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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맞춰주는 쪽에 가깝다. 대부분의 연애가 그랬다.




나의 연애 스타일은



상대방을 맞춰주는 쪽에 가깝다.



대부분의 연애가 그랬다.



내가 맞추는 것이,



그 것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쏟는 것이라고



믿었으며,



또 그게 편했으니까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주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널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나보다 더 늦게 끝나는 너를



항상 너의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피곤하냐고?



아니, 너의 얼굴을 보는건데



뭐가 피곤할까.



아마 대부분의 평일은 그렇게 보냈다.



저녁 늦게 만나서 새벽에 귀가하는



평일의 데이트.



밥을 먹거나 데이트 코스를 정할 때



대부분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었다.



식성이 비슷했고



서로 가리는 음식이 없었기에.



어느 날은



네가 먼저 만화책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매우 좋은 제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책을 달고 살았으니까.



물론 지금까지도.



그렇게 처음 데이트 코스가 된 만화책방은



이제 우리가 자주가는 곳중 하나가 되었다.



또 다른 날은



PC방을 가보고 싶다고 했었다.



뭐가 그리 궁금할까, 하면서도



PC방을 향했다.



나는 내가 하는 게임에 바로 열중했으며,



너는 쇼핑하거나 곧 웹툰을 보거나 했지.



가끔은 서울 날씨를 검색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곧 지루해하며



내가 하는 게임을 옆에서 쳐다봤다.



똘망똘망.



너와 나는 정말 많이 달랐다.



주변에서도 축하보단 의구심이 한발짝



앞서 나가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쾌활하며, 시크하고, 때론 냉소적이기까지한 너였고



솔직하며, 조용하고, 때론 소심하다는 소리를 듣는 나였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도



우리가 다툰 날은 지금까지 단 한번이었다.



그래 그땐 내가 맞추고 있었으니까,



화낼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면서



난 한 가지 깨달았다.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



내가 너에게만 맞추고 있는 줄 알았다.



내 연애 스타일이 그랬으니까.



아니,



아니었다.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너가



나를 만나면서부터 일주일에 한 번정도 먹을까 말까한 것이



어느새 일주일에 서너번이 되어있었다.



영화를 한달에 한번 볼까 말까한 것이



어느새 매주 한번 이상은 되었으니까.



늦은 시간 어딜 가자고,



낭만있게도 걸어보자고,



한번 쯤 싫다고 투정부릴 수도 있었는데



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평일에 널 기다리고



함께 새벽 1시, 2시까지 놀았던 그 때



난 좋아한다는 것에 눈이 멀어



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널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면서도



좋아한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 마냥,



너에 대한 배려를 지워버렸다.



분명히 너도 쉬고 싶었을 것이고



너만의 시간도 필요했겠지.



친구들을 만나고,



회사사람들과 어울리는,



그런 일들.



상사에게 깨진 날,



진상고객과 한바탕 한 날,



일진이 좋지 않아 실수가 많은 날,



분명히 피곤한 평일의 어느 날,



그러나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만나주었다.



만화책방과



PC방.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기 전,



친구들과 함께 만났을 때



아주 잠깐 했었던 이야기.



아주 시시콜콜한 그런 이야기.



넌 그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



너의 뒷말은 항상 날 위한 거였다.



다툰 날이 없었던 것이



내가 화낼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 것 역시 나만의 착각이었다.



애초부터 화낼 일 따위 자체가 없었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았고



그리고 너는



최대한 나에게 맞추면서 배려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너에게 맞추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아주 어리석게도



이제서야 깨달았다.



맞추는건 나 뿐만이 아니라



서로 맞춰가고 있었음을.



너와 내가 함께라서



우리가 되었다는 것을.



너는 나의 절반이어라.



댓글
  • 유치원때얼짱 2017/07/28 15:40

    읽고 느낀점은
    하..필력좋은듯합니다

    (h3jeBK)

  • 해달꿈 2017/07/28 15:52

    와... 짤막짤막한 글들인데
    왤케 마음이 울컥할까요

    (h3jeBK)

  • 델타에코팍스 2017/07/28 18:31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h3jeBK)

  • 흐규흐규◈ 2017/07/28 18:41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지나가고 나서 후회하며 쓴 글이 아닌, 현재에 감사하며 쓰는 글이라는 게 참 좋네요.
    이제 앞으로는 전보다도 더 예쁜 사랑을 할 거라는게 선명히 그려지니까...
    죽창을 들어야겠어요.(울컥)

    (h3jeBK)

  • 멍구리 2017/07/28 18:56

    저도 이런 연애를 하고 싶네요

    (h3jeBK)

  • 블루베어곰 2017/07/28 19:06

    와... 읽어 내려가면서 소름 돋았어요ㅠㅠ 왜 눈물이 나지ㅜㅜ 여자친구분 정말 좋은 사람이세요ㅠㅠ

    (h3jeBK)

  • 총대멘부사수 2017/07/28 19:24

    정말 보기 좋네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준다고 생각해요..ㅋㅋㅋ 그래서 싸우다 보면
    너만 그래? 나도그래?
    내가 더그래!!
    내가 더더그래!!
    무한반복..ㅋㅋㅋㅋ
    언젠가부터는 그냥 그런 생각조차 안하기로함.
    누가 누구에게 맞춰준다 이런생각.
    그냥 서로 하거싶은거 먹고싶은거 얘기해서 조율 안되면 오늘 내가 하고싶은거 했으니 다음은 니가 하고싶은거. 하나씩 체크해두니 싸울일이 없음..
    연인관계도 100% 사랑만으로 유지되는건 아닌지라 누구에게 희생한다 맞춰준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면 어느순간부터는 손해본다는 느낌을 받게되더라는..
    어쨌든 연인관계도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존중해줘야 오래갈수 있다고 봄.
    사랑만 믿고 서로의 이성끼리 논의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금새 지쳐버림.
    서로서로 공평하게 너 하고싶은거 나 하고싶은거 너 먹고싶은거 나 먹고싶은거 해버릇 하면 최소한 그런걸로는 싸울일 없으니까..
    그리구 글쓴이처럼 뭐든 다 나 하자는대로 잘 따라와주는 사람은 사실 속으로는 따라가느라 지쳐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 대놓고 싫다는 얘기를 못하는 성격의 사람들도 많아서..

    (h3jeBK)

  • 식용토토로 2017/07/28 19:53

    상대방이 없는 쪽에 가깝다. 모든 연애가 그랬다.(오열)

    (h3jeBK)

  • venz0215 2017/07/28 20:06


    오호 너무 멋진 말이네요. 맘이 아련해지기도하고 .진행형이시겠죠?

    (h3jeBK)

  • 아슈타로트 2017/07/28 22:12

    흥.. 보기 싫은 글이네요, 백년해로나 하세요!

    (h3jeBK)

  • Suny 2017/07/28 22:17

    저도. 언젠가는.  그럴려구요.  서로 배려해주면서.
    벌써 40년째. 기다리며 배려해주고 있는걸요. (머쓱)

    (h3jeBK)

  • 쿠크다스마켓 2017/07/28 22:18

    꼭꼭 이쁜사랑 하시길 바라요

    (h3jeBK)

  • 프리미어퀸 2017/07/28 22:25

    욕정과 사랑은 다른 방향을 보는 한몸과도 같은것...

    (h3jeBK)

  • 창스비 2017/07/28 23:02

    좋은인연 오래오래 이어가세요. 두분 너무 예뻐요

    (h3je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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