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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쌓이니까 진짜 크게 다가오네요

지금까지의 연애는 뭔가 한순간에 엄청 좋아져서 사귀거나

어느 특정 부분에 빠져서 사귀게된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남친은 진짜 서서히 저한테 스며들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생활의 일부가 된 느낌이랄까?



얘기를 풀어보자면 저는 21살이고 남자친구는 25살입니다
저희 첫만남은 알바를 하면서였는데

세달전쯤에 제가 알바하던곳에 오빠가 오면서였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오빠가 원래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가 잠시 쉬는동안 제가 들어갔고
 다시 오빠가 다니기 시작해서 만났어요)

알바가 오전/오후로 나뉘고 또 평일따로 주말따로라 알바생이 엄청 많아요
또 홀/주방으로 나뉘어서 알바생만 대략 15~20명 정도?

시급이 센만큼 일도 힘들다보니 사람도 자주 바뀌고 또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보니
다른 타임 알바생들은 얼굴정도만 알거나 아니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인원이 부족하거나 대타 근무를 뛰어서 다른 타임에 들어가게되면
보통 잘 모르는 사이라 인사정도만 하고 일만 하는게 대부분인데
오빠는 다른 사람한테 인사도 잘하고 말도 먼저 걸더라구요
그래서 다들 오빠를 좋아했는데
(직원 분들이나 같이 일하는 알바생들)



저는 사실 처음에는 호감이나 이런게 별로 없었어요
불호에 조금 더 가까운? 오빠정도?

왜냐면 제가 하는 알바가 흔히 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하는 알바라
접시를 치운다던가 기물 나온것들은 닦는다던가 음식 재료가 비면 채우고
쓰레기 나온것들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닦고 등등

크게 힘이 드는 일들은 아닌데 이런것들을 동시에 해야하다보니 정신도 없고
바쁜 그런것들인데 이게 순서가 정해져 있는것도 아니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고 배우는 사람이 있는
그러니까 딱히 매뉴얼이 없고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서
나쁘게 말하면 체계가 없는... 그런일이라 정신이 없는데

처음에는 오빠(지금 남친)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어요
왜냐면 저랑 다른 알바생들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 오빠는 항상 여유로워 보였거든요

제가 알바하는 곳에는 좀 특이한게 있는데 포상금 제도 같은게 있어요
손님들이 이러이러한게 좋았다는 의견이 모이면 해당하는 사람에게 주는?

예를들자면 특정 음식이 맛있다는 의견이 자주나오면 해당 음식한 사람에게 주고
알바생이 손님에게 잘해서 손님이 기분이 좋아서 의견을 쓰면 또 알바생한테 주고

제가 생각하는 오빠는 이런거랑 거리가 멀어야되는데
작년 12월부터 올 5월가지 연속해서 오빠가 이달의 알바생으로 뽑혀서 돈을 다 받았더라구요?

그래서 어? 뭐지 내가 본 오빠는 일도 안하고 노는것 처럼 보였는데?
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말도 걸면서 지켜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호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포상금을 그동안 다 받아간것도 이해가 되고



오빠가 어떤 스타일이냐면 일단 얘기할 때 사람눈을 쳐다보면서 얘기를 해요
근데 신기한게 부담스러운게 아니라 뭔가 나에게 집중을 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
억지로 아이컨택 하려는게 아니라 이사람은 이게 자연스럽다 라는 느낌이 들고

또 말을 잘해요
이게 말을 웃기게 한다거나 드립을 잘 친다거나 이런게 아니라
사람을 집중시키고 횡설수설하거나 이런거 전혀 없이 딱딱 정확히 말하는 느낌?
약간 아나운서나 기자같은 느낌이 ㅋㅋㅋ



또 사소한것들을 엄청 기억 잘해요

자주 오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테이블 자리라던가
좋아하는 맥주 브랜드라던가(저희가 맥주라고만 적혀 있고 달라고하면 브랜드 어떤게 있는데 어떤걸로 드시겠어요? 라고 물어보는데
기억하고 있다가 맥주달라고하면 바로 xx맞으시죠? 라고 물어보는 그런거?)

손님들 애기의 나이라던가
(애기가 36개월 미만이면 공짜거든요 또 초등학생부터 가격이 달라서)
그래서 아 이래서 손님들이 칭찬을 많이하는구나 싶었는데



이게 평소에도 그렇다라구요
얘기를 하다가 제가 뭘 좋아한다고 얘기한게 있으면
기억했다가 다른날 얘기하다가

전 말했던거 기억 못하고 또 말하면 웃으면서
'알아 너가 전에 좋아한다고 말했었잖아' 이렇게 얘기해주고

음식 못먹는거 말한거 있으면 기억했다가
회식이나 이런거 있을 때 티나게 제가 못먹으니까
다른거 먹자고 하는게 아니라

돌려서 다른거 먹자고 해준다던가 하는것들이요



또 행동이 사소한것들인데 사람을 되게 기분좋게 하는게 있어요
제가 렌즈를 끼는데 오빠도 렌즈를 껴요

근데 전 인공눈물을 맨날 까먹고 잘 안들고 다니는데
그걸 알고는 맨날 만날때마다 낱개로된거 인공눈물을 하나씩 줘요

만나면
'손펴봐 자 선물' 이러면서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 ㅋㅋㅋ

제가 또 맨날 배터리 충천하는거 까먹는데
만나면
'배터리 또 없지? ㅋㅋㅋ 자리에 내꺼 보조배터리 있으니까 써라'이러고

제가 또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저희 가게에 다른 디저트는 다 있는데 유일하게 초콜릿이 없거든요?
근데 사서 냉동실에 넣어놓고는 제가 힘없어보이는 나링면
'xx이 냉동실 두번째칸으로 출동' 이러면서 가보면 초콜릿 있고 ㅋㅋㅋ

또 저희가 알바생들끼리 짝 지어서 밥을 먹는데
(다 같이 먹으면 홀을 볼 사람이나 계산할 사람이 없어서 안되니까)
먹을 때 물을 제꺼까지 떠와준다던가

다먹은 그릇을 주방에 가져놓는데 매번 제꺼까지
'어차피 치우는거 니꺼까지 치워줄게 ㅋㅋㅋ'이러고

집갈때에는 그날 나온 쓰레기를 버려야되는데
매번 핑계를 대서 자기가 다 치워줘요
자주 하는 핑계는
'내가 오빠니까 치워줄게'라던가
가위바위보 해놓고는
이기면 '내가 이겼으니까 치워줄게'
지면 '아 내가 졌으니까 치워야되겠네'라던가



근데 막상 이게 지속될때에는 좋은건지 몰랐어요
그냥 단순하게 같이 일하기 좋은 오빠?
사람좋은 오빠?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한달을 같이 일하고 오빠가 다시 쉬게되서
오빠 없이 한달을 일해봤는데

일을 하는것들마다 오빠 생각이 나더라구요
한달내내 인공눈물을 손에 쥐어줘서 그런가

눈이 뻑뻑하면
아 오빠가 있었으면 챙겨줬을텐데 생각이 나고
밥 다먹고 물먹으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안가져온거 생각나면 오빠 생각이나고

배터리 없어서 폰이 꺼질려고하면 또 오빠 생각이 나고
일 마치고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에도 오빠 생각이 나고



처음에는 와 진짜 오빠 있어서 내가 일 편하게 했구나 단순히 이런 생각이었는데
어느순간 일하고도 상관없는 순간에도 생각나더라구요

폰 배터리가 없으면 집에서도 생각나고
음식점에 가서 물먹을때고 생각나고
편의점가서 좋아하는 초콜릿 살때도 생각나고



분명 오빠가 절 좋다고 말한적도 없고
둘이 따로 단둘이 만난적도 없는데

알바를 하면서 곳곳에서 계속 생각이 나니까
사람이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처음느껴보는 감정인데 이게 한번에 크게 오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여가다보니

저도 모르게 하루종일 계속 오빠생각만 하게되서
결국 고백했어요

그것도 4번이나요... ㅋㅋㅋㅋ

전 몰랐는데 맨정신에 한 고백이 4번째 고백...
사귀기로 확답 받았을때 오빠가 재밌는거 들려준다더니

음성통화 녹음한걸 들려주더라구요?
뭔가 했더니 제가 술만 먹으면 오빠한테 전화해서 고백을 했...

그것도 3일간격으로!!!

사실 지금 이 글을 쓴 이유도 저녁 6시에 술먹고 또 전화 했더라구요
지금이야 새벽 2시가 넘어가서 술이 다깼지만 ㅎㅎ

그러니까 제가 하고싶은건 사소한거에서 오는게 정말 파워가 쎄다는거에요
이젠 인공눈물만봐도 오빠가 생각나니 원 ㅋㅋㅋ

그러니 여러분 무조건 상대방의 마음을 바로 얻으려고 하지말고
사소한것부터 잘해주다보면 넘어올지도 몰라요 저도 제가 이렇게 오빠한테 목매고 살줄은 몰랐어요
댓글
  • FreeMySoul 2017/07/23 02:40

    허이고...

    (AJXoWu)

  • 신들의황혼 2017/07/23 02:48

    여러분 연애의 정석이 여기 있습니다.
    게리 쿠퍼 세 마디 같은거 외우지 마시고 이걸 스크랩 해놓고 하루에 한 번씩 읽으세요.

    (AJXoWu)

  • 먹는게젤조앙 2017/07/23 11:34

    읽으면서 제가 다 설레네요
    두분다 이쁜 사랑.. 하지 마시고 헤어지세요

    (AJXoWu)

  • Nesly 2017/07/23 12:48

    매력적이네요 ㅋㅋㅋ 저도 스크랩 해둬야겠어요

    (AJXoWu)

  • KARI 2017/07/23 19:19


    베스트는 제가 토해쪄영!!! 두분 앞으로도 계속계속 달달 행복하세영!!!!

    (AJXoWu)

  • 무민♡ 2017/07/23 19:25

    으아 너무 달달하네여ㅠㅠㅠㅠ 근데 궁금한게 저런 분은 매너에 몸에 베어있으신 분이라 모든 사람들한테 다 저렇게 대하지 않나여?? 그럼 엄청 질투날거같은데..ㅠㅠㅠ

    (AJXoWu)

  • 쫄지마C바 2017/07/23 19:30

    진심 정석이네요. 역시 이론도 한번씩 복습해줘야한다니까 하핫

    (AJXoWu)

  • 서렌디피티 2017/07/23 20:27

    사랑보다 더 무서운게 정 이고
    더 슬픈게 정 이라잖아요^^

    (AJXoWu)

  • 레몬상어 2017/07/23 22:25

    현실: 잘해주는 호구 or 친구 or 아는 오빠 선에서 끝남ㅋ
    잘해줘봐서 앎.....쒯

    (AJXoWu)

  • 비일반인 2017/07/23 22:56

    오글거려서 토했다
    우웨엑(지나가던 모솔)

    (AJXoWu)

  • 영화보고싶다 2017/07/23 23:03


    죽창 시원하게 한 대 맞으시고 예쁜 사랑하세요!

    (AJXoWu)

  • 달의사막 2017/07/23 23:04

    맞아요.  사소한 것들도 쌓이면 큰 덩어리가 돼요.
    그래서 전 일주일 전에 헤어졌어요ㅎㅎ

    (AJXoWu)

  • 꼬부기냥 2017/07/23 23:05

    호엥 설레므니다

    (AJXoWu)

  • 뵤기 2017/07/23 23:07

    이야... 이런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긴 하는군요!

    (AJXoWu)

  • 냐냥이 2017/07/23 23:12

    근데 이게 또 관심있는게 대놓고 보이면 싫더라구요 부담스럽고....근데 호감있는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면 설레고...결론은 케바케 진리

    (AJXoWu)

  • 프로듀우사아 2017/07/23 23:13

    역시 머리가 좋아야 연애도 잘 한다

    (AJXoWu)

(AJXo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