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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도 차례도 안지내기로 했어요.

가족게시판이 없어서 비슷한 결혼게시판에 씁니다. ㅎㅎ
먼저 저희 엄마 소개(?)부터 하자면,
저희 엄마는 결혼 한 이래로 워킹맘임에도 불구하고 독박육아, 독박살림은 물론이요,
장남 며느리로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과 시댁에 방문하여 장보고 반찬거리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놓고, 농사일, 밭일 일손까지 돕는 성실한 며느리였어요.
시누이와 시동생 (저에게는 고모와 삼촌)은 모든걸 다 저희 부모님한테 떠넘기고 명절때도 차례지낼때 쯤에 슬그머니 나타나 다 준비된 음식 차리고 절만 하고 갔네요.
결혼할 때부터 시댁 식구들은 엄마가 엄마없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라고 무시했고, 엄마는 내가 시댁에 잘하면 언젠가 내 노력을 알아주고 잘 지낼 수 있겠지 생각하셨대요. 근데 아무리 헌신하고 노력해도 알아주지도 않고, 나중엔 그걸 으레 당연시 여기더라는거죠. (그렇다고 시댁 식구들이 잘사는 집안도 아님. 빚이나 안물려주면 다행인 정도)
살면서 서럽고 화나는 일들도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엄마가 40대에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허리 수술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제가 23살이 되던 해, 결혼 23년만에 저희 엄마는 시댁방문종결선언을 하셨어요.
저도 엄마따라 안간다고 했어요. 엄마가 고생하는걸 옆에서 보며 자랐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저한테 애정이 없으셨거든요. (자식, 손자 생일에 전화 한 통 안하시면서 당신들 대소사는 몇 달 전부터 전화해서 챙기시는 분들이셨으니 ^^;)
그 이후로 N년간 명절, 제사때 아버지와 남동생만 의무적으로 가서 참여했고, 우리집 여자들은 음식만 준비해서 아버지
손에 들려 보내는 정도로 최소한의 도리만 하고있었죠. (어차피 여자들은 음식만 차리고 절은 안하는 집이어서요)
이제 본론으로 넘어와 제사와 차례를 안지내게 된 경유를 말할게요.
저희 집안은 명절 앞두고 누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차례를 안지내는데, 제작년에는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작년부터는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차례를 안지내고 있어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엄마께서 '이제 할아버지도 안계시고 아버지가 장남이니 이제는 우리가 제사랑 차례를 지내야하냐'고 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엄마가 원하면 지내고, 원치않으면 안지내겠다 하셨어요..ㅋㅋ
저랑 제 동생들한테도 의견을 물어보시고는 (다 싫다고 함)
앞으로 제사와 차례를 일체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엄마도 시댁 식구들은 이제 완전 남의 식구들이고, 평생을 남보다도 못한 일꾼취급을 받았는데 왜 엄마가 제사를 지내줘야 하나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아버지 혼자서만 큰집 성묘에만 갔다왔는데... 저희 세대는 큰집하고 교류가 없어서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에... 아마 저희 집안은 아버지 세대를 마지막으로 제사와 차례, 성묘가 끝날 것 같아요.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한 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인가 싶기도 합니다.
댓글
  • 나베 2017/10/05 06:51

    음식해서들려보낸건 최소한의 도리 이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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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히힝 2017/10/05 08:17

    전통이 아니에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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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nceux 2017/10/05 11:17

    우리 세대에서 끊어내야 할 인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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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ngel 2017/10/05 11:28

    최소한 우리선에서 끝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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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ris 2017/10/05 11:41

    그 전통이라는 것이 본인과 가족을 괴롭게 한다면 그건 전통이 아니라 폐습입니다.
    없어지는게 맞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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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스크루 2017/10/05 12:11

    차례든 제사든 즐겁고 반가운 맘으로 할수없다면 안하는게 맞습니다 괴로운 맘으로 억지로 한다면 언젠가는 크게 터지게되어있어요. 누군가 억울한 맘이 억눌려있다면 그것이 터질때 많은 사람 놀라고 당황하고 크게 다칠수있다는거 경험해봐서 잘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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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백작 2017/10/05 12:55

    ㅜㅜ 진짜 시대가 바뀌고있는게 느껴집니다 ㅠㅠ
    우리 어머니 세대들 엄청나게 제사로 고생하고 며느리 종처럼 살던게 결국 자기 손으로 다 끊어내시네요.. 20년 이상 며느리노릇 한걸....
    저희 어머니도 뼈빠지게 장남며느리로 고생하다가 작년부터 제사 없앴습니다. 아버지도 나이드니가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생한지 깨닿고 알았다 하셨구요.
    고생하신 어머니분들이 먼저 끊어주시니 우린 감사할따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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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흐흐 2017/10/05 13:36

    본인들은 싫어 하실지 모르지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직 있어요. 인습이네 폐습이네 뭐네 하시는데 본인들만 안하면 되는걸 왜 다른 사람들이 제사 지내는걸 잘 못된 것이라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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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KY애생겨요 2017/10/05 15:56

    차차 없어질거라 확신합니다. 없어져가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교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명절에 교류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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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알못 2017/10/05 16:33

    어떤 사람들에겐 미풍양속이고 즐거운 일일지라도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 악습이고 적폐를 의미할 뿐이라면
    그런 제도는 없애는 게 도리상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힘 빌리지 말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고 유지하면 그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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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tsby0927 2017/10/05 16:33

    전통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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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nsura 2017/10/05 16:34

    전반적으로 볼 때,
    제사나 차례가 문제가 되는 건,
    대한민국 사회가 적어도 도시권에서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유주의화 또는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것은 사회적으로나 전체적으로는 공동체주의적인 성향도 나타난다는 거죠-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성향에서 나타난 것처럼요-
    한국은 상당히 강한 집단주의의 나라인데,
    이것이 김대중, 노무현, ... 문재인 정부를 타고 내려오면서
    기존의 전통이나 권위로 뭉쳐져 있던 많은 부분들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때 분열은 중립적인 것이죠-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뭉쳐있다고 분열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발생하죠- 핵분열처럼요-
    유럽이 노쇠한 이유는 이미 전통적 권위로부터 개인화가 사실상 끝나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이상 분열할 무언가가 없죠-
    반면에 남미나 아프리카, 아랍은 정치적 불안정 때문에 분열할 집단이 형성되기 어렵죠...
    제3세계(?)에서 에너지를 일으키려면 일단 이들에게 집단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과 촛불혁명은 세계사의 빛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개인화되는 과정에 빛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자체로는 엄청난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고,
    향후 대한민국이 세계사에서 전면에 나서게 되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봅니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자유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공동체주의자이가 되려는 요즘 분들의 성향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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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이거 2017/10/05 16:58

    저희도 제사없애는것을 심각히 고려중인데,
    너무 가부장적인 유교 사회의 유산이라 남자들은 심각성을 모르지만 여자들 특히 며느리들은 노이로제가 걸릴정도로 괴로운 것이죠. 저는 남자지만  명절은 그 취지에 맞게 모두가 반갑고 즐거운 일이길 바랍니다.
    좋지않은 전통은 과감히 없앨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많은 집안에서 중히 여기는 제사를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정작 조상덕을 본 집안은 집안 어르신의 결정으로  며느리들하고 해외여행 가는 날이 되었죠.  조상덕  일도 못본 집안은 뼈빠지게 제사지내고,  가족간 불화생기고 기분만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쪽이 더 조상에게 감사해야하는지  근래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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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랑 2017/10/05 17:04

    제사와 장례는 역사적으로도
    죽은자를 위해서 라기 보다는
    산자들을 위해서 시작한거에요.
    저희집도 제사를 지내긴 합니다만
    횟수와 규모는 확 줄였어요.
    그래도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뭣보다 가족끼리 '편안히' 만나
    정기적으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로서의 의미가 더 중요해졌어요.
    (물론 안부 라고 쓰고 비교 라고 읽는
    그딴 거지같은 스킬을 발휘하는
    친척은 이젠 아예 낄자리도 없죠)
    달마다 몇개씩 무리하게 과한 규모로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며
    꼬박꼬박 제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만약 ' 예전부터 그래왔으니'  라면
    물 한그릇 떠다놓는 저녁 한끼만도
    의미가 없는거니 그만두기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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