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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속옷

저녁 9시에 일이 끝나는 아내를 데리러 차로 모시러 갔습니다.

요즘 열대야도 있고 간호조무사로 손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차에 타자마자 조금씩 짜증을 부리더군요.

물론 전 이런저런 하루 얘길 하며 애써 웃음으로 분위기 전환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톱날에 이 안 먹힌다고.슬슬 리듬을 타며 짜증을 부리는 아내의 기분에
저 또한 동조 하며 말타툼이 이어 졌고 큰 언성이 오고 가며 냉전의 분위기로
돌아 섯습니다.

오전에 일어났더니 혼자서 배가 고 팟는지 라면을 끓여 먹고 있더군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또 화가 끓어 오르는지."설 거지 꼭 해라! 그리고 빨래 좀 해!"
"왜 빨래는 내가 다 하는 건데?" 하면서 어제의 냉랑한 분위기를 이어 갔습니다.

묵묵히 뒤도 안 돌아보던 아낸 설거지며 빨래를 돌리고 안방으로 휙~하니 들어가더군요.
작은 방에 있다보니 세탁기에서 쉬원한 바람에 맡겨 달라고 휘파람을 부네요. 
빨래 건조대를 펴고 옷을 툭~툭 털어 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아내의 속옷을 탁탁 털던 중 구멍이 보이더군요.해어져서 엄지손가락 만 하게
커져 버린 구멍.순간 아 버려야 겠네~하면서 다른 여러가지 속옷을 보는데 이것저것
시간의 때처럼 커져버린 구멍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네요 이런 속옷을 입고 있었나?

13년 전 결혼 할때의 기억이 밀물 듯이 밀려오더군요.
뭐가 그리 급했던지 결혼식 다음 날 동사무소에 들러 혼인 신고 부터 해야 한다며.
행복하게 뛰어가며 두손 꼭 잡던날....신혼 첫날 부터 생리통이 터져버린 아내
그런 생리통이 계속되어 병원에 간 날 자궁 경부암에 걸려 평생 아이를 가질수 없다는
말에 살려만 달라고 의사에게 울며 매달렸던 순간들....아산 병원의 가로수를 걸어다니며
수 없이 기도했던 시간들.....두 달여의 병원 생활이 끝나고 선물로 사줬던 분홍 속옷.

그 분홍속옷을 아직까지 입고 있었던 아내................

뭐가 그리 바쁜건지 뒤 돌아볼세 없이 세월만 무심히 지나가고 그동안 홈쇼핑에서 속옷
광고가 나오면 "자기 이거 사줄까?" 하면 내심 웃으면서 내 것부터 챙기던 아내.

건조대를 부여 잡고 흐느껴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던 그 뒷모습 그대로 안방에 옆으로 누워 있는 아내의 등 뒤로 가서
그냥 안아줬습니다. 내심 싫지 않은지 내 손등을 툭툭 치며 잠든 아내.

창피하지만 시내 속옷 가게 다녀와야 겠네요.신혼의 떨림은 아니지만
멋쩍게 웃으며 아내 속옷을 살 수 있는 아재가 되었으니까요.
댓글
  • EXOS 2017/08/13 14:33

    조금은 피곤한듯 나른한 오후.
    무방비 상태인 나에게 이런 큰 감동을 던지시다니...
    올 때 내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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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빨아파 2017/08/13 14:50

    남편이사주면 뭐든 좋더라구요^^
    통풍잘돼고 땀흡수도 잘돼는걸루사주세요~ 일하실때 편하시라구^^
    부럽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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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zyLazy 2017/08/13 14:52

    비온뒤에 땅이 굳어진다.. 네요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며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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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SERATI 2017/08/13 14:57

    어후 코가 찡하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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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바칩 2017/08/13 14:58

    어머 저까지 눈물이ㅠㅠ두분 꼭붙어서 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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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성치킨소환서 2017/08/13 14:59

    뭔가 라디오 사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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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즈핑크 2017/08/13 15:01

    감동이 ㅠ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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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부팅팅이 2017/08/13 15:04

    백년해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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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irobot 2017/08/13 15:13

    코가 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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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테 2017/08/13 15:20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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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verwatch 2017/08/13 15:21

    에휴 ㅡㅜ 그런 기회에 다시 한번 소중함을 느끼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만들어져서 좋은거 같아요.
    좋은거 한번 사드리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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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이야 2017/08/13 15:22

    롯데마트 놀이방에 애들데리고
    놀아주러 왔는데 이글보고서
    감동한바가지
    나도 비슷한인생이라서
    ㅜᆢㅜ
    온김에 속옷 사가지고 가야겠네요
    "  얼마주고 샀어?  "
    이소리는 덤 ㅎㅎㅎ
    이거시 인생인가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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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천루지기 2017/08/13 15:23

    구멍 뚫린 속옷으로 좋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마음이 훌륭하시네요.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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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녀작두보살 2017/08/13 15:26

    너무 달다...
    마냥 달기만 밀크 쉐이크같은 달콤함이아닌
    아포가토처럼 여운을 남기는 달콤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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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ynn 2017/08/13 15:35

    반칙이에요. 이렇게 반박할 수 없는 공감을 주는 글 쓰는 거. 반칙이라 추천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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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시어터 2017/08/13 15:36

    아니 왜 내가 눈물이 나지..이 글 이상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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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수성왕 2017/08/13 15:40

    아유ㅜㅠㅠ 갑자기 이렇게 훅 울리시면 곤란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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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펑피펑 2017/08/13 15:41

    여성시대에 나올만한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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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이173 2017/08/13 15:4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ㅍㅍㅍ속옷을 보고 마음찡함을 느끼시는 것만으로 정말 좋은 남편분이세요
    칭찬 오천번 해드리고싶네요 밉다가도 애틋하고 든든한... 그런게 가족이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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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는꼬장 2017/08/13 15:45

    아..내 눈물ㅠ
    정말 부부는 다 그런듯 해요
    애써가며 사랑하게 되는 그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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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액땜얼리 2017/08/13 15:49


    그래도 안 돼.
    돌아 가~
    손만 잡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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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이2 2017/08/13 16:03

    글 너무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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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lkingout 2017/08/13 16:03

    남편분 맘이 따듯하고.. 와이프분도 남편분만을 위해 사셨나봐요. 자궁경부암은 발견하기도 쉽고 진전도 더뎌 예후가 좋은 암인데 다행히 잘 이겨내셨나보네요. 아내분께 예쁜 속옷 사드리고.. (커플로 맞춰도 좋을듯!) 두분 행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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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빔빔 2017/08/13 16:06

    ㅠㅠ글 잘쓰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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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풍기최고 2017/08/13 16:13


    뭐야!! 겨우 속옷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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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글이☆ 2017/08/13 16:15

    눈물이 핑... 도네요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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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이삭 2017/08/13 16:19

    윗분 말쯤대로 M라디오 "양희은ㆍ서경석의 여성시대"에 사연 올려보세요.
    요일따라 주제가 다르니 적당한 주제 골라 올리셔도 되겠고 아니면 1부는 대개 주제없는 생활 사연들이니 작가진에게 적당히 선택해 달라고 하셔도 될것 같네요.
    아마도 비슷하게 공감하시는 분들 많으실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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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츠비스킷 2017/08/13 16:23

    귤 얘기생각나요 ㅜㅜㅜㅜㅜ
    곧 결혼 앞둔 예비신부인데 어제 싸우고 풀었는데 저희 미래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ㅜㅜㅜ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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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리꼬 2017/08/13 16:28

    눈물이 나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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