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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업 삼수생이다.

몇일전 한군데서 전화가 왔다.
 서류가 합격했단다.
 오랜만에 면접이라 열심히 준비했다.
 후...숨이 막힐듯한 더위..
 정장을 꺼내입는데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네! 한국기업 마케팅부 지원자 박취준입니다!"
... 
띵똥! 메일 알림음에 서둘러 메일을 확인해본다.
"아... 뭐야 광고메일이네..."
이윽고 울리는 알림음.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한다.
'한국기업 1차면접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귀하의 능력은 뛰어나나 아쉽게도 금번 저희 채용에서는...'
후...길게 한숨을 쉬어본다.
  
며칠뒤 친구놈 생일이라 간만에 다같이 모였다.
"야야, 오늘은 내가 쏜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놈은 여기가 맛집이라며 우리를 강남의 한 고깃집으로 끌었다.
"여기 제일 맛있는게 뭐예요? 네네, 일단 그걸로 5인분 주시구요! 후레쉬 한병 주세요" 
친구놈은 메뉴판은 보지도 않은 채 주문을 한다.
 "얘드라, 여기 고기맛 어때? 죽이지?"
"아 그래~괜찮네..맛있다"
옆에 펼쳐있는 메뉴판을 힐끔 확인해본다.
'목살 18000원(1인/180g)'
 가격을 보니 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를 입에 퍼넣었다.
"덕분에 잘먹었다"
"응,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이건 니가 사라"
"그래그래, 저기 편의점있다"
"스크류바로 통일 오케이? "
"그래그래"
삑! "3500원 입니다 "
"네, 여기 카드요."
 '삑삑삑삑~'
포스기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 아 저기..카드 한도초과라고 나오는데요.."
"아...죄송합니다. 현금드릴게요"
다급히 지갑을 꺼내 천원자리 네장을 꺼냈다.
현금이 있었다는 사실에 일단 안도했지만, 쥐구멍이 있다면 머리카락이라도 넣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야! 스크류바 다섯개 사는데 카드가 한도초과냐?ㅋㅋ"
친구가 툭 던진 장난섞인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짓누른다.
그 날 술을 많이 마셨다. 마시다 보니 아침이었다.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밤을 곱씹어본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남들처럼 대학만 나오면 취직은 되는거라 생각했고
뉴스에서 취업난이라 떠들어 대긴 해도, 이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 해보겠다고 일년전에 그만 뒀던 알바...왜 그만두었을까.
모아뒀던 알바비가... 이제 없다. 
남들 몇번씩 보던 토익시험조차 부담스러워 두번만에 점수 올리기를 그만두었고
  토익책도 중고로 구입해서 공부했었는데...
정말 아끼고 아꼈는데...그 돈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한채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어떡하지? 다시 알바를 해야하나...
2년전에 알바구할때, 음식점 사장에게 비웃음을 산적이 있었다.
"스물여덟인데 알바하러 왔어요?ㅎㅎ 아니 회사를 다녀야지 알바를 하면 어떡해~"
그때도 기분이 더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서른살에 알바를 구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나도 서글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컴퓨터를 켜고 알바몬에 들어갔다.
스크롤을 휙 휙 내리며 눈으로 읽어 내려간다.
시급-6430원...
갑자기 모니터가 흐려진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책상에 엎드려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댓글
  • amVtb 2017/08/07 04:36

    대한민국 취준생들 화이팅 진짜 ㅠ

    (tzITLm)

  • cGlka 2017/08/07 08:27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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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mRiZ 2017/08/07 11:19

    어딘가 작성자님을 필요로 할 회사가 있을거에요! 저도 세달 전 회사 관두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취준하고 있는 입장에서 두렵기만 한건 마찬가지네요..ㅠㅡㅠ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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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구느림동 2017/08/08 01:31

    힘내세요....
    쌩뚱맞지만,
    글을  참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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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2NiY 2017/08/09 02:33

    저도 같은 입장이예요ㅠㅠ 여자 26살 취준생이요..
    저는 알바구하러 가서 전공 관련해서 비웃음 산 경험이 있어요. 그 전공으로 왜 취업을 못하고 있냐며.. 빵집 알바 면접이었는데 제가 왜 그런 소릴 들어야 했을까요. 참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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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공중 2017/08/09 02:36

    아니 작가분이 왜 알바를 구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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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hja 2017/08/09 02:40

    반가워요
    저는 올해 32살이에요
    이번에 공무원 필기 합격하고 면접 앞두고 있어요. 1배수 합격이어서 이상한짓만 안하면 면접도 무사히 합격할것같아요. 전 그냥 매우매우 보통인간이어서요..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다른것도 하느라 공백이 많지만 이걸 하겠다고 마음먹고 거의 6년만에 합격한거같아요. 진짜 열심히 공부한 기간은 3년쯤되지만.. 진짜 힘들었고.. 혼자서 긴 터널을 건너온것 같아요. 그런데 컴컴할것만 같은 터널도.. 조그만 바늘구멍같던 빛을 향해서 계속 걷다보면 결국 커다란 빛으로 다가오잖아요. 그렇게 조금씩 걸어가면 될것같아요.
    진심을 다해서 힘내라고 꼭 말씀드리고싶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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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간귀신 2017/08/09 02:47

    제가 일하는 매장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네요. 요즘은 서비스직은 너무 사람 구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고민은 되시겠지만, 좋은 날이 분명 올 거에요.
    부디 좋은 곳 합격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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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즈핑크 2017/08/09 03:14

    제가 다 속상하네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적이 있어서 ㅠ 이번에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있게 사셨음 좋겠어요 ㅠㅠ 힘내요! 세상이 작성자님을 알아주길. 힘들죠. 요즘 너무 말도안되는 세상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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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2lua 2017/08/09 03:26

    20 후반 30대초반에    성공하고   좋은데 취직하고 그러는거 힘듭니다
    그러는ㅅ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대부분  고민있고 힘들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걱정 생각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살려고합니다   다들 힘냅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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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지금머해 2017/08/09 04:11

    근데 카드한도초과 되었을 때 친구가 아무말 없는것도 뭔가 부담스럽지않아요?ㅠㅠㅠㅠㅠㅠ 뭘해도 쥐구멍에숨어들어가고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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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패 2017/08/09 06:32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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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WdmY 2017/08/09 07:07

    님도 저도 힘냅시다.. 파이팅!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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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쎄종시민ㅠㅠ 2017/08/09 07:26

    취준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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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Truth4 2017/08/09 07:33

    많은 공감이 갑니다... 저도 취준생활 2년하고 어렵게 31살에 입사했습니다... 글쓴이도 꼭 좋은 결과가 있을거에요... 힘내라는 말 밖에 못해드려서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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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면적고 2017/08/09 07:33

    힘내세요!!
    단 삼수정도 되셨으면 현실적으로 플랜B정도는 생각해두시길 권유드려요.
    다시한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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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대괄장군 2017/08/09 07:42

    근데 입사해도 버텨야되는 헬공간에 던져짐
    바같보단 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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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다수목금토 2017/08/09 08:29

    취업에 정답은 없는거지만, 제가 종종 면접을 보는데요. 긴 공백기가 있는 경우는 사람자체도 주눅드는게 보입니다. 오히려 서류상 문제보다 사람에게 보이는 인상과 자존감에서 점수가 깎이는 경우를 봤어요. 그래서 면접에서 꽤 불리한경우를 많이 봤어요. 나이를 보니 아직 어리시고, 자신감가지고 임하다보면 곧 글쓴이 분에게 맞는 자리가 찾아올거같아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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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론티매니아 2017/08/09 08:31

    작성자님 힘내세요!!
    입사해도 헬이라고 하지만 우선 취업 문턱은 넘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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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Μ 2017/08/09 08:33

    미취업은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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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히어로 2017/08/09 08:35

    난 사수생인데 헿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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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찮은곰탱이 2017/08/09 09:14

    난 서른넘어서도 알바했는데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많네요...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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