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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털이 좋았다.

 나는 네 털이 좋았다.
몸을 겹칠 때면 너는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을 많이 했고
그때마다 나는 온전히 너를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종아리는
마치 잔디를 쓰담는 듯 했고,
키스를 할 때면 섬세한 붓질
같은 너의 코밑과 턱이 좋았다.

 끝끝내 너는 겨드랑이를
허릭하진 않았지만
네가 나에게 부끄러워 하는 모든 것이
내겐 사랑이고 헤어진 뒤 
흘린 눈물의 이유였다.

 잘 꾸민 너도 좋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네 모습을 사랑했고
일부러 부리는 애교도 좋았지만
무심히 창 밖을 보는 네 표정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 모든 추억과 증거들은
이제는 긴 시간에 무르익었는데,
그렇게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 와버렸다.
같이 지은 이 논에 서로의 눈물을
먹고 자란 벼가 고개를 숙였다.

 이제 각자의 몫을 양보없이 가져 가자
어쩌면 이 순간을 기다려 왔던 걸까
사랑앞에 소작농인 두 사람은
그 앞에 충실했던 만큼의 소작료를 지불한다.

 작별 인사나 안부를 물을 필요는 없다.
너와 함께한 나날들이 눈부신 작별이고
남은 생을 묻는 안부 였다.
이제야 남겨진 벼를 모두어 
나락을 사방팔방 날리며
타작을 해야 하는데,
나는 그저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밥 한 그릇 눈물에 말아 먹는다.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네 미소 속에 
한 술 뜨며 따라 웃는다.

댓글
  • 바나망고 2017/10/11 07:53

    털게문학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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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털가슴 2017/10/11 09:19

    가슴이 아프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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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ntleG 2017/10/11 09:31

    내용이 너무 좋은데 주제가 자꾸 걸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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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펑피펑? 2017/10/11 10:06

    작성자님 털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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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잘리는닉네 2017/10/11 10:39

    望毛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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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그런거야 2017/10/11 12:00

    왁싱해서 헤어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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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곰탱이 2017/10/11 14:03

    털털한 글이네여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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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愛hateyoU★ 2017/10/11 14:04

    댓글쓰기가 애매~~~~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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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세하 2017/10/11 14:06

    정우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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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행위원장 2017/10/11 14:08

    글 소름돋게 잘쓰시네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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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이는비율 2017/10/11 14:11

    털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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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쓰 2017/10/11 14:12

    가...감성변태?
    아 몰라 되게 복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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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핸들날개 2017/10/11 14:17

    슬퍼하는글에 위안받고 있으면 안되는데.
    표현력이 너무 좋아, 감성적으로 위안받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축복을 받았던 자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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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하트 2017/10/11 14:17

    다 안읽었는데요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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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냄좋☆ 2017/10/11 14:20

    글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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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코딱지파요 2017/10/11 14:48

    글 진짜 잘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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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1 14:54

    내 털도 좋아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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