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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재인 대통령이 제게 준 것들


전 '너 정말 최선을 다해 평범하구나!' 수준의 한국의 평범한 30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100일 취임을 맞아, 그의 당선이 제게 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문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표는 두 차례나 던졌지만, 최선보단 차악(次惡)에 가까운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제 생애 첫 투표는 문국현 후보였습니다)


삶의 궤적상 우연찮게  정치에도,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고, 주변보다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게 많아질 수록 늘어나는 것은 절망감, 이 나라와 이 사회에 대한 아쉬움 뿐이었습니다.


지구상에 어디 문제없는 곳이 있겠으며,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씩 악화돼가는 느낌, 무언가 잘못돼가는 기분, 정의에 대한 갈증 같은 것들이 늘어갔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면 농담처럼 "이민밖엔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곤 했습니다.


정말 빈말로도 어디가서 힘들다고는 할 수 없는, 소위 '먹고 살 만한' 친구들인데도 말이죠.


우리는 괜찮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라는 말이 나오면 모두 하던 이야길 멈추고 술잔을 비웠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알면 알 수 록 무엇이 정의인지도 알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렸을 때처럼 선과 악으로 양분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입니다.


이 사회를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커져갔습니다.


2012년의 대선 결과는 그런 우울함을 더 깊게 했습니다.


아직도 그 겨울 밤 서울대 앞 고시촌 술집 골목에서 '역사에 부끄럽다'며 울부짖던 여대생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런 체념이 커져 가고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만 가던 때입니다.


나중에 역사가 어떻게 부를지 모르겠습니다만 2016년 '촛불혁명'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이후의 100일은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한 모든 일이 잘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도의 정책도 실패할 수 있고, 오판이나 실수도 있을 수 있죠. 방법론을 잘못 택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역사란 것은, 방향을 잘 잡으면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겪더라도 조금씩 전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100일간 제게 준 것 만으로도 전 지난 투표가 자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정부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모두 정의일 수 없지만,


최소한 악은, 강해도 결국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세상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인물이 결국은 이 나라의 선장이 되었습니다.


약육강식의 논리 하에 진행되던 야만으로의 회귀를,


언젠가부터 당연시됐던 기득권의 불합리한 지배를 멈춰보겠다고 합니다.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고, 지나치게 객관화됐던 정부의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의 곁에 서면서


이미 녹슬어 부서진 줄 알았던 제 애국심을 되살립니다.


부러워하던 외국의 모습이 재현되는가 싶더니, 해외 곳곳의 지인들에게 부러움의 시선과 질시어린 축하가 날아옵니다.


너무 제 감상에 취해 글이 길어지네요. 좀 자제하겠습니다.


그래서 급 결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게 다시 이 나라에서 살 희망을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선물했습니다.


나도 좀 잘해보자,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구성원으로 살아보자. 이 시대에 부끄럼이 없이 작은 흔적을 남겨보자.


그렇게 생각케 하는 의욕을 선사했습니다.


깊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약간 정치적인 수사지만, 제가 오랫동안 원하던 보수 정치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어느 한 정치인에게 기울어 본 일이 없는 마음이 흔들리다 못해 넘어갔습니다.


주변에선 제가 소위 요즘 인터넷에서 말하는 '문빠'인줄은 모를 겁니다.


그저 정부에 호의적이다 정도로 생각하겠죠.


하지만 생각같아선 개인적으로 달 모양 배지를 제작해두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혹시라도 뜻밖의 위기의 순간이 찾아와 흔들리는 순간이 오거나


일부 언론들의 호도나 반대파의 불의한 공세로 곤란한 상황이 오거나


그래도 여기 당신을 지지하는 이가 있다고 하는 표시를 조용히 그 배지를 달음으로서


힘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인터넷에 글도 잘 쓰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평가도 무척 조심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지금, 꼭 어딘가엔 이 기분을 적어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수 년간 주로 눈팅을 위해 드나들기만 하던 이 곳에 소소한 개인적 잡설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지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불현듯 손가는대로 마구 적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댓글
  • 삼송공화국 2017/08/18 01:14

    긴 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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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dlight7 2017/08/18 01:16

    저도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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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닝구 2017/08/18 01:17

    좋은 글입니다. 공감 백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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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승한현희 2017/08/18 01:20

    ㅠㅠ 추천했습니다 님맘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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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피통 2017/08/18 01:21

    오~~~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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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리버리왕 2017/08/18 01:23

    술깨고 이글보고 민망해하라고 추천 ㅋㅋ
    담장 넘기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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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rother 2017/08/18 01:32

    명문이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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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두 2017/08/18 07:26

    좋은 글 공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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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actory 2017/08/19 01:23

    저랑 비슷. 공감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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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아미안 2017/08/19 03:23

    직접 쓰신 거겠죠? 글빨 장난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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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rmwint 2017/08/19 09:51

    [리플수정]"역사란 것은, 방향을 잘 잡으면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겪더라도 조금씩 전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표현 너무 좋습니다~문정부가 분명 잘못할때도 있겠죠~하지만 그가 가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옳다고 생각하기에 끝까지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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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이밥 2017/08/19 18:43

    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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