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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찾은 고향에서 가족들의 대화

 
 
# 1
 
 
할머니 산소에서.
 
어머니 - 글쎄 내가 쉬는날 친구들!좀! 만나러! 가겠다는데! 느그 아빠가! '야 바람났냐?' 이러고! 어!
 
 
아버지 -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어머니 - 아니 저녁도 안차렸는데 여섯시부터 어딜 나가냐고 그런다 아니니 그럼 난 언제 친구들 만나니 응?
 
 
아버지 - 아니 그 바람 나는건 좋은데 밥은 차려놓고 가야 될거 아니야
 
 
나 - ? 밥만 차리면 바람나도 상관 없다는거에요?
 
 
아버지 - 그래 밥은 해놓고 바람을 피워라 이런 거지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거야.
 
 
어머니 - 뭐가 어쩌고 저째!
 
 
 
 
# 2
 
 
어머니 - 당신은 왜 그렇게 다른 아줌마들한테 다정하게 이야기해?
 
 
나 - 아니, 성당에서 누가 뭐 물어보는데 '아 뭔데 아줌마는!' 하면 이상하잖아요
 
 
아버지 - 그래 뭐 물어보니까 대답해주는건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어?
 
 
어머니 - 나한테는 그렇게 안해주면서! 그리고 넌 왜 아빠편 들어?!
 
 
아버지 -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김여사님 수저 터질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집으세요~?
 
 
어머니 - @#[email protected]!%!
 
 
 
 
# 3
 
 
나 - 수제비가 먹고싶어
 
 
어머니 - 그럼 반죽을 해
 
 
- 열심히 반죽하는 중
 
 
아버지 - 임마 힘을 팍팍 줘서 누르면서 해야지 (예전에 만두집을 하셨음)
 
 
나 - 이렇게요?
 
 
아버지 - 에헤이 그게 아니라니까 그래!
 
 
나 - 아니 그러면 직접 하시지 왜 날...
 
 
아버지 - 장인은 원래 옆에서 훈수를 두고 가르침을 주는거야 직접 하는게 아니고 임마
 
 
나 - ...네에 그러시겠죠
 
 
아버지 - 너 말투가 왜그래 임마 불만있냐?
 
 
나 - 불은 저기 책상위에 라이터 있죠
 
 
동생(방문을 벌컥 열며) - 아니 가족들이 다 왜이렇게 아무말 대잔치야 정말
 
 
 
 
 
#4
 
 
공항가는길
 
 
아버지 - 다음에 올 땐 머리좀 자르고
 
 
나(장발임) - 그건 안해요
 
 
아버지 - 용돈도 좀 주고
 
 
나 - 이번에 드린건 뭐 배춧잎인가?
 
 
아버지 - 돈은 많을수록 좋은거야 임마
 
 
어머니 - 그래 그렇지 상품권 다섯장 끼워서 가져오면 더 좋고
 
 
아버지 - 오랫만에 당신이 좋은 말을 하네
 
 
나 - 이럴땐 좀 안싸워요 왜?
 
 
아버지 (공항으로 들어서며) - 국제선이냐? 국내선이냐?
 
 
나 - ...국내선이겠죠?
 
 
아버지 - 밀항은 안된다.
 
 
나 - 국내선이라니까!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에필로그
 
 
 
전화통화
 
 
아버지 - 집에 잘 들어갔냐. 저녁 먹었냐.
 
 
나 - 아직 안먹었어요.
 
 
아버지 - 빨리 먹어라.
 
 
나 - 이젠 식사시간까지 터치하시네 거 참.
 
 
아버지 - 너네엄마 지금 운다.
 
 
나 - ? 무슨 일 있어요?
 
 
아버지 - 너 집에서 밥 잘 챙겨먹는지 또 걱정된다고 그런다.
 
 
나 - 걱정마세요. 잘 챙겨먹으니까. 다음에 또 갈게요. 엄마 그만 울라고 해요. 잘 산다고.
댓글
  • Stigma 2017/10/06 14:38

    2번은 아버님 센스가 ㅋㅋㅋ

    (RONymw)

  • 나를토해우웩 2017/10/07 05:48

    마지막 짠....

    (RONymw)

  • 김봉사 2017/10/07 06:14

    츤데레 부모님 웃다 울컥 ㅜ

    (RONymw)

  • 볼링초보 2017/10/07 08:12

    유쾌하고 훈훈한 글을 보니 아침부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작성자님 밥 잘 챙겨 드시고 부모님께 건강한 모습 자주 보여드리세요 화이팅!

    (RONymw)

  • lucky 2017/10/07 08:49

    어머니...

    (RONymw)

  • 부담됨 2017/10/07 09:18

    국내선 밀항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곀ㅋㅋㅋ

    (RONymw)

  • 해피밥통 2017/10/07 10:03

    난 고향이 대구인데 대구에서 학교 졸업 후 혼자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판단에 경쟁력이있는 서울행을 선택했죠.
    그리곤 참 분주히 살았습니다. 젊은 날을 거의 서울에서 일과 함께 보낸거죠.
    그러다 연애하고 결혼하고..바쁘다는 이유로 대구 집에는 명절때도 못 내려간적이 많았습니다.
    제 직업의 특성상 명절연휴 다음날 바로 오픈 해 달라는 업소들이 많았고 또 그렇게 공기가 설정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엄마에게 전화를하니 없는번호라는 멘트가 나오더군요.  집 전화로 전화하니 그것도 없는 전화.
    ..그 담날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집에가니 핼쑥한 모습으로 엄마가 안방에 앉아계시더군요.
    어케된거냐고. 왜 전화가 안되냐고 짜증내며 물었죠. 그랬더니"왜 뭐가 궁금하노? 니가 언제부터 애미라고 전화한통 제대로 한 적있나? 전화 필요없어 해지했다! " 말문이 막혔죠.  내가 일부러 안했나?  일 바빠서 못 한거지 내가 한가한 놈이가?? 하며 대꾸하고 문을 쾅 닫고 바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고있었죠.
    누군가 저에게 다가오길래 보니까 같은 동에 사시는 엄마 친구분인 할머니더군요.
    아이고오..올 만이다 어케 지냈냐며 반가워 하시더군요 전 대충 인사하고 갈려는데 날 붙잡고 앉아보라더군요. 안색이 변하시면서..거거 아냐고?
    뭘요?  그랬더니..  xx가(저희 모친 이름)요즘 계속
    호흡이 불편해 병원가니..의사가 소견서 써 주며 큰 병원 가보라해서 갔더니 폐암이랍니다. 폐암..
    하늘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당장 엄마한테 올라가서 빨리 옷 입으라고.
    병원 가자고. 꺼집어 당기다시피  일으켜세워 엄마가 진료받았던 영대병원으로 갔습니다.
    접수 하고 기다렸죠. 엄마의 얼굴을 봤습니다.
    이미 병색이 짙은 그런 몰골..이더군요.왜 이제서야
    병색을 느끼는걸까..
    잠시 후 교수님을 만나뵈었고 당장 입원 조치 시켜주더군요.  그때도 당장 입원하라 하셨는데 엄마가 그냥 가셨다고....예후가 좋지 못 하다. 앞으로 6개월도 힘들다..
    입원시켜놓고 난 바로 서울 올라가서 삼실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짐 싸서 그 날 바로 내려왔습니다.
    병원에가서 전공의 분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됩니다. 소세포폐암은 일반 폐암이 아니다.
    환자분에게 굉장히 힘든 병이다.
    대체로 예후가 어둡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될것같다...는.. 그런 소리들.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그럼에도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말도 못 했고. 더 경악한 사실은 집에가서 갈아입을 옷 찾느라 장농문 열어보니..영정 사진이 있더군요. 액자에 넣어서... 그래요. 전화도 끊고 이미 자신의 죽음에대해 준비를 다 해 놓은겁니다.
    그 날 그 빈집에서 불도 안켜고 그 영정사진 끌어안고 아마는 엄마의 장례식때보다 더 울었던 기억...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때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려 살아갑니다.
    그때 발병한 공항장애 그리고 우울증으로 전 아적도 약에 의존하고 살아갑니다.
    오유님들.. 부모님 살아계실때 살갑게 하십시요.
    부지런히 안아드리고 부지런히 많은 이야기 들어 드리고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세요.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살지 마시고 떨어져 살게되면 전화를 자주자주 해 드리세요.
    본문 글 보니 너무 부럽고 또 엄마 생각에 콧등이 시큰 거립니다..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RONymw)

  • 데니로우 2017/10/07 10:05

    그래서 다음편 언제 나와요? 결제하면 되는거에요?

    (RONy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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