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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는 그 화려함 만큼 외로운 곳인 것 같아요.

저를 아는 한국의 지인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꿈의 도시에서 배가 불렀다고..

뉴욕 거주자는 아니지만, 뉴욕에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요. 
회사에서 나가다 보면 저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고, WTC가 보이고
집 앞에서 버스를 타도, 운전을 해도 아무리 길이 막힌다 한들 한 시간 안에 맨하탄에 도착해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맨하탄 미드타운을 바쁘게 가로지르며 살아야 하죠.
마음이 답답하면 뉴욕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직업 특성 상 트레이드 쇼나 박람회 같은 게 있으면 방문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돈이라도 제대로 벌고 있기를 하나... ㅋㅋ

너무너무 집에 가고 싶을 만큼 외롭고 괴로웠던 어느 날 늦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 남들 모두가 오고 싶어하는 꿈의 이 도시에서 사는데 징징거리지 말자.. 잘 지내보자..

그래도 저에게만큼은 여전히 꿈의 도시가 되어 주지를 않네요.
그저 그 화려함 만큼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만 해요.

10년을 이 도시에서 살아왔다는 어렵게 만든 외국인 친구들도,
이민을 꿈꾸며 왔다던 한국에서의 지인들도,
마음을 주고 깊은 사이가 되고 싶었고 고국이기 때문에 전혀 멀리 떠날 리 없을거라 여겼던 그도,
모두 다 떠나버리는 곳이네요.
어쨌든 아무튼 모두 다 잠시 스치듯 들렀다 떠나버리는 곳이었어요.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이렇게 나를 외롭게 만드는 곳.

나도 물론 이 곳에 평생 뿌리내려 살 거란 보장은 없고 언젠간 떠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알게 된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내 곁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근데,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또 떠날 사람을 위해 나는 마음을 열게 되네요.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언젠가는 덜 아파지는 날이 있겠죠?


푸념, 하소연, 징징거림 ..
죄송합니다 ㅜ_ㅜ
댓글
  • 초음속두돈반 2017/08/02 04:16

    타지에서 고생이 많으시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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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mitage 2017/08/02 07:39

    어디에 있어도 외로운 것 같아요. 기운내세요. 배고프지 않게 맛있는 것도 잘 챙겨 드시고요. 외롭기 시작하면 잘 안챙겨먹는데요, 배고파지면 더 외로워져요. 끼니 잘 챙겨 드시고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그래도 조금 괜찮아질 날이 올거예요. 그러리라 믿고 하루하루 살아가요, 우리.  - 서부에서 이력서 넣고 연락 없어서 우울터져 버터링 쿠키 굽고 있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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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유끊고싶어 2017/08/02 23:10

    그정도는 못하지만 일 때문에 몇달 강남역 근처에 살았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꺼지지 않는 빌딩 불빛아래 삼삼오오 모여서 노닥거리는 군중들 사이로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이란..
    좋은 날이 오겠지요 님도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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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이173 2017/08/05 16:22

    아 완전 공감가요
    그래서인지 저한테도 뉴욕은 화려하고 또 화려하지만 쓸쓸한 도시에요
    물론 재밌는 추억이나 경험도 많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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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아이 2017/08/05 16:45

    댓글달려고 거의 삼년만에 로긴합니다. 저도 이십대중반쯤에미국와서 어느덧 서른이에요. 글쓴님같은 생각자주합니다. 여기가한국이라면 내가 이런문제를 겪었을까? 또 너무많은사람들이 거쳐가니깐 남겨졌을때의 외로움은 저혼자몫이라는점. 돈은 아무리아껴도 잘모이지도않고... 글쓰신 분 백프로는아니지만 이해해요. 쉽지않은타지생활이지만 우리힘내요~ 그리고 항상 건강잘챙기시고요. 타지생활은 건강챙기는게 일순위인것같아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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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trichor 2017/08/05 17:10

    친구였다면..수화기 너머로 나직이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를 읽어줬을 것 같아요. 그러면 왠지 손을 마주 잡고 있는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외로운 순간이 분명 있지만, 늘 외롭지는 않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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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05 18:52

    그 기분 잘 알 것 같아요.
    수년전 처음으로 해외의 대도시로 여행을 와서 멋진 광경에 반하고 여행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며 나 이곳에 반드시 내 삶의 터전을 만들리라 라고 결심을 했고, 얼마 있다가 정말로 다시 이곳에 왔죠.
    그러나 여행으로 왔을때의 기분과 직접 사는 기분은 너무 다르네요.
    여행으로 왔을 땐 처음 보는 모든게 신기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걸 보느라 다른 생각도 할 겨를 없이 마냥 즐겁게 후딱 지나갔는데
    정작 이곳에 살고나서부터는 매일 보는 광경이 이젠 신기하지도 않고, 당장 집 현관을 나가 전철 몇개 역만 지나가도 거대한 빌딩숲이지만 그냥 저는 언제나 혼자라서 외롭기만 하고
    환상은 여행일때의 그대로 남겨두었어야했나봐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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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없는돌쇠 2017/08/05 19:17

    뉴욕은 아니고 바로 옆 동네에서 사는데요, 저도 여기저기서 유학생활 많이 해봐서 그 느낌 알것 같아요. 그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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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돌고래 2017/08/05 20:03


    베오베로 보내어 드리는 추천이 저로군용.
    저는 이제 캐나다로 이민가려 해요. 스터디 퍼밋만 나오면 가게 되거든요.. 타국에서의 서글픈 그 감정, 외로운 그 감정을 저도 맛보게 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힘내려 해요! 작성자님도 힘내세요-!!!!!!!!!!

    (wJg709)

  • 오늘은볶음밥 2017/08/05 20:13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길을 왔는 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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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이또이퐁퐁 2017/08/05 20:30

    저도 필라에서 거진 10년 넘게 살고있는 사람인데요... 정말 쉽지않은것 같아요.
    아무리 정 주고 마음주고 해봐야 멀리 떠나버리면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남되는거 순식간이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정을 준만큼, 마음 쏟은만큼 나만 공허해지고 이게 다 뭔짓인가 싶고 인간관계에 대해 자꾸 회의감만 드네요.
    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줄 알고 내가 이상한건가 했는데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반가워서 댓글 남깁니다.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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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잘해봅세 2017/08/05 21:00

    힘내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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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쿄쿄냥이 2017/08/05 21:09

    꿈의도시라도 외로운건 외로운거죠.절대배부른 소리아니예요.국내에 타지살아도 외로운데.ㅜ외롭고힘들면 오유에 글적어주세요.혼자가 아니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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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나민씨 2017/08/05 21:14

    우리집에서 맨하탄 어퍼웨스트에서 20분 거리였는데,
    전 맨하탄이 미국에서 제일 싫었어요.
    운전 막하는거 하며 암튼 정내미 똑떨어지는 동네.
    저는 그냥 옥수수밭 푸른하늘 체질인가봐요ㅡㅡ;;;;
    놀러간 옐로스톤에선 떠나기 싫드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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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해영♥ 2017/08/05 21:19

    그곳도 봄에 미세먼지 심한가요?
    전 미세먼지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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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oLiquid 2017/08/05 21:23

    제 마음과 같네요.. 지금은 볼티모어에 있습니다만.
    친한 친구가 뉴욕에 있다가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더더욱 힘들어지네요.
    혼자 살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아니 어쩌면 그걸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마음을 열게 되는 친구를 만나고 정을 주면서 기뻤는데.
    그렇게 하나 둘 또 사라져가고. 다시 혼자가 되고를 반복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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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ㄼㄼㄼㄼ 2017/08/05 21:29

    처음 상경했을 때 서울사람들 너무 정없고... 그냥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익숙했던 곳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고 그렇더라고요. 집에 갔다가 서울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괜히 눈물나고... 내가 돌아오거나 말거나 반겨주는 사람 한명 없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가고 있나 싶고.
    서울에 대한 꿈이 정말 컸었는데, 홍대, 광화문, 강남에 가봐도 번쩍거리는 건 그냥 남의 건물이고, 나는 그냥 이천원짜리 마카롱에 손 벌벌 떠는 가진 것 없는 스무살이고 오히려 방 평수도 배로 작아지고 삶의 질이 낮아진 느낌이었죠 ㅎㅎ 꿈의 도시니 뭐니 해도 직접 가서 살아보는 거랑은 천지차이인 것 같아요. 오히려 너무 꿈에 부풀어서 실망하기도 하고요. 아마 파리나 오스트리아 빈 같은 곳에 살아도 거기도 그냥 사람 사는 곳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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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femocca 2017/08/05 21:35

    저도 타향살이 오래해서 남일같지 않네요
    외로움에 약속도 많이 잡구 일부러
    근데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길은 늘 왜 그렇게 외롭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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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nceux 2017/08/05 21:38

    뉴욕에 살든 산속에 혼자 살든 인간은 외로움을 피할수 없는 존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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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rusel_ 2017/08/05 22:06

    뉴욕은 진짜 사람이 아무리 많고 동료나 친구가 있어도 뭔가 허전하고 외로운 곳인 것 같아요. 기운내세요 ㅜㅡㅜ. 아까 새벽에 천둥번개치고 비 쏟아졌는데 잠 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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