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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아카) 사실상 작가가 마지막화에서 주인공을 교체한 거지

최종화의 미도리야 이즈쿠의 행적은 아예 납득이 안 됌.
무개성일 때도 자기 괴롭히던 소꿉친구를 구하러 뛰쳐나가고, 원포올을 얻은 뒤에는 자기 어머니를 매번 졸도시킬 정도로 몸이 부셔져라 활동하던 놈이 바로 미도리야 이즈쿠임.
작중 최고 미친 놈을 꼽으라면 다들 미도리야 이즈쿠를 꼽을 정도.
그런데 이런 놈이 개성이 없다고 꿈을 포기? 말이 돼?
그러다가 아래 글의 icicle017님의 댓글을 봄: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24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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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작가는 429화 동안 구축해온 미도리야 이즈쿠의 서사를 마무리하기 보다,
자신의 초안이라 할 수 있는 나의 히어로의 주이공, 미도리야 자쿠의 이야기를 최종화에 이식해버린 것.
사실 최종화만이 아니라 그 동안 미도리야 이즈쿠 서사에서 의문시 되었던 것이 모두 설명이 됌.
1.나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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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어로"


작가가 전에 그린 단편인 "나의 히어로"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프로토타입.
주인공은 히어로가 될 실력이 안 되어서 히어로의 길을 접고 회사원이 됌.
현실에 순응하며 살지만, 히어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림.
결말에서 서포트 아이템을 무장하고 히어로 생활을 시작함.
그리고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결말.
뭔가 익숙하지?
최종화랑 "나의 히어로"를 비교하면 내용과 주인공의 무력함이 똑같음.
능력이 없다고 히어로가 되는 것을 포기한 것도,
마치 아무런 행적이 없는것 마냥 아무도 못 알아보는 이유도,
주위에 친구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최종화의 미도리야 이즈쿠가 아니라 나의 히어로의 미도리야 자쿠의 이야기가 그렇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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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주인공의 모습인 미도리야 야미쿠모

외형에서 보다시피 미도리야 자쿠를 많이 따왔다


원래 작가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구상할 때, 단편 내용대로 서포트 아이템들을 다수 이용해서 싸우는 주인공을 생각했음.
그래서 주인공도 원래 히어로과가 아니라 서포트과로 입학할 예정.

(하츠메 메이가 원래 구상의 잔향)
하지만 편집부에서 주인공이니 특별한 힘이 있는 좋다고 조언했고, 이에 따라 올마이트와 원포올의 탄생.
즉, 나중에 원포올을 잃고 서포트 아이템으로 활약함으로써 원래 작가가 바라던 모습으로 돌아간 셈.
이게 무슨 말이냐면, 최종화는 사실상 429화까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리셋하고, 자신의 초안인 "나의 히어로" 이야기로 대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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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맺어진 크리미널과 러브러버


특히 우라라카와의 인연을 생략한 것이 가장 악질.
최종화에 1컷 나온 젠틀 크리미널과 러브러버는 약혼 반지를 통해 둘이 맺어진 것을 분명히 묘사.
하지만 우라라카와 이즈쿠의 관계를 추측할만한 근거는 모두 의도적인가 싶다 정도로 없음.
왜냐면 "나의 히어로"에서 자쿠는 아무런 이성 관계를 쌓지 않았으니까.
사실상 작가는 최종장의 주인공을 자쿠로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방해되는 이즈쿠의 서사를 모두 잘라버린 격.
2.미도리야 이즈쿠가 가진 서사의 미흡함
이렇게 작가가 미도리야 자쿠에 대한 집착은 연재 내내 미도리야 이즈쿠 서사의 발목을 잡음.
미도리야의 서사를 잘 챙겨주지 않은 것도 바로 이 탓이라고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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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서는 올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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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나약함을 오리진으로 되새기는 엔데버


오히려 자쿠에게서 독립적인 올마이트나 엔데버의 서사는 훌륭하게 만들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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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달리기에서 1등으로 들어온 미도리야


사실 이즈쿠의 이야기를 초반에는 열의있게 묘사했음.
체육대회에서 활약한 것처럼, 무개성으로 지형지물이나 주위 사물을 이용하는 점이 자쿠와 같음.
무엇보다 당시에는 원포올을 몸의 일부가 아니라 마치 서포트 아이템처럼 사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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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로키전에서 남은 원포올 100%의 횟수를 헤아리는 미도리야


대표적으로 토도로키전에서 손가락이 다 부러지기 전에 토도로키를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여기는데, 마치 리스크가 있는 아이템 취급.
즉, 당시 이즈쿠는 마치 아이템을 사용하는 자쿠 같으니 작가도 열의를 가지고 이즈쿠의 이야기를 그려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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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올의 역대 개성을 아이템처럼 다루는 미도리야


시가라키 토무라를 두고 "네가 도움을 바라는 얼굴을 했어"라는 대사 때문에 미도리야의 평가가 떨어졌었지만, 곧 이어 진행된 다크히어로편은 미도리야가 가장 인기가 있었음.
아마도 역대 개성을 아이템처럼 이용한다는 개념 때문인지 작가가 디자인이나 서사에 공을 들였음.

사실 이 때가 미도리야 이즈쿠의 인기가 가장 높고, 다들 주인공이라고 인정할 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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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은 필살기가 아닌 신체능력


그런데 그랜 토리노와의 직장 체험을 기점으로 개성을 필살기의 일종 보다 신체능력으로 봐야한다는 것을 알게 됌.
그리고 이즈쿠가 원포올을 점차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수록 이즈쿠의 서사가 소홀해짐.
자쿠에서 멀어지니 작가의 열의가 떨어졌는지, 미도리야 자쿠에서 벗어나는 미도리야 이즈쿠의 서사는 미흡해졌음.
이 때문에 작가는 작중 내내 제대로 왜 이즈쿠가 주인공인지 제대로 묘사하지 못함.
당연하게도 작가 본인이 원래 원하는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
특히 최종결전에서 빌런구원서사로 넘어가자 작품 전체의 질이 떨어지게 되었음.
(개인적으로 나는 이즈쿠의 서사가 연출이 문제일 뿐 훌륭하다고 생각.
나는 이즈쿠를 "절망을 알기에 남을 절망에서 구원하고자 하는 인물"로 추측: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241233)
결국 최종화에서 미도리야를 1화처럼 꿈을 이루지 못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림.
왜냐면 나의 히어로에서 자쿠가 딱 그런 상황이니까.
3. 무개성
원포올이 사라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서사적으로도 올포원이 사라진 세상에서 너무 큰 힘. 또한 원포올은 혼자서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모두가 최고의 히어로인 세상에 어울리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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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없어도 히어로는 할 수 있나요?


하지만 여기서야말로 개성이 없어서 히어로는 뭘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줘야 했음.
당연하지만 이즈쿠가 무개성이 되었다고 해도 자쿠와 같은 처지일 수가 없음.
경험과 인맥, 초반에 잘 묘사된 히어로 분석 등 무개성이라도 히어로로 활동할 여건이 많음.

(하다못해 검은채찍을 다룬 경험으로 아이자와 쇼타의 포박천을 다루던가)
작가가 작품 안에서도 르밀리옹, 미르코, 랙돌, 호크스 등 무개성으로 활약하는 히어로를 그래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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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보다는 히어로 분석이 미도리야의 힘이었다.


당장 초반부에서 잘만 무개성으로 활약.
대표적으로 상술한 체육대회 달리기에서 무개성으로 1등한 것과 바쿠고와의 모의전도 초반은 무개성으로 싸움.
미도리야가 올마이트를 만나기 전에 히어로 덕질만 한다고 하는데, 올마이트가 공책 내용을 보고 감탄한 것을 보면 진심으로 분석과 정리를 했음.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 꿈을 부정당하던 미도리야는 제대로 노력할 방향성을 잡지 못했음.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히어로 분석에 진지하게 임한 것.)
기마전에서 개성 분석의 힘: 특히 다크 셰도우를 공격이 아닌 방어에 사용한다는 발상도 여기서 비롯되었음.
따라서 작가는 도로 무개성으로 돌아간 미도리야 이즈쿠가 무개성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했고, 보여줄 빌드업도 다 되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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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성으로 올포원에게 덤비는 올마이트


올마이트는 이 질문에 대해 아머드 올마이트를 입고 다시 전장에 서는 것으로 대답함.
아머드 올마이트는 올마이트가 직접 개발에 참여했고, 1화에서 무개성으로 히어로가 될 수 있냐는 미도리야의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이었음.
또한 무개성으로 전장에 서는 올마이트의 고결함을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함.
그런데 작가는 이걸로 무개성이 활약할 수 있다는 답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이즈쿠 또한 그것도 올마이트에게 슈트를 받고 끝난다.
그리고 이건 그냥 회사의 히어로 아이템으로 가지고 활약하기 시작하는 자쿠와 일치한다.
위에서 언급한 이즈쿠의 히어로 분석 같은 빌드업은 최종장에서 없음. 그도 그럴 것이 자쿠는 히어로 분석을 할 줄 모르니까.


4. 오리진의 누락
사실상 가장 큰 문제.
미도리야 이즈쿠의 오리진이 사라져서 그 근본적인 캐릭터성이 붕괴하고 말았음.
팬들이 가장 비판하는 것은 바로 광적인 집념과 이타심을 지닌 이즈쿠가 개성이 없다고 꿈을 포기했기 때문.
이렇게 최종화에서 주인공이 개성이 없다고 히어로의 꿈을 포기하고 교사 일을 하되 히어로가 되지 못한 것에 씁쓸해한 이유는, 나의 히어로에서 자쿠가 체력 부족으로 히어로의 꿈을 반쯤 포기하고 원치않게 회사원이 되었기 때문.
이즈쿠의 서사를 위한다면, 꿈을 포기한 이유로 개성이 없어진 것 외에도 (올마이트처럼)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던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묘사가 있을 법하지만, 나의 히어로에서 평범한 회사원인 자쿠가 그런 일을 겪을 일이 없었으니 그런 묘사를 넣을 이유가 없었다.
자쿠는 이즈쿠처럼 광적인 집념과 이타심도 없는 그냥 소시민 캐릭터.
게다가 이즈쿠처럼 히어로가 될만한 경험도 쌓지 않고, 히어로 분석 능력도 없음.
무엇보다 최종장의 이즈쿠와는 달리 자쿠는 생사를 오가는 전장에 선 적이 없다.
그러니 최종화에서 주인공은 별다른 설명없이 그냥 꿈을 포기해야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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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트에게 히어로의 꿈이 부정당했음에도 몸이 움직인 이즈쿠


그런데 최종화를 보면, 단순히 미도리야 이즈쿠만이 아니라 자쿠라고도 할 수 없음.
1화에서 미도리야가 바고쿠를 구하기 위해 뛰쳐나간 거나, 나의 히어로에서 자쿠가 포지티를 구하기 위해 괴물에게 덤비는 장면이 없음.
즉, 이즈쿠나 자쿠의 오리진도 없음.
기껏해야 넣은 장면이 넘어지는 애를 잡아주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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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꺽였었지만, 과거 자신이 혼낸 이즈쿠의 활약을 보고 다시 몸이 움직인 데스테고로

이즈쿠의 투지에 사람과 히어로가 절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상징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결국 히어로의 의의인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는 최종장에 없었음.
카타르시스(감정의 해소)가 되는 장면도 없고, 결국 히어로의 오리진이라는 주제가 상실되고 만다.
5. 결론
429화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보여주며 이즈쿠의 서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냥 자쿠의 이야기를 붙여둠.
429화까지의 빌드업이 모두 부정되었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하고, 납득이 안 되는 게 당연함.
429화까지 이어오던 미도리야 이즈쿠를 대충 종료하고, 430화를 미도리야 자쿠의 이야기를 붙여서 주인공이 교체된 거니까.
최종장의 미도리야는 히어로로서 집념과 광기를 보여준 미도리야 이즈쿠가 아니라 이름만 바뀐 채 등장한 미도리야 자쿠라고 봐야 한다.
작가 본인은 스스로가 엄청 자랑스럽겠지.
429화 동안 거부당한 미도리야 자쿠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마지막에 붙일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좋아했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미도리야 이즈쿠가 치열하게 살아온 이야기였고, 미도리야 이즈쿠의 이야기로 끝냈어야 했어.
마지막으로 우리가 좋아했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진정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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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내히로아카돌려줘 2024/08/19 18:19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작가가 최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겠네요. 그렇게 그리고자 한 미도리야 자쿠 이야기를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서사를 망치면서까지 넣었으니 말이죠...


  • 내히로아카돌려줘
    2024/08/19 18:19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작가가 최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겠네요. 그렇게 그리고자 한 미도리야 자쿠 이야기를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서사를 망치면서까지 넣었으니 말이죠...

    (hjmNJx)


  • 클카피카베노오토
    2024/08/20 00:13

    좋은 분석글이 뭍혔네 ㅠ 추천하고 감

    (hjmNJx)


  • 내히로아카돌려줘
    2024/08/20 05:35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jmNJx)

(hjmNJ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