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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한의사들...

사실 공포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겪었던 신기한 경험이라서 여기에 올립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서양과학과 서양의학을 맹신해온 다소 오리엔탈리즘적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금속침을 몸에 꽂는 것으로 치료를 행하는 한의사들을 중세의 잔재 혹은 불완전한 치료행위자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저의 인식이 바뀐 계기는 고2 때였습니다. 

독실한 신자이신 어머니가 새로 다니시기 시작한 교회에 끌려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예배가 끝나고 평소처럼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저번주에 일있어서 못나오셨던 한의사 장로님이 무료 진찰 해준다고 어머니가 말하시면서 (저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한 곳에 책상을 마련해 앉아 성도들을 진찰해주시는 장로님이 있는 곳으로 저를 끌고가셨습니다.


당시의 저는 교회에는 끌려왔어도 한의사 진찰은 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장로님이 주일마다 봉사를 해주는 거니까 어서 너도 공짜로 진찰받아야지, 엄마는 다른분들이랑 인사하고 올께하고 가버리셔서

세상에서 제일 멸시하던 한의사에게 난생처음 손목을 맡기고

진맥을 짚이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한의사에게 진료받는 상황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 마치 절에서 추수감사 파티를 하는듯한 느낌- 이었지만, 

한약 냄새나고 이상한 약재들로 가득찬 한의원에 직접 들어가서 진료받는것보다는 거부감이 덜한건 사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깔끔한 한의원이 많지 않았음)

그리고 그분은 계량한복을 입고 나이가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건강한 분이셨는데 

제가 어려서부터 유달리 사람들의 나이를 잘보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딱히 노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젊고 건강해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분은 저의 모든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30초 안팎의 짧은시간만에 제 진맥을 마치고는 제가 앓고 있던 가장 큰 병을 

그 진행정도까지도 정확히 맞췄습니다. -대개 젊은 여자들이 많이 앓는 병인데.. 흔하지만 부끄러운 병이므로 어떤 병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겠습니다.-


"막 돌덩이 같을거야. 한참됐지?" 라고 직설적으로 진단하시길레 짜증팍팍 부리며 마지못해 앉아있던 저는 적지않게 놀랐지만, 너무 놀라서

"아닌데요? 맞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병 자체도 부끄러운 종류였는데 그분이 너무 신랄하게 묘사하셨고, 당황으로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에이, 진찰받기 싫으면 앉아있지 말고 가. 누구한테 거짓말을 하고 그래."


상당히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그 후로 한의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다음주에 그분을 만났을 때는 죄책감에 먼저 인사를 하고 사실 진찰해주신게 맞는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웃으시며,

"그렇지? 내가 몇 주뒤면 갈 사람인데 거짓말했겠어? 하하."

'가긴 어딜 간다는걸까?'

저는 제 솔직함에 기분이 좋아지셔서 자신의 연륜과 오래된 경력을 과장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몇 주 뒤에 어머니가 어딜 갔다 오시길레

"어디갔다왔어?"

"그 교회 장로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장례식 갔다왔다."

"응? 어떤 장로 할아버지?"

"그 있잖아. 한의사 장로 할아버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고령도 아닌데다 최근에 봐온 모습으로도 듣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걸음걸이 등 모든게 자연스러웠던 분이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주마다 진찰봉사 나올 상태라면..)


알고보니 사실은 무슨 병을 앓고 계셨는데, 양의학으로는 치료가 안되는 병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시고 본인 스스로 치료하면서 연명해오셨던 거라고 하더군요.

"이미 몇달 전부터 주변에 다 말해놓으셔서, 장례식에 교회사람들 전부 왔더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지..."



그 사건으로 저는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접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가 진맥, 침술들을 받으며 느꼈던 점은 다음에 적겠습니다.     

 
글이 길지만 재미는 없네요. ㅜ ㅜ










댓글
  • 전직주인공 2017/09/08 12:07

    저도 사실 한의학을 그렇게까지 맹신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고삼때 뵌 한의사 선생님께서 제 진맥 짚어보시고는 그날 소화 잘 안 되던 걸 그대로 맞혀버리셔서 깜놀...
    한의원이 아직까지 그렇게 여러 군데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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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나시엘 2017/09/08 13:26

    진짜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점쟁이인가 싶을정돈데....
    아닌 사람들 때문에 인식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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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절친 2017/09/08 13:29

    돌이라면 pooprain 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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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정남 2017/09/08 13:30

    그래서 변비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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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우우우 2017/09/08 13:54

    전 양의학으로는 평소에 아픈거 하나도 나아본적 없는데 한의학이랑 중국지압법으로 새로태어났었음 ㅋㅋㅋㅋ근데 돈이 어마무시하게 깨졌어서 이젠 못함 ㅜㅜ 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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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먹고싶다 2017/09/08 14:03

    한의사보다는 점쟁이에 가까운 분이신 것 같은데요. 사전정보 없이 진맥만으로 병명이 딱딱 나오지는 않습니다. 의료기관이 아닌 교회에서 진료하셨다는거 보면 더욱더 의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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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resmile 2017/09/08 14:15

    저희 집 같은 곁우는 양약보다 한약이 체질적으로 맞아서 단골 한의원도 있어요...
    특히 아빠는 양약 먹으면 옻오른거처럼 얼굴이 엄청 부어올라요.... 그래서 한약만 드시네요... 치과진료시는 어쩔 수 없니 양약 드셨는데 여지없이 부작용....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맞는걸로 하는게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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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티스 2017/09/08 14:28

    어머니가 귀띔을 해주셨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꼭 그 분이 돌파리라는 의미는 아니겠죠.
    수많은 한의사 중에 정말 명의야 없겠습니까마는..
    제경험으로도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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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리엘 2017/09/08 15:26

    복싱이 세냐  가라데가 세냐를  묻는게  의미 없는것 처럼  한의학이 맞느냐 양의가 맞느냐는 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그냥 잘 하는  선생님이 잘 하는거드라구요.
    실력이 없으면 양.한방 다 꽝이고 실력이 조으면 양.한방 모두 효과가 있더라구요.
    결론 .   의사가 실력이 확실 하다면 그 의사가 양방 인지  한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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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비니 2017/09/08 15:32

    저도 현기증자주나고 쓰러지기도 자주해서 병원가보면 병원에서는 빈혈도 아니라그러고 다 정상이래서
    내 스트레스때문이구나 싶었는데
    우연히 한의원가서(엄마 다이어트약받는 겸사겸사 저도 진맥해보라구,,,,,
    그 분이 자주쓰러지죠?
    갑자기 오한들죠?
    잠도 많고 침도 뭉치고
    그거다 몸이 차서 그런거라고
    많은 여자들이 자궁이 차서 그런 증상 보이는데
    저는 온몸에 한기가 들어차서 좀 심각하다고 하더라구요
    ''병원가도 진단 못받았을것''
    그 날 충동적으로 한약지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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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자 2017/09/08 15:45

    오래전 언니가 배가 너무 아파서 어머니랑 한의원에가서 진맥을 짚었는데
    한의사 샘이 놀래면서 잘못 찾아왔다구 당장 수술해야한다고 빨리 가라고 하셔서 병원옮겨서 검사했는데 맹장 아마터면 복막염 올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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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마루 2017/09/08 16:27

    저는 다른건 몰라도 근육 뭉치거나 담왔을때에는 침술이 엄청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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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해빠진 2017/09/08 16:30

    저는 어깨가 너무 아프고죽을것처럼 쓰라려서 한의원갔더니 침놓고 뜸떠줌. 그리고 집에 와서 고열에 이러다 죽겠다 내과갔더니 대상포진;;; 대상포진 자리를 침으로 ㅠ 이건  고소감아닌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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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르니 2017/09/08 16:34

    요즘 현대의학에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한의학은 참 훌륭한 학문이란 생각많이 해요
    신기한 면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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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geo 2017/09/08 16:34

    저는 동네에 초딩때부터 다니던 한의원이 있어가지고 거기로 가는데 확실히 실력이 좋으시긴 해요
    근데 요새 보면 한의학은 전부 사이비고 장사꾼이고 한무당이니 하는 말들이 많아서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큰병을 한의원에서 부득부득 치료하겠다는것도 아니고 상황에 맞게 쓰면 되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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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mion 2017/09/08 16:36

    한의학에 수많은 명의라는 사람들이 있어왔지만 그 누구도 그 명의란걸 전수해주재 못해요 그 진맥이란게 잘맞으려면 알아내는 방법이라도 있을텐데 수백년넘게 정립해놓은 사람이 어찌하나없는지 거의신내림의 영역인듯 싶네요 공포개에 딱맞는 소제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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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댓국먹고파 2017/09/08 16:37

    요즘은 한복도 무게를 재서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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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브우유 2017/09/08 16:39

    저희 아버지도 양방에서 건강검진 받은 이후에
    한의원 가서 진맥 짚었는데
    한의사 할아버지가 진맥만으로 양방 건강검진 결과를 줄줄 읊으심
    저도 한의학에 대해 불신 있었는데 그날 다 깨고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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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2901 2017/09/08 16:45

    그냥 병원도..잘보시는분 있고, 잘 못보시는분 있고..해서 한군데만 가지 말라고 하잖아요.
    한의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한의원도 몇군데 다녀서 맞는데를 찾아야되는것 같아요.
    그리고 양방 한반 둘다 강세인 분야가 다릅니다. 같은 목표래도 다른길로 접근한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저는 근골격계 질환(어께뭉치거나 두통이거나 염좌거나)하면 양방 한방 둘다 동시에 갑니다. 확실히 치유가 빨라요. (침 좋아...)
    한의가 수가가 낮다고 하나..수입이 약지어주는거에서 많이나서 약을 자주 권하긴 한다고 씁쓸해 하던 한의사분들도 여럿 계셨습니다.
    침 꽂으면 한의사 체력도 같이 나가서 피곤한데 한두개 꼽나 수십개 꽂나 가격이 그게 그거라 침구과를 하시는분이 줄어든다 얘기도 있었고..
    침이 단련하기도 비교적 힘들어서 한의사분들끼리도 침 잘놓는다 하면 부러워하고 그러시더라고요.
    게다가 한약은 양약처럼 드라마틱하게 반응이 딱 나오지 않고, 천천히 변하니까 환자입장에서는 맞는지 안맞는지도 아리송하고...어렵네요.
    하지만 뭐라고 해도..효과가 있으니까, 나으니까 한의원을 찾지요. 취사선택해서 나에게 맞는 진료서비스를 찾아보아요.
    아참..희한하게도 진짜로 상황따라 맥이 다르게 뛴데요.
    심지어 맥이 뛰는 위치도 달라져요. 일반인하고 임산부하고 맥잡히는 위치가 다르다고...
    임신했을때 한의대생들이  너도 나도 손목을 잡아보자 해서 부끄러웠던 적이 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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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더헬?! 2017/09/08 16:49

    저..근데 미국도 침술은 국가기관에서 인정한 대체의학 아닌가요? 미국이 온갖 대체의학(기공치료,뜸 등등)을 양의학과 똑같은 과학적인 기준으로 엄선한 결과 침술만 살아남은 걸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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