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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한통 받았어요

엊그제 제가 그만 둔
학생 아버님한테서 방금 전화가 왔어요.
이제 중학생인데 공부하길 힘들어해요
저한테 공부하기 싫다고 말하는데
듣고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수업을 계속 하는 게 학생을 괴롭히는거 같아서 
제가 먼저 물러난 케이스에요.   
 
학생 아버님이 절 많이 아끼세요. 
전화하면서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과외선생은 널렸고 
초등학교/중학교 수준의 공부는 아무나 가르치는데 
우리 애들을 아끼면서 가르칠 선생님은 선생님 밖에 없어요.
애들 엄마한테도 그랬어요.
선생님 아니면 따로 공부 안시킨다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저한테 항상 이거 배우고 저거 배웠다라고
설명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배웠고
얼만큼 이해했는지를 얘기해주시잖아요.
선생님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자세에요. 
저는 이제 스물네살이지만 어릴때부터 이 일을 했고
8년동안 제가 과외 하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과목 가르치는거 별거 아니에요.
공부 좀 했으면 그 내용은 아무나 가르쳐요.
그런데 제가 갖고싶었던 그리고 항상 노력했던 부분은
아이에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는거였거든요.
아이의 성향과 성장하는 모습을 살피며
공부에 있어 자신감을 찾도록 발 앞에 디딤돌을 하나씩
아이 걸음에 맞춰 놓아주는 역할이였거든요
물론 아이가 원하는 경우에만요.
모든 학생에겐 자의로 공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 아버님은 고집이 센 분이에요.
살짝 마초에다 호탕하시지만 거친 분이신데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실 정도로 
다시 돌아와달라고 부탁하셔서 놀랐어요.
학생은 마지막 수업 이후로 다시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저는 그 마음을 확인하려고 
방과후에 아이가 직접 전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부모가 아무리 부탁해도
제 마음을 움직이는건 학생의 목소리거든요.
앞으로 자격을 더 갖추고 노력하려고요 
학생들한테 좋은 선생님이 되고싶어요
저한텐 아직 제가 학창시절 배웠던걸 주는 재주밖에 없는데
선생님이 되는건 다르거든요.
가르치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하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저는 아이들한테 그 모든 걸 기꺼이 다 해주고 싶어요.  
다 예뻐요. 말을 안들어도, 숙제를 안해도, 곤란한 질문을 해도..
저는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거 하나만 바라고 평생 아이들 가르칠거에요. 

댓글
  • 오로라고래 2017/09/12 23:03

    멋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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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설원 2017/09/12 23:05

    이미 훌륭한 선생님의 자격을 갖추셨네요 글중에 어느 글귀가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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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D141 2017/09/12 23:10

    전화받고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글만 읽어도 정말 좋은 선생님이신게 느껴져요:)
    저도 님께 공부배우고 싶을 정도ㅎㅎ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요.
    전 제가 뭘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서요
    신규라 추천을 못드려서 댓글만 남기고가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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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 2017/09/12 23:17

    충분히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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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기다리며 2017/09/13 09:16

    님이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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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kalone 2017/09/13 09:17

    학생아버지 말씀이 맞으세요. 가르치는건 누구든 하는데요, 학생에게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는건 아무나 못되거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멘토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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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쌀게써 2017/09/13 09:27

    아버님도 선생님도 다 훌륭하심다.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이 다 선생님만 같으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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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찮은닉넴 2017/09/13 09:32

    진정한 교육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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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goon 2017/09/13 09:46

    멋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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