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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증인지 리플리증후군인지 참 독특했던 놈 썰

요즘 허언증 혹은 리플리증후군 비슷한 썰이 유행이네요 ㅋㅋ
저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함 써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좀.. 마음 한구석에 용서가 안되고 감정이 남아있기도 해요. ㅋㅋ
꽤 오래 알고지냈던 목사가 있습니다.
이상한 개독 먹사는 아니고 목회자로선 나름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20대 초중반부터 30대중반까지 한 10년 알고지내다가
30대들어 한 5년은 그분 교회에도 출석했는데
오래 알고지내다보니 사람이 많이 변하더라구요
서로 앙금이 쌓이다보니 어느순간 크게 실망하게되고
지금은 연락도 안하고 지냅니다. ㅋㅋ
이분의 두 아들들이 그 앙금들 중 일부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 글은 그들 중 첫째아들 얘깁니다.
그 부모가 가방끈이 워낙 길다보니 (목회자, 사모 신분 제외하고도 학위가 여럿)
오히려 자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첫째아들이 고등학교 다니다가 '나 학교 가기 싫다' '어 그래 가지말아라' 쿨하게 자퇴허락하고 홈스쿨링..
물론 이런 방향 자체는 틀렸다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한국 제도교육 강하게 불신하고, 여건이 된다면 홈스쿨링 선호하지만
이 집의 문제는 부모가 너무 바쁘다보니 자식들이 영 이상하게 성장하게 된 케이스라...
환경요인을 읊어보자면
1. 부모가 워낙 학식이 깊고 집안 분위기 자체가 학구적이고 지적인데다
2. 집에서는 그냥 엄마 아빠지만 교회만 가면 존경받는 목사님과 사모님이라는 괴리된 가정환경
특히 이건 목회자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고질적 문제인데, 이게 은근히 커요. 저는 교회다니는 입장이라
교회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또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자라는걸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아이들 눈에 그 부모들의 위계서열같은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교육상 아주 부정적이죠.
가령 자기 아빠가 목사라고 자기도 갑질하려 든다든지..친구네 아빠들이 굽신굽신하는게 보일테니.)
극단적인 경우- 집에서 싸우면서 사모에게 폭력 휘두르던 목사가 교회에서는 거룩한척 해대니
아버지를 가장 증오한다, 그리고 장성해서 극단적인 기독교 혐오자로 돌아서는 케이스도 많죠.
3. 심지어 걔네 아버지는 시민운동가로도 나름 저명한 인사..
4. 본인은 본인대로, 또래 친구들은 다들 학교에 다니며 어울리는데 자기 혼자만 다니지 않으니
자연히 소외되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낌.
걔네 어머니는 정교사에 상담심리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데, 얘가 뭔가 이상하다 싶은걸 처음 느끼고
조심스레 상의했더니 침통해하며 하는말이, '내가 교회 아이들이나 다른 아이들 아동심리상담, 청소년심리상담은 하면서
정작 내 아이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건 알지 못했더라'라고..
뭐 이렇다보니, 4번의 이유로 자꾸만 친구들 앞에서 허세부릴 이야기꺼리를 꾸며대게 되고,
점점 그 거짓말들을 스스로 믿어버리게끔 되어가는 거죠.
배경설명이 너무 길었네요.
다음은, 이녀석 좀 이상하다. 라는걸 처음 느낀 에피소드입니다.
녀석과 아기때부터 교회에서 함께 자란 친구 A와 녀석이 의절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사실 평소에 보면 녀석에게 친구라곤 A밖에 없었는데...
늘 겉돌던 녀석을 여기저기 모임자리에 끌고다니기도 하고, 저희집에 치맥하러 놀러올때도 A가 일부러 녀석을 데려왔었죠.
A가 너무 괴로워하기에 집으로 불러서 치맥을 사줬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을까봐 일부러 묻지 않았는데, 스스로 털어놓다가 녀석에 대한 뒷얘기도 하더군요.
녀석은 달변에 얼굴도 잘생긴편이라 인기가 많았던 만큼 여자친구도 자주 바뀌었는데,
A가 보기엔 그 여친이 녀석과 어울리느라 학교도 자주 빠지는게 걱정되었는데 (당시 수능 코앞의 고3)
아니나다를까 이번 연애도 짧게 끝났고, A는 녀석의 여친에게 위로하려고 메일을 보내다가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녀석은 원래 그런놈이다, 여자가 자주 바뀐다, 걔랑 어울리느라 네 인생 허비하지 마라. 는 식으로요.
여자애는 녀석에게 그 메일을 전달했고,
녀석은 'A 네가 어떻게 내 여자에게!'하고 배신감을 느꼈고, 둘의 친구관계도 끝.
A의 잘못이 컸지만 이미 친구까지 잃은 애한테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니고,
네가 걔를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실수를 해버렸구나 정도로 위로하고 다독였습니다.
그러자 A가 털어놓는 얘기.
- 형 걔는요. 어른처럼 말해요.
- 그게 무슨말이야?
- 우리 또래 애들처럼 말하는게 아니라, 진짜 어른들처럼 얘기한다구요.
말인즉, 녀석은 인터넷에서 본 칼럼이나 학술정보, 전문지식을 자기것으로 만든다는겁니다.
예컨대 어떤 전문인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나면
친구들에게 그 내용을 말하면서 '내 아는 사람'이 된다는겁니다.
그럴법한 얘기였습니다.
그 부모도 학식이 풍부하고 평소 구사하는 말도 다분히 현학적이었으니
자연스레 그렇게 전문용어 섞어가며 유식한 티 내는 말투를 구사하게 되었겠고,
아까 언급했던 자신의 처지를 현실도피하려다보니
인터넷 동호회에서 친해진 형, 누나가
유명한 사진작가에 잘나가는 벤처기업 대표, 강남 어딘가의 레스토랑 헤드쉐프..
듣다보니 순간 오싹해오면서
과거 의아했던 기억의 퍼즐들이 맞춰지더군요.
녀석의 아버지가 아들 얘기를 할때마다 자랑스레 떠벌리던 얘기,
애가 인터넷 사진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진을 배웠는데
얘가 찍은 사진을 외국 어디 컨테스트에 출품했더니 상은 못받았지만
그쪽 심사위원이었던 사진작가가 같이 일하면서 배워보라고 오라고 했는데
외국생활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다고...
(사실 저도 고딩때 백일장에서 쓴 시로 상은 못받았지만 '내 학창시절 습작을 떠오르게 한다,
다른 시 더 있으면 보내주겠나'하고 편지 주셨던 시인분이 계셨던지라 그럴법하다 생각했죠;)
또 어느날은 녀석이 운전면허를 땄다고 하기에
'난 전철 버스가 편해서 안몰다보니 장롱면허됐다'고 했더니
자기 아는 누나가 차 3대 가지고 있는데
요즘 잘 안타는 아우디 주겠다길래 거절했다고;
어 그러냐; 하고 말았지만 대체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나 싶긴 했었죠...
당시 저도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던 시기였고 하니
세상에 진짜로 이런 사람이 있긴 있나보다 하는 심정 반,
에이 설마, 성장기에 잠시 그럴수도 있지 하는 생각 반으로 넘겼었죠.
녀석의 기행은 이후로도 이어졌는데,
고등학교를 다니는 대신, 취업(알바)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 (정확힌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들음;)
옆 도시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일단 목표는 커피 전문가가 되는 것이고, 자신의 프렌차이즈를 창업하는게 목표라나요.
그렇게 2년정도 바리스타 경력을 쌓자,
부모가 큰맘먹고 빚을 내서 동네에 조그만 카페를 녀석 명의로 하나 차려줍니다.
(그닥 큰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부모 소득이 합쳐서 연 3천이나 됐을라나 모르겠네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카페에 붙어있는 날 수가 점점 줄어들고
부모가 가게를 대신 봐주거나, 하다못해 교회 아줌마들이 나와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종종 가게에 들렀던 편인데, 개업한지 한 1년쯤 되었나
어느날 그러더군요.
'나는 커피를 잘 안다. 향과 맛만으로 어디 원두인지,
어떻게 로스팅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사실 나는 커피가 몸에 맞질 않는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이건 뭔 개소린가 싶더군요. 그럼 전에 2년간 알바할땐 그걸 몰랐냐;
나름 좋은 명분이라 생각했던지, 카페는 아예 부모에게 떠넘겨버리고
그동안 모았다는 돈으로 비싼 카메라를 삽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러 다닙니다. 해외로도 다니고...
(앞서 언급한 사진 출품 얘기는 이 시점의 에피입니다)
근데 기묘한건, 풍경은 일절 찍지 않고 늘 인물사진입니다.
그것도 피사체의 대부분이 예쁜 여성.
그렇다고 뭐 딱히 제가 녀석을 싫어할 이유도 없었고,
애초에 남의 삶에 그닥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인지라
가까운 지인에 대한 막연한 연민 정도로만 느끼고 있었는데..
이미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제가 녀석을 싫어하게 된 에피 하나만 쓰고 마칠게요.
3년 전, 저희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5개월간 간병하며 병원에서 직장으로 출퇴근했고,
이후로도 약 1년반정도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빈소에 녀석이 찾아왔더군요.
뭐 빈소에서 고스톱 치고 웃고 떠드는거 늘 이상하게 생각해왔지만
막상 상주가 돼 보니, 와주는 모두가 그저 고맙더군요.
근데 이녀석이 앉자마자 자기 얘기를 꺼냅니다.
- 형 나 지난주에 제주도 다녀왔는데.
- 응
- 근데 모르는 여자가 카톡와서 자기가 내 여자친구래.
- 응?
- 제주도에도 같이 갔었대. 설마 하고 사진 확인해보니 정말로 같이 찍은 사진이 있어.
그런데 그 여자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나. 처음보는 사람이야.
- 어.. 그럴수가 있나?
당시 저는 진심으로 녀석을 걱정해서 이야기를 한참 (한 30분 이상) 들어줬고,
어쩌면 거기서 크게 싸웠다든지 해서 정신적 충격이 컸다면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생길수도 있지 않겠느냐 정도로 다독여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발인을 하고, 뒷마무리를 하고, 바로 출근을 해야만 해서
또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며 지내다 어느날 마주쳤습니다.
- 그때 그 일 어떻게 됐냐? 이제 괜찮아?
- 응 이제 기억났어.
뭐였을까요. 어머니를 잃은 사람의 빈소에 찾아와서 세상 심각하게 털어놓아야만 했던 그 일의 중함은.
허세가 심한들, 제 인생에 깊이 관련된 사람도 아니고
애초에 남의 삶에 별 관심이 없는 저인지라
그냥 쟤는 저런갑다 하고 살았었지만
지금껏 정말 이해할수도 없고, 생각할수록 분이 치미는 기억입니다.
쨌든,
녀석은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 녀석의 동생도 딱 이준석같은 캐릭터라..
부모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를 가졌으나 그 자식들은 인성 폐급.
제게 저 집안은 '최악의 가정교육'이라는 타산지석으로 남았습니다.
댓글
  • 루미의럭키세븐 2017/08/03 19:37

    정신병자네요 정신병자! 저게 무슨 정신이 반이라도 박힌 사람이 하는 짓이에요 이런 쌩병자네 그냥

    (5CxD12)

  • 푸카치카 2017/08/03 19:38

    대체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나 싶긴 했었죠...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는 친구였는데, 고민하다가 연락을 끊었습니다.
    들었던 말 중 아직도 기분 나쁘고 무시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말이
    "아는 사장님 소개로 한달에 3억씩 버는 일을 할거다. 나한테 잘 해라"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아직도 가끔 하지만 생각 나는 것만도 짜증...날도 덥고...

    (5CxD12)

  • 마비노기 2017/08/03 20:20

    학교 축제하는데 자기가 무대에 있는 연예인이랑 아는 사이라고 하던 사람...

    (5CxD12)

  • 초코조아 2017/08/03 23:43

    뭔가 낯익네요.. 저도 스쳐가는 사람들 중 하나가 그랬던거 같아요
    배경없이 들어도 허위사실인게 분명한걸로 본인 자랑이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뜬금없이 아무말이나 내뱉던 사람이 있었어요...

    (5CxD12)

  • 냥탄자디디 2017/08/03 23:47

    ....교회에서 초등부 교사를 잠깐 했었는데...
    청년부목사님 아들이 진짜 너무 말썽꾸러기여서..(모든 시간에 쉬지않고 뛰어다니고, 제재하면 주먹을 휘두름..)
    진짜 손 잡고 눈 마주치고 "이렇게 뛰어다니면 안돼!" 하니까
    발차기를 하면서, 선생님은 우리 아빠 부하(쫄따구?)잖아! 하면서 말을 듣지 않았다죠..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해서 목사님한테 가서 말씀을 드렸는데
    허허 웃으면서,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하시면서 전혀 제재를 하지도 않으시고,
    애는 여전히 개차반이고..
    목사님 자체에 대한 신뢰도 깨지고, 이런저런 불편함이 계속 쌓여서 결국 교회를 옮겼습니다..
    애들끼리 위계서열 생기면서 문제가 될수 있다는 말을 보니 생각나네요...-_-

    (5CxD12)

(5CxD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