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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119 부른 얘기

 
 
 
 
 
 
 
한달전쯤 휴일.
 
하루종일 늦잠자고, 컴터하고 티브이보며 
와이프랑 4개월된 애기랑 집에있었는데
 
녁11시쯤
죙일 집에있으니  갑갑해
바람도 쐬고 분리수거도 하자
잠든 아이는 뉘여놓고
와이프와 집앞 분리수거장에 나왔습니다.
잠깐있다  집에 돌아가보니 왠걸
디지탈도어가 고장났습니다.
번호를 눌러도 삑삑소리만 나고 아무 입력이 안되더군요
수십번 해봐도 안되고,
애가 한참 뒤집기를 시작할때라, 
그사이에 코박고 누우면 어쩌지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집이 저층이었는데
마음 급해진 와이프가 베란다 쪽으로 가더니 
자기좀 받쳐달라고 하더구요
직접 올라가 창문으로 들어가겠다고요
그런데 아무리봐도 각이 안나와 포기하고
 
애 뒤집진 않았을까 안절부절하다가
불쑥 119 생각이 났는데
둘다 핸드폰도 안가져나온 상태ㅜㅜ
 
공중전화도 없고 밤되면 인적도 드문곳이라
정말 난감했는데,
 
마침 빌라 중앙문이 열리면서 중년아저씨 둘이 나오더군요
와락 달려가 정신없이 '전화기좀 빌려주세요
집에 갓난애 혼자있는데 문이 고장났어요 
119 전화해야되요'
하니 황당하게 쳐다보다 주더군요
 
상황실 직원이 받자 자초지종 설명하고
위치 알려주고 5분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소방차와 119 대원 두분이 도착했어요
 
두서없이 설명을 하고, 
저는 문을 빠다(철거할때 쓰는 긴 끌 같은것)로 따달라고 했는데,
와이프가 침착하게 혹시 사다리 있으면 
사다리로 올라가셔도 된다 하더군요.
소방차에서 바로 사다리 내려오고
저희집이 저층에 두면으로 창이 여러군데 있는데
나이든 분(조장?)이 밑에서 사다리 잡고 젊은분이 올라갔지요
처음 거실 베란다 쪽으로 올라가보니 잠겨있고, 
옆에 주방쪽 창문도 잠겨있고,
다행히 세탁실 창문이 열려있었어요
 
현관문 열어줘서 정신없이 들어갔는데
다행히 애는 누운자세 그대로 곤히 잠들어있더군요.
 
그제서야 정신 돌아오고 소방관 두분께
너무 고맙다고 굽신굽신 인사하며 배웅했습니다.
 
출근할때마다 그 소방서 앞 지나가는데
볼떄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짠 했던건,
젊은소방관분이 사다리타고 창문으로 넘어가기직전 멈칫하더니
돌아보고 묻더군요.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되나요?'

당시엔 '네 그럼요!'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참 가슴 짠한 질문이었습니다..
 
댓글
  • 닭강정사주삼 2017/10/10 21:48

    어후 저도 요즘 깜박깜박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해서 그런지 남의일 같지 않게 감정이입하면서 글읽었네요. 소방관 아저씨들 너무 고생하시는데 제가 세금 좀 더 내더라도 대우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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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네킹맨 2017/10/11 10:03

    얼마나 그런걸로 클레임 거는 사람이 많았으면 신발신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다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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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요까요톡 2017/10/11 10:10

    애기가 곤히 자고 있었다니 정말정말 다행이에요ㅠㅠ
    진짜 그 순간엔 엄청 무섭고 가슴 떨릴텐데ㅠㅠㅠ
    그리고 소방관분께서는 예의 있게 그 순간에도 여쭙고 들어가는 게 참 대단하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네요..
    소방관 분들은 더욱 잘해드리고 싶네요ㅠㅠ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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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기-마님 2017/10/11 10:33

    울아들 3살즈음에 엄니가 쓰레기버리러 나간사이에 문 잠궈버려서 열쇠아저씨 불러서 문따고 번호키달았어요..
    울엄니 말씀으로는 아들은 안에서 울고 엄니는 밖에서 울었다고...ㅠㅠ
    전 퇴근하고 얘기들었는데 덕분에 울아들은 6,7살 될때까지 혼자서는 현관문 근처에 가지도 않더라구요..아..정말 많이 놀라셨겠다..애기가 안깨서 정말 다행이고요..
    그와중에 소방관님한테는 정말 죄송하네요...좀더 빨리 소방관님들에대한 처우가 바뀌었으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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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적으로!~ 2017/10/11 10:34

    애기는 절대 혼자 두고 나가지 마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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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리 2017/10/11 11:24

    쨘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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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아재 2017/10/11 11:29

    음료수라도 한박스 사들구 기세요~
    저도 예전에 집에서 디스크땜에 쓰러졌다가 119 부른적 있는데 집앞에 소방서에서 오셔서 며칠있다가 음식좀 해서 가져다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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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려 2017/10/11 11:42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되나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말이에요 얼마나 지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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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빡쳐서갑 2017/10/11 11:50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올 여름에 쓰레기 잠깐 버리러 간 사이에 3살아들내미가 문을 잠궈 버렸지요....ㅠ
    땀은 비오듯 오고 애기는 문앞에서 울고 ㅎ
    토요일 밤이라 옆집 아랫집 윗집 다 두드려봤지만 대답이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윗집에 처자가 한분이 내려오셔서 무슨일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핸드폰을 빌려서 열쇠집에 전화를 했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제 땀이 핸드폰에 묻어서 닦아서 드릴려는데 온몸이 땀범벅이라 딱아도 땀이 방울방울 ㅠㅠ 그런데 그걸 개의치 않는 처차분이 정말 천사같아 보였어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후 열쇠집이 와서 문을 땄는데 문 따자마자 보인 애기는 머리가락이고 옷이고 다 땀에 범벅이 된채로 눈물 콧물을 쏟고 있었더라구요 울컥해서 울뻔한걸 간신히 참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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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롱이아빠 2017/10/11 11:58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우리 동료의 말이
    괜히 뭉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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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오리소라 2017/10/11 12:33

    신발신고 들어갔다고 클레임이 걸렸나봐요...
    미친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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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블 2017/10/11 12:59

    뒤집기 시작 하는 아이를 혼자두고.....;
    이거 미국같으면 아동학대로 신고감인데.....
    진짜 위험합니다 절대 그러지마세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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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묘인간 2017/10/11 13:04

    애는 절대 혼자두지 마세요. 진짜에요.
    절대 혼자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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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똥오빠 2017/10/11 13:06

    별일없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 와중에 "빠다" 에 눈길이 갑니다
    보통 "빠루"라고 하지 않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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