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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초급 장교가 집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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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대 여진족과의 대치상황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나신걸이라는 사람인데 당시 29세였고 군관(소위나 중위쯤 되는 초급 장교)이었음.
북방에서 여진족과의 대치 중에 집에 있는 아내한테 쓴 편지임. 내용은 대강 이러함.
논밭은 다 소작 줘버리고 당신은 농사 짓지 마. 종이 꼬드겨도 당신 농사 짓으면 안돼.
아, 봇물 있는 논에 모래가 꼈을텐데 그거 가래질 해야 하는데 기새(아들 이름)한테 거들라고 해 
그리고 내 옷 좀 보내줘. 안에 껴 입어야겠어. 내가 입던 헌 비단 옷은 보낼테니까 기새 한테 물려 줘.
바늘 여섯개 사서 보낸다. 이번엔 휴가 짤려서 집에 못가. 짜증난다....눈물이....
어머니랑 애들 데리고 잘 있어. 내년 가을에 휴가 나갈께.
(중략) 
상관이 지는 가족 보러 집 가면서 나는 못가게 해. 뭐 이런.....
군인이 되고 나니깐 뭐 내 맘대로 안되네. 내가 만약 박박 우겨서 집에 가면
병조(국방부)에다가 보고해서 우리집으로 헌병 보내 잡아서 영창 넣는다네. 
어쩔수 없이 함경도에서 뺑이 쳐야 함.
(중략)
논밭에 세금 붙는거 납부하는거는 복잡하니까 일단 우리 형한테 내달라고 해. 
현물 필요하면 박충의댁 가서 바꾸고. 쌀도 찧어 놓고....
마을에서 부역할일 생기면 종들 보내면 되고....

댓글
  • 묘타쿠 2017/08/09 19:57

    1400년대면 한글창제된지 얼마 안됐을때인데.. 저렇게 변방에서도 쓰는걸 보니 확실히 보급이 빨리 되었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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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투아르 2017/08/09 21:46

    이 편지를 통해 여진족의 주요 수출품은 바늘 등 수공예품인 것과, 조선 초기 공법의 복잡함을 알 수 있군요!
    (주입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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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per76 2017/08/10 15:53

    고향이 경상도나 전라도라면 함경도에서 휴가가는것도 일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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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고배 2017/08/11 23:18

    “논밭은 다 소작을 주고 농사짓지 마소. 내 철릭 보내소. 안에다 입세. 봇논(洑)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소작 주고 절대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 내 헌 비단 철릭은 기새(인명)에게 주소. 그 옷을 복경이(인명)한테 입혀 보내네. 가래질할 때 기새 보고 도우라 하소. 가래질을 다하고 순원이(인명)는 내어 보내소. 부리지 마소. 꼭 데려다 이르소. (중략).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잘 계시오.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중략).
    안부가 몹시 궁금해 계속 쓰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자기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군관에 자원하면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집)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 보낸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가려 하다가 마지못해 함경도 경성으로 군관이 되어 가네. (중략).
    논밭의 온갖 세납은 형님께 내어달라 하소. 공물은 박충의댁에 가서 미리 말해 바꾸어 두소. 쌀도 찧어다가 두소. 고을에서 오는 모든 부역은 가을에 정실이(인명)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인명)가 슬기로우니 물어보아 모든 부역을 녹송이가 맡아서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가 고을에 가서 뛰어다녀 보라 하소. 쉬이 바치게 부탁하라 하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05/2015050500848.html
    조선일보 기사기는 한데... 조금더 깔끔하게 옮겨적은 편지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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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개라인 2017/08/12 23:08

    군인 뺑이치고 휴가 짤리고 슬픈건 지금이나 조선이나 똑같네요 ㅠㅠ
    눈물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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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뽈따구 2017/08/13 02:17

    고향에 있는 아내와 식구들을 살뜰하고 섬세하게 챙기는 게 넘나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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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낙도 2017/08/13 06:14

    국뽕  한글의 위대함!
    여자들도  한글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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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못났다 2017/08/13 06:50

    농사짓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아니 농사짓지말라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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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토끼만세 2017/08/13 07:36

    이때도 지금도 휴가 짤르면 장병들 분노하는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네요ㅋ
    중대장 캣새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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