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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출 19일째..이제 마음으로 작별을 준비할 시간..

너는 글을 읽지도 못하고, 나와 같은 언어로 대화도 못하지만 너랑 야옹야옹 하는 대화는 참 즐거웠어.

항상 책상에서 뭘 할때마다 나 좀 봐달라고 배 보여주고, 배를 만지작거리면서 내 할 일하는 일상이 행복한 줄 몰랐어.
내가 누워있으면 항상 내 배위에 올라가고, 조금 뚱뚱한 너라서 사람처럼 발라당 누워서 자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여웠는데, 이젠 너가 없네.

오늘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데 있잖아. 네 노오란 털이 하나 떨어져 있더라. 옛날같으면 이놈의 털..하면서 한숨을 쉬며 털어낼텐데, 조금 웃기겠지만 그걸 집어들고 한참을 쳐다보았어.

밖으로 놀러간거니? 길을 잃었니? 누가 데려갔니? 남의 차에 잘못 올라탔니?
어디 간거니?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고양이들은 귀소본능이 있다고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네. 

아침마다 집에 캣닙 뿌려놓고 있어. 너가 쓰던 모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겠더라. 냄새 맡고 찾아온다 그래서. 밥도 항상 내놓고 있어.
동물 보호소에 가면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앵앵거리는 애들은 다 너처럼 노란 아이들이야. 노란 아이들은 말도 많고 애교도 많나봐. 네 생각이 많이 나더라. 

널 처음 봤을 때 말하는 고양이라고 좋아했었는데. 처음보는 나에게 어찌나 말이 많던지, 그리고 요즘엔 또 방언이 터서 얼마나 수다를 떨었는지.. 너무너무 귀여웠는데, 내가 다시 너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볼 수나 있을까? 

요즘엔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라고 검색하다가 요즘에는 '고양이를 찾았다'고 검색하게 돼. 어떻게 찾았나 보려고. 마이크로칩이 있으면 몇년이 걸려도 찾더라. 살아만 있다면. 그것 뿐이겠니. 정말 기적같은 만남도 많더라. 내 인생에는 기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너도 기적처럼 나타나 줄까?
그깟 몇푼 아끼겠다고 마이크로칩 그거 하나 안해준 게 너무 속상해. 목걸이에 내 이름이랑 주소 전화번호도 써놓을걸. 몇푼 아끼자고. 그깟 몇푼...




그거 알아? 사람들은 내가 되게 외유내강인 줄 알아. 강한 여성상이래. 드세고, 그렇기도 하다고. 아무리 누가 쪼아도 그때만 짜증내지 금방 극복하고 넘어간다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 덕분인거 같아. 아무리 밖에서 슬프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 뚱뚱한 너를 포옥 안으면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어. 겨울에 따듯한 곳만 찾아서 누워있는 너를 따라 누우면 언제나 포근하고, 따듯했어.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봐. 
그러고 보니 넌 참 날 좋아해줬어. 우리 가족 중에서 날 가장 따랐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가. 내가 제일 슬프다.



나는 너에게 좋은 누나였을까?

바깥구경도 안시켜주고 가끔 밥주는 것도 까먹고 그랬는데 넌 뚱뚱이라 항상 밥때를 놓치면 새벽이라도 날 깨웠지. 한번 자면 죽은듯이 자는 내 옆에서 애옹애옹 거리다 지쳐 잠들다가, 내가 조금이라도 일어나는 기색이 있으면 귀신같이 알아서 배 위를 밟고 올라가고 온갖 애교를 다 떨었잖아.

요즘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무섭더라. 세상에는 이런 감정도 있구나 싶어.
누군가가 그러더라. 내가 최선을 다했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래. 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암튼 그렇게 하래네. 나는 무조건 찾는 것만 목표로 했는데 실패하고 찾지 못하고 영원히 보지 못한다는 것에 마음의 준비를 하래. 앞으로 살면서 이것보다 더 슬픈 일이 많을 거라고.. 너는 나에게 전부였지만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도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래. 힘들고 슬플 때는 울어야 하지만 그래도 털고 일어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서야 어른이 된다니, 참 우습다, 그렇지?


앞으로 10년간 너와 같이 살줄 알았는데, 이제는 너없이 살아야 할수도 있어. 그래서 너 없이 사는 준비를 하고 있어. 사람들에게도 아무렇지 않은척 행동해. 고양이 얘기가 나오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해. 그냥 아침저녁으로 여기서 봤다 저기서 봤다 전화받고 가보면 없고 그게 정말 너였는지도 모르겠고 내 할일도 못하고 그래서 불안해지고 다시는 못보게 된다면 어쩌지... 그러는 게 누나가 조금 힘들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찾겠다고 긍정적으로 마음먹기로 했는데, 혼자 가만히 있으면 또 너무 슬프고 불안해서 나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너가 사라진 지 19일. 누나는 거의 4키로가 빠졌거든.


불행히도 다행히도.. 너는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 내가 이제 그만하자고 말도 못하게 자꾸 자꾸 사람들이 너를 본것 같다고 알려줘. 포기하지 말라고 해주네. 꼭 찾을 수 있을거라고. 제발 기적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타나줄래? 겁먹고 숨어있다면 이제 나와서 너가 얼마나 귀여운 지 보여주라. 나도 하도 돌아다녀서 우리 동네엔 이제 널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단지 너만 없을 뿐이야.

누나가 너무 힘들어서 찾는 거 포기한다면 너는 이해해줄래? 너를 찾아나서기보다 너가 힘들지만 언젠가는 와주기를 바라면서 기다린다면 너는 화를 낼거니? 실망할까? 날 봐도 모른 척 할까?

내 생각엔... 너를 가장 잘 아는 내 생각에는,
너는 그냥 응, 알았어. 괜찮아. 하고 지나갈 거 같아. 평소에 하듯이 몸을 한번 스윽 비비고 가겠지. 그래도 괜찮다고 오히려 어린 네가 나를 위로해 줄 것 같구나.

너무 울어서 눈물도 안나올 줄 알았는데 자꾸 눈물이 나. 다시 한번만이라도 너를 쓰다듬고 안아줄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할텐데. 

미안해, 너무 미안해.
댓글
  • 쥬베 2017/07/14 04:30

    힘내요...
    꼭 돌아올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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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pp2989 2017/07/14 04:59

    그 마음 알아요. 돌아오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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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쳐쓰지요 2017/07/14 10:16

    꼭 돌아올 거예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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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시퇴근 2017/07/14 10:20

    힘내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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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냥이scented 2017/07/14 10:21

    읽다가 울을까봐 다 못 읽고 쭉 내렸어요 ㅠㅠ
    꼭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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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acoca 2017/07/14 10:23

    고다 까페에 글은 써보셨나요?
    우리나라 애묘인들은 대부분 가입한 까페라서 그나마 찾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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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뇽포뇽 2017/07/14 10:26

    저도 3주만에 찾은 경험이 있어요..
    옆건물 맨 윗집앞에서 문 열리는 집만 있음 들어가서 둘러보고 다녔대요..
    고양이 탐정도 포기하고 갔는데 손으로 쓴 전단지 세장으로 찾았어요.
    포기하지마세요.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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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moon 2017/07/14 10:36

    저도 고양이 응가랑 모래로 찾은 경험 있어요. 집 주변에 뿌려 놨더니 하루 정도 지나고 돌아왔더라구요.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꼭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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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융치 2017/07/14 10:43

    꼭 다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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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디어고깔 2017/07/14 10:54

    아가 꼭 돌아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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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s1223 2017/07/14 11:46

    고양이는스스로집으로찾아오기어려워요
    근처어디선가님이찾아와주시기를두려움에떨며기다리고있을꺼예요 어려우시고힘드시겠지만포기하지않으시면찾게되더라구요. . 밤에집근처군데군데
    먹던사료를두어보세요 꾸준히요. .배고파서나타나게될것같아요. . .석달만에찾은경우도봤어요 어떤애는지하실에숨어들어간경우도있더라구요 . .
    밤에이름을부르며찾던분도보았는데지하실에서 대답하는 소리에찾기도하구요..꼭온갖방법을다쓰더라도꼭찾으시기를. . 가출이란말은정말맞는말이아닙니다. .포기하지않으시길. . 너무마음이아파서두서없이회원가입하고글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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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초딩 2017/07/14 11:48

    초등학생때 고양이를 키웠는대 발정이나서 나가더니 한참후에 비가많이 오는날 집밖에서 야옹야옹소리가나서 나가보니 키우던 고양이가 문밖에있더라고요 그래서 물이랑 사료를 줘서 먹였더니 먹고 또사라졌어요 또한참뒤에 길거리에서 새끼들 끌고다니는걸 봤던 기억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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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구청장 2017/07/14 12:23

    힘내세요... 저희집 냥이도 밖에 구경 한번도 못한애가 집나갓다가 암만찾아봐도 없어서 냥이 화장실이랑 밥그릇 집문앞에 두었는데
    새벽에 잠을 설치다 새벽에 또 찾으러 가봐야겟다고 문을 열었는데 문앞에 앉아 있더라고 ... 얼마나 굶고 구석진데 싸돌아다녔는가 털은 더러워 져있고
    집오자마자 밥을먹더라고요 좀더 힘을내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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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한마음급구 2017/07/14 12:29

    저도 고양이 가출했다 한달만에 찾은 사람임돠!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카페나 그 고양이로 유명한 카페에 고양이 찾는다는 글 한번 올려보세요 ㅠㅠ
    꼭 찾게 되시길 바라겠슴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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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큐리 2017/07/14 13:19

    으아악!! 작성자님 완전히 포기하지마세요!! 애타게 기다리면 힘들고 하실테지만..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계시면..ㅠㅠ  한 5년전에 제 고냥순이도 가출했다가 진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다른 사람이 주워갔거나..차에 치인건 아닌가 오만 생각을 하던 차에..며칠 후 새벽에 현관문 앞에 뭔가 탁하는 소리(고양이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나는 착지소리)가 난거 같아서 벌떡 일어나서 나가보니까 냥순이가 식빵자세로 앉아있었어요ㅠㅠ 잠귀가 안밝은데 그 작은 소리를 어찌 들었나 조금 쎄게 착지한 우리 냥이에게 감사한 마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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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story 2017/07/14 13:28

    마음 굳게 먹고 오히려 차분하게 내 할일하며...연락이 오면 가서 찾아도 보고. 이런 정도를 권합니다.
    장기전이 되면 이럴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는 칩이나 목걸이했다고 글 읽은 거 같은데, 다른 글이랑 착각했나봐요. 안타깝네요.
    후회해도 지난 일은 바꿀 수 없고, 지금은 다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한 편으로는 잘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힘내세요.
    그리고 동물을 키우는 다른 분들...동물등록 칩이랑 연락처달린 목걸이 둘 다 /꼭 해주세요. 동물을 키우는 주위사람에게도 권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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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기비행 2017/07/14 13:55

    요즘 페북 페이지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앵간하면 찾더라구용. 집냥이같이 생긴 아가들은 임보를 많이들 해주셔서... 제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있네용.꼭 찾을 거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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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이와나 2017/07/14 14:15

    잃어버린 동물을 오유제보로 찾은 경우도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이만큼 사용 인구 많은 커뮤니티도 별로 없는데 좀 더 활용 하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글쓴님 글 몇 번 봤었는데 고양이 사진 올려서 찾는다는 글은 못봤네요... 이제 진짜 포기하신다니 안타까워서 길 다니면서 더 유심히 봐야지 하고 글쓴님의 모든 글을 다 살펴봤는데 고양이 사진 한 장이 없어서요
    제가 글쓴님이 하신 노력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하실 수 있는 방법은 다 사용해보셨으면 해요 현상금을 건 전단지, 유기동물보호소, 오유에 사진올리기 등등이요
    제 리플에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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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mus4 2017/07/14 15:15

    미국이라고 하셨죠?
    지역 한인들 많은 곳에 사진이라도 올려놓아 보세요.
    여기저기 커뮤니티에요.
    그리고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아도 힘들고 찾느라 생활도 힘들지만
    포기해도 힘들어져요.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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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리우스 2017/07/14 15:17

    제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집앞에 아이가 쓰던 배변모래나 잘먹던 간식 두시고 기다려주세요ㅜㅠ 아이는 지금 애타게 작성자님을 그리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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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ka마니모 2017/07/14 15:39

    울집 까미도 한달만에 돌아왔어요 새벽2시경부터 어디서 멀리 냥이우는소리가 들렸는데 긴가민가 까미니? 이러니까 더 크게 울어서 하겁지겁내려갔더니 어두운곳에서 울기만하고 나오지않다가 겨우 달래서 안으니 ㅠㅡㅠ6kg 넘었던 녀석이 한손으로 잡아질정도로 빠져서 왔어여 좀더 기다려보세요 밤에 이름 슬슬부르면서 집주변 돌아다녀보세요. 꼭올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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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렌디피티 2017/07/14 15:49

    제 맘 이 아파 눈물 만 나오네요
    꼭 다시 돌아 올거예요
    저도 기도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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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무디 2017/07/14 15:59

    아 힘내세요 그리고 꼭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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