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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92)


추격하는 차량 중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토요타 시에나,
사토르 카르텔 처형팀 1호차를 운전하고 있는 알피오(Alfio)는
조금씩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사토르 카르텔 처형팀원인 그는
보스의 명령에 따라
승용차 한 대를 추적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지금 같은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식 클래식 자동차인
애스턴 마틴 DB5를
알피오는
계획대로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속도를 줄이는
애스턴 마틴 DB5에 따라 붙어
총격을 가할 수 있는 적정 간격을 유지하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아무래도 앞의 차가
터널에 들어서자 눈치를 챈 듯 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알피오는 피식 웃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봤자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나오는 죽음의 검은 길 앞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으려면
무조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자신들에게서,
자랑스러운
사토르 카르텔 처형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 벌레같은 놈들이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왔다.
처형팀에서 운전을 담당하는 알피오가
아주 좋아하는 상황이었다.
사냥감을 추격하는 사냥꾼만이
즐길 수 있는 행복이었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박하기 위해서
알피오도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왜 웃어?”
조수석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처형팀원이
액셀레이터 페달을 힘을 주어 밟는 알피오를 보고 물었다.
“웃기지 않냐?
살겠다고 발악하는 모습이?”
그 말을 들은 동료가
피식 웃은 후
손에 들고 있던 Vz.68 기관단총,
소위 스콜피온이라고 불리우는
체코제 기관단총의 라이센스 카피를
옷자락으로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천천히 가자고.
이러다 같이 뒈지겠다.”
알피오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뭐 뒈지는 게 두려우면 처형팀은 못하지.”
“하긴 뭐.”
동료도 누런 이빨을 보이며 같이 웃었다.
터널만 빠져나가면
이제 저 벌레들을 총알샤워를 시켜줘야 하는 그도
지금 상황이 즐거웠다.
달리는 차량에서 총을 난사하는 것은
그가 가장 즐기는 것이었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기 위해
그는
오른손으로 총 손잡이를 잡은 후
왼손가락을
창문 조절 버튼에 얹었다.
알피오와 동료 처형팀원이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어느덧 앞의 차가
하얀 벽 너머로 사라졌다.
터널 출구를 벗어난 것이다.
20여 미터 후방에서 뒤따르던 알피오의 시에나도
하얀 빛의 벽으로 돌진해
출구를 빠져나갔다.
갑작스럽게 동공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에
알피오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고
잠시 마비되었던 그의 시각은
곧 바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의 회복된 시야에,
잠시 놓쳤던 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애스턴 마틴 DB5의 모습은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의 모습과 달랐다.
차량 옆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붙어있었다.
알피오는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차 옆에 붙어있는 그것이
조수석 문에 걸터앉아
자신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는
동양인 소년
그것도
넥타이 차림의 검은 교복을 입은 소년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상도 못한 그 모습에
알피오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뭐야? 저 병신은!”
알피오의 웃음에
조수석 동료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도 차량 옆에 붙어서 권총을 겨누고 있는
검은 옷 차림의 소년을 확인했다.
“뭐야?
저 미친놈은?”
그 순간
미친 놈의 손 끝에 들린 권총이
화염을 분출했고
왼쪽 사이드미러가 뜯겨저 날아가버렸다.
알피오는
순간적으로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X발!
저 개새끼는!”
옆에 있던 동료도
갑작스러운 피탄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금세 태연함을 가장하며 말했다.
“쫄지마!
새꺄!
우연이야. 우연.
달리는 차에서 권총으로 사람을 맞추겠다고?
택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
그 말에
알피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는 차에서
추격하는 차량을 총기로 저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하나뿐이다.
돌격소총이든, 기관단총이든, 권총이든,
총알을 난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
다수의 총기로
화망을 형성해
총알 세례를 퍼부어 주는 것이다.
권총 한정으로 차량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나 나올 이야기고,
그런 장면이 나와도 코웃음을 칠 장면이다.
동료는
아직도 놀람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알피오를 보면서
야지를 퍼부었다.
“하 알피오.
이 병신새끼 쫄기는!
X발.
권총 하나로 백날을 쏴 봐라!
총알이 .....”
동료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그 순간
알피오의 머리가
앞뒤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마에서 튀어나온 핏물이
잔뜩 금이 간 앞 유리까지 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동료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알피오 정면의 앞유리에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조수석 손잡이를 잡으며 소리쳤다.
“씨이이이이이이바아아아아아알!”
알피오의 이마로 들어온 총알은
알피오의 머리를 통과하면서
그의 뇌를 완전히 헤집은 후,
후두부를 뚫고 나와
운전석 헤드레스트에
알피오의 피와 뇌수를 머금고 박혀들었다.
알피오의 대뇌피질은
9mm 총알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핸들을 잡은 두 손과
액셀을 밟은 그의 발은
여전히
그의 전두엽이 내렸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전방추돌경보장치가 없는
구형 1세대 시에나는
우측으로 90도 꺾인 ‘죽음의 검은 길’ 중앙 분리대를 향해
더욱 속도를 높여 달려들었다.
RPM 계기 바늘이
레드존을 넘어서고 있었다.

댓글

  • 루리웹-6884617133
    2024/08/02 11:48

    원 샷 원 킬의 진수를 보네요.

    (f7MOnt)


  • 컨트리볼매니아
    2024/08/02 18:32

    사격 솜씨가 좋습니다.

    (f7MOnt)

(f7M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