨진 집에서 목을매달아 죽으려고 했다.
괜찮은 척 오버워치를 하고 술을 마시다가 눈물이 떨어지고
그러다 소주병 잡고 오열하고 그러다 잠들고 깨서 또 울때
너는 바라만봐도 좋은사람과 데이트를 했다.
내가 목매달아 죽기 전에 걸려온 직장동료의 전화에 나는
술을마시러 나가서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나이트클럽에 갔다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깔깔대며 정신나간 놈처럼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그래 그만하면 됐다고.. 그렇게 며칠을 놀다보니 미운 가슴엔 공허와 무미건조함만 남았다.
나는 쥐어터지는 가슴을 붙잡고 앞으로 남은 내 생을 위해
출근길에 오른다. 터지는 가슴에 발목잡혀있기엔 내 남은
생이 너무 많다. 네가 그렇게 싫어하던 피규어도 사고
육군화력시범도 보러갈거다. 차도 바꾸고 여행도 다니련다
너는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과 함께해라 꼭 행복해라 만약 내 눈앞에 네가 다시 날 본다면 네가 알던 가정적인 남자는 없을것이다.
사실은 조금만 더 매달렸다면 네가 그사람한테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다고 한들 네 말처럼 우리가 함께있으면 지루하고 아무 생각이 없잖니 나는 그래도 널 보면 웃음이 나오고 뭘 같이할까 항상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그런것도 싫은거냐
친구들을 만나 먹은 소고기 타다끼때문에 비참한 내 잔치국수가 떠올랐다고 했지. 그래. 앞으로 그런거 많이 먹고 살아라. 좋은거 많이 먹어야지. 네가 매달리는 그 사람과 즐거우려면 그래야지. 그건 알아둬라. 마음만 주는 사랑은 때로 피곤하다.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네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작년 이맘때 쯤에 우린 손을잡고 시내에 나가 아구찜을 먹었다 못된고양이에 들러 내 머리끈과 인형을 샀다. 책을 보고 마트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하나씩 들고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네 손이 내 주머니에서 꼼지락거릴때 가능하면 이 행복이 오래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는 그날밤 너를 꼭 안고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아침이 될 때까지 말해줬다.
그렇게 5년을 살았다. 가난했어도 널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은
네 가방에서 나온 정체모를 콘돔과 카톡내용에 모두 사라졌다. 꼭 그랬어야만 했냐. 날 죽음의 문턱까지 보내려고 그랬냐.
괜찮다. 이해한다. 뭐 먹을때마다 머리굴려야하고 먹고싶은 망고빙수도 못사주는 나보다야 낫겠지. 내가 돈이 많았다면 나는 오늘도 네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왔을까 이번 주말엔 어딜 놀러갔을까?
가라. 그냥 가라. 제발 내 눈앞에서 그남자 만난다며 사라졌던 그 날처럼 내 마음에서도 제발 나가라. 부탁한다.

댓글
  • 그냥노동자 2017/10/16 07:19

    다롱개와 도롱냥이는 네가 데려가라.
    나는 그 애들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나서 참지 못할 것 같다. 조용히  테레비 보며 밥을 먹게 되었으니 그또한 좋은거 아니겠냐. 새아빠가 잘 챙겨줄 것이다. 당분간 그 애들은 내가 출근해 돌아올 때 까지 문앞에 앉아있던걸 반복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날 잊고 행복해질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또 눈물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그래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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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지 2017/10/16 08:26

    힝...ㅠㅠㅠ..
    너무 슬프고 힘든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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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레옼잠 2017/10/16 09:20

    헐... 다롱개와 도롱냥이 아버님이셨군요.............ㅠㅠㅠㅠ
    넘모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 기억했는데.....
    힘내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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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하나 2017/10/16 09:30

    힘내세요.
    저도 마느님이 종종 경제적인 발언을 할때마다 답답하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뭐 그렇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힘내세요. 아직 살날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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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아빠 2017/10/16 09:42

    그렇게 롤다이아를  40살의 나이에 찍었습니다.
    그렇게 영혼없이 지내다보니 점점 나아지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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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기씨 2017/10/16 09:46

    아이고.. 너무 불쌍해요 작성자님이..
    마음의 상처 더 벌어지지 않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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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달라 2017/10/16 09:48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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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다리아져씨 2017/10/16 09:50

    이따금씩 아이들 생각에 미치도록 정신적 고통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이제 1년 조금 되었네요.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직도 고통받고, 앞으로도 계속 지나가는 아이들 보며 생각 나겠지만..
    참아보려고 합니다. 작성자분도 차차 나아지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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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사람될게 2017/10/16 10:01

    그 ㅁㅊ 상것들 보란듯이 잘사시는 겁니다.
    진짜 반려 냅두고 한눈 파는 것들 다 광화문 한복판에다 세워놓고 머리까져서 대머리 될때까지 달군 후라이팬으로 대가리 쳐줘야 합니다-_- 진짜 상놈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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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켓펀치BANG 2017/10/16 10:04

    그렇게 동물을 더 사랑하게 됩니다. 최소한 사랑을 준만큼 되돌려주거든요.  그리고 떠난분은 돈이 문제가 아니예요. 이별의 아픔은 순간이예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로 별같이 빛나는 그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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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뻥쟁이 2017/10/16 10:06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은 그분이 아니라 그분을 사랑한 당신이었기를 바랍니다. 흘려 보내고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셔서 혹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되셔서 지난일을 떠올려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찾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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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미그달라 2017/10/16 10:06

    아 진짜 개같은...
    힘내시란 말밖에 못드리겠습니다 형님...
    술 많이 드시지 마시고 아파도 보란듯이 잘 사십쇼
    혹시라도 후에 다시 연락오면 빅엿 날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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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식이이 2017/10/16 10:10

    형님 이제 새로운 인생이라 생각하고
    멋지게 사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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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밭조기축구 2017/10/16 10:25

    무슨말을해도 위로가 안되겠지만
    너무 아프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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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쇄팩폭마 2017/10/16 10:32

    저는 상상도못할 ... 감히 뭐라 말할수도없는 ... 힘내세요..
    시간이 해결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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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el 2017/10/16 10:37

    형님....형님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먼 쌍년 하나가 걸려서 집나간것 뿐입니다.
    그냥 있지 마시고, 제발 제발. 그 세월 보상받으려면 법적으로 조질 생각을 하셔야죠! 최대한 괴롭히세요. 잘 못 건드렸다 싶을 정도로!!!
    진짜 쌍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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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런/ 2017/10/16 10:45

    에구.. 힘내시고 보란듯이 잘사시길 바래요!
    막장 커플 끝나는건 시간문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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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아쿤 2017/10/16 10:46

    참..그냥 지나가려다가 댓글답니다. 저도 얼마전에 이혼했는데 심리상태가 너무나도 비슷해서 힘이좀 나실까하고 몇자적습니다.
    건강하게 아프다는건 거짓말이죠.. 주변에서는 이혼잘했다고 하지만 힘든거 티낼수도 없고 혼자 남아있을때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고싶은거 다해보시고 공허함도 맘껏 느끼시고.. 결국엔 일어납시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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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yce123 2017/10/16 10:56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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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냄좋☆ 2017/10/16 11:06

    무심하게 글 클릭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머뭇머뭇하다가 댓글 답니다. 조금만 덜 괴로워하시고 조금만 더 빨리 괜찮아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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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mirar 2017/10/16 11:14

    열심히 사신분 같은데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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