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유배 후기 甲

정조시절 "안조환" 이란 양반이 추자도로 유배가면서 쓴 유배가사. 국고를 탕진했다고 유배됨. 말하자면 정치범이 아니라 경제사범(?) 근데 이양반이 쓴 유배가사 내용이 사미인곡같은 문학적이고 깔끔한 유배문학이랑은 다르게 솔직하게 쓴게 되게 재밌음

= 아오 귀향지까지 걸어가는거 다리아파 죽겠내

이러다 내 다리 븅신되겠다

경제사범에게 가마따위는 없다. 뭐? 유배가는데 가마?

= 와 시발 기껏 발이 터지게 걸어서 배탔더니 태풍부는데 파도는 집채만하고 배 존나 흔들리고 개토악질나온다. 제발 살려줘. 

이양반이 뱃멀미가 심했던듯. 이후에도 배탈때마다 오장육부 다 터지겠다고 그럼 ㅋㅋㅋㅋ

= 에휴..... 얹혀사는 집주인 상놈 날 우습게 알고 눈치주고 쪼잔하게 구네. 나도 삐졌다 흥칫뿡

조선시대에는 유배지가면 따로 시설이 있는게 아니라 지역주민 집에 얹혀살았는데 맨날 집주인 눈치밥먹고 산 모양. 어디 높은관직에 있다 정치적으로 모함받아 귀향간 유명인사면 지역민들이 서당도 지어주고 극진히 대접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런 잡범은 그런 취급도 없었나봄. 지역주민들 입장에는 섬이라 안그래도 풀칠하기도 힘든데 굴러들어온 밥충이 벌레 취급 받았을듯

= 유배지가서 뭐 하나 하려고해도 난 평생 글만 읽은 양반이라 할줄 아는게 없네 내가 농사를 지을줄 아나 고기잡이를 할줄아나 나무를 벨줄 아나.... 배고파죽겠네 ㅅㅂ....

=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바지는 다 낡가서 헤지고 밑도 다 터졌는데 바느질할 옷감조차도 없고.....

= 밥이라곤 맨날 보리밥에 간장이고, 옷도 벌써 백번은 기워입음

이게 산사람 꼴이냐? 눈물난다. 어쩌다 내가 이모양 이꼴이 된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