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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선의를 베풀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월요일이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맥주한캔하러 집더하기에 갔습니다
간단히 안주랑 맥주 사서 집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이제 다섯살쯤 되보이는 꼬맹이가 혼자 멍때리고 서 있길래 평소 아기덕후인 저는
바가지 머리가 귀여워서 혼자 속으로 엄마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주변에 보호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없고 애가 신호등이 바뀌어도 멀뚱멀뚱 서있기만 해서 덩달아 저도 길을 못건너고 뒤에서 지켜봤어요
신호가 세번 정도 바뀌었음에도 아이가 혼자인걸 보고 혹시 미아인가 싶어 말을 걸었습니다
“꼬마야 여기서 뭐해??”(작성자 조카도 많고 학창시절 유치원 봉사 다녀서 아이들이랑 금방 친해지고 애들도 작성자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답안하고 멀뚱 멀뚱 쳐다봄
“^^;;; 혹시 엄마 잃어버렸니? 여기 차도 앞이라 혼자 있으면 위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말하자 꼬맹이가 엄마소리에 울컥했는지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저도 순간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다가 다시 한번 보호자와 떨어진걸 확인하고 급한데로 안주로 샀덤 카라멜 팝콘 뜯어서 쥐어주니 단걸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추 울음을 그치더라구요.
그 사이에도 보호자가 나타나질 않아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내서 번호 누르고 있는데 딱 타이밍 좋게 신호등 건너편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아줌마가 꼬맹이를 보고 @@아!!!!!! 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구요
애기도 엄마!!!! 하고 소리지르길래 저는 잘됏다 ㅎㅎㅎㅎ 하고 한것도 없이 괜히 뿌듯했는데
그 아줌마....
신호 바뀌자 마자 득달같이 건너오더니 제가 말 건낼 틈도 없이 애를 되게 거칠게 잡아끌고 엄청 화를 내기 시작...
그러다 제가 손에 쥐어준 과자 봉지 보고 그거 어디서 났냐고 애를 닥달하길래
애기가 울어서 제가 줬다. 혼자 있길래 걱정되서 지켜보던 중이었다. 어머니 되시냐
라고 말했죠
근데 그 아줌마 진짜 건성으로 아 네네 이러더니 과자 애 손에 휙 뺏어서 저한테 거의 던지듯이 건네더라그요..... 저는 아뇨! 아기 다 먹어도 되요! 하고 거절하는데 “저희 애 원래 과자 안먹여요” 이러더니 마침 신호 바뀌어서 애 데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어요....
순간 무슨 폭풍 지나간것 마냥 저는 혼자 벙쪄서 서있다 안주 다시 사서 집 돌아왔습니다..ㅠ
허락없이 과자 먹여서 화가 난건가..
아니면 낯선 사람이라 그냥 경계한건가...
나는 걱정되서 같이 있어줬던거 뿐인데 괜한 짓 했나 싶고 기분만 잡쳤네요...
맥주 말고 소주를 사왔어야 했나 싶습니다ㅠㅠㅠ 
 

댓글
  • 솜머리 2017/09/25 19:39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탓이라고 넘기고 ..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님은 잘 하신 겁니다.

    (3y5sEH)

  • 길고양이 2017/09/25 19:46

    도시괴담...처럼 그런 이야기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어요.
    혼자 있는 아이가 걱정되서
    집 잃어버렸니, 엄마를 놓쳤니..하며 안심시키는 중
    아이는 울어버리고
    타이밍 좋게 나타난 애엄마가
    당신 뭔데 남의 애 울리냐, 아가 괜찮니?
    엄마, 이 아저씨가 나를 만졌어요ㅜㅜ
    헐..!? --
    이런 스토리요..
    아니길 바라지만..세상 참 흉하네요
    그래도 글쓴님, 글쓴님은 좋은 일 하신거에요.
    제가 대신 감사인사 드립니다.
    고마워요.

    (3y5sEH)

  • Dannyboy 2017/09/25 20:01

    애엄마는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이지만, 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그냥 아이 잃어버렸다가 찾아 놀래서 그런 거 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집에서 후회하고 감사 할거라 고요.

    (3y5sEH)

  • 달과육십원 2017/09/25 20:08

    ㅠㅠ 위로 감사합니다 홧김에 사온 맥주 벌컥벌컥 하다 벌써 두 캔 순삭했어여!!
    윗분들 말대로 나 아니었음 혹시몰라.. 이러면서 자기위로 하면서ㅠㅠ

    (3y5sEH)

  • 달의날 2017/09/25 21:29

    잘 하셨습니다.
    요새 세상이 흉흉해서 그렇지
    애엄마도 좋은 사람일거고 좋은일 하셨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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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냥고양해 2017/09/25 21:33

    힘들어하지 마세요. 제가 저 아이 엄마였다면 엄청 감사했을거예요. 전 글쓴이님 덕분에 세상은 살만하다는걸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3y5sEH)

  • lucky 2017/09/25 21:42

    세상이 험하긴 험한가 보네요.. 선한 맘 가지고 좋은 행동 하셨으니 마음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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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딜법사 2017/09/25 21:43

    아닐꺼에요!
    엄마도 고마운데
    그냥 신호등 바뀌어서, 급해서 그런걸꺼에요
    마음으로는 고마워 할 꺼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주무세욧 ㅎㅎ
    괜히 심란해봤자 자기 손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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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칼렛a 2017/09/25 21:50

    글쓴이님 칭찬해♡♡♡ 저도 아이엄마인데, 글쓴님같은분 만나면 굉장히 감사할것같아요..  내아이 간수 못 한 민망함에 그러셨으리라..생각하시구 맛난맥주 드링킹하세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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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킹이 2017/09/25 21:57

    세상이 험해서인건 이해하나
    그 전에 찻길옆에 아이 혼자 있게하지를 말아아죠
    그래도 작성자님이 지켜보고 있어서
    다른일 안생겨서 다행이에요~~~착하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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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이불 2017/09/25 22:06

    내가 미친1놈이라 이런생각이 드는데
    애기 혼자 냅뒀다가 납치라도 당하기 직전이라면
    그땐 나같은 미친1놈 옆보단 작성자같은
    성인 여성이 안전할거 같은데
    애초에 애가 혼자 있었던 것부터
    오질나게 욕처먹어야 할 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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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수 2017/09/25 22:07

    그냥 오셨으면 더 찝찝했을거에요 그냥 넘겨요 애기가 행복해졌으니 됐지뭐~ 일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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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kei-47 2017/09/25 22:14

    모르는 사람한테 호의 베풀고 잘해줄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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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시안노 2017/09/25 22:18

    이제는 정말 친한 지인이나 가족들 아니면 꼭 도와줄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괜히 돕다가 피보는 경우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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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작은새 2017/09/25 22:20

    왜 애기를 혼자두고 다니실까?;;;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잘 못을 님한테 넘기려는 행동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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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로큐티 2017/09/25 22:21

    그 엄마가 이상한거에요. 아이를 혼자 냅두게 한 것부터, 원글님이 잠깐이나마 돌보고 있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안한 점. 암튼 원글님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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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io_ 2017/09/25 22:21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시길..
    애 엄마가 막 정신없고 큰일 난줄 알고 해서 저따위 행동을 했을꺼에요
    좋게좋게 생각하시길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시지 마시고
    애 엄마가 정말 정신없어서 그런거라고 좋게 좋게 생각하시는게 편해요
    작성자님 속만 상합니다.

    (3y5sEH)

  • 보통시민 2017/09/25 22:22

    귀하께서 남성이라면 잠재적 성범죄자 및 잠재적 납치살인범이기 때문에 화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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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는박근혜 2017/09/25 22:22

    그런데 그 여자분이 진짜 엄마인건 확인하셨나요?
    혼자 있는 아이를 몰리서 계속 주시하며 유괴하려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아이에게 관심을 보인 님의 등장에 일을 망칠까봐 서두른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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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쓰 2017/09/25 22:32

    잘 하셨어요.
    세상이 각박한거지 차책 하실 필요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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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고래 2017/09/25 22:32

    잘하셨어요~ 내가 다 고맙네요. 기분이 안좋게되기는 했지만;
    작성자님같은분이 계셔서 세상은 아직 따뜻한거죠.
    저도 호의베풀고 어이없던 적 있지만
    그래도 내가 받았던 호의들이 있어서 지나치지못해요.
    님도 그러셨을거같네요 ㅎㅎ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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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내린미모 2017/09/25 22:33

    아이키우는 엄마로서 정말 감사드려요♡ 속상해하지 마시고 맘푸셔요 님같은 분이 있어서 아직 세상이 살만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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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데르 2017/09/25 22:33

    너무 맘상해 하지 마세요. 애 엄마가 아이 잃어버리고 멘붕상태라서 대응을 잘못한거 같네요.
    글쓴분 복받으실 겁니다. 좋은 분이시네요. 언젠가 그 복 돌려받을 날이 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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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GS 2017/09/25 22:34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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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쿠마 2017/09/25 22:37

    음 그래도 엄마 반응 좀 그런데...
    아이엄마 입장이 어떤건지 들어보면 이해가 갈 수도 있겠지만, 상황만 보면 정상적인 반응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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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llythebat 2017/09/25 22:48

    에라이 개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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