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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예지몽 소녀

꿈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아무것도 적지 못했던 그 날. 임여우는 밤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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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건물의 꼭대기에 매달린 간판이 떨어져 여학생을 덮쳤다.

[ 꺄아악-! ]

목격자의 비명이었다. 여학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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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악-! "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 임여우는 몸서리쳤다.
꿈에서 본 친구의 죽음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 야 대박! 나 방금 너 죽는 꿈 꿨어! 너 가게 간판 떨어지는 거에 깔려 죽었어! ]

그 친구에게 톡을 보내고 시간을 보니 아침 6시 30분. 혹시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곧 답장이 왔다.

[ 진짜? 웃긴다. 꿈은 반대라잖아? 좋은 일 있으려나? ]
[ 아 진짜? 그래? 그럼 복권이라도 사봐~! ]

친구와 톡을 이어가며 표정이 풀어지는 임여우. 침대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등교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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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책상이 아직 다 차지 않은 아침. 임여우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주제는 오늘 자신이 꾸었던 선명한 꿈.
친구들은 대부분 대수롭지 않아 하거나, 진심까지는 아닌 무서움을 드러냈다. 한데, 조회 시간에 전해진 소식은 그들 모두를 소름 돋게 했다.

"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오늘 아침에 '송서선'이가 사망했다고 한다. 떨어지는 간판에 깔리는 바람에... "

충격적인 소식에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임여우에게로 하나둘 시선이 몰렸다. 

" 으,으으...! "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는 임여우. 
누군가가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 예지몽이야! 예지몽! "


사건 이후 임여우는 사람들의 관심에 시달렸다. 심지어는 송서선의 부모까지 찾아왔었을 정도였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사건에 괴로워하던 임여우는, 또 한번의 예지몽을 꾸게 되었다.

" 아, 안돼-! "

큰아버지의 죽음. 이번에도 몹시 생생했던 그 꿈은, 고깃배를 타던 큰아버지의 실족사였다. 임여우는 당장 전화를 걸어 이러이러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 하하하 별 꿈을 다 꾸는구나. 알았다, 내 조심하마. ]

큰아버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아버지까지 나서서 신신당부했지만, 며칠 뒤 들려온 소식은-

[ 아이고~! 아비가 실종이다..!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질 않어...! ]

결국 임여우의 예지몽대로 큰아버지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 사실까지 알려지자, 임여우의 예지몽은 SNS등을 통해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언론에서도 취재가 나왔는데, 기가 막히게도 그 타이밍에 임여우는 세 번째 예지몽을 꾸었다.

" 아이돌 공치열이 죽는 꿈을 꿨어요! 무대 감전 사고로.. "

소식을 접한 공치열이 팬들은 난리가 났다. 이미 두 번의 예지몽이 적중했다 하니, 허튼소리 취급할 수가 없었다. 
곧 공치열이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 걱정해주시는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도 임여우 양의 인터뷰를 봤고, 최대한 조심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안전요원을 붙여서 점검을 확실히 하고 있으니, 안심해주시길 바랍니다. ]

의외로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은 안심했다. 믿거나말거나식으로 대하면 어쩔까 걱정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 긴급 속보입니다! 인기 아이돌 공치열씨가 감전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 이번 사건은 예지몽으로 미리 예견되었던-. . . ]

공치열도 임여우의 예지몽대로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임여우는 일명 '예지몽 소녀'가 되었다. 
세상의 관심이 그녀에게로 몰렸다. 각종 방송사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무속인들마저 그녀를 찾아올 지경이었다.

그녀가 4번째로 꾼 예지몽은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는 꿈이었는데, 담임은 임여우의 안부 전화를 받자마자 허무하게도 다음날 자살하고 말았다.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임여우는 괜히 전화했다며 죄책감을 느꼈지만, 세상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정말 100% 정확한 예지몽이구나!

임여우의 평범한 일상은 사라졌다. 세상이 그녀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집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아침이면 항상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어보았고, 학교에서도 그녀만 특별취급이었다. 맘 편히 시내를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던 부모님은 차라리,

" 방송인이 되어보는 게 어떻겠니? 어차피 너도 이젠 평범하게 살기는 어렵다는 걸 알잖니. 차라리 진로를 그쪽으로 잡는 게 나을 수도 있어. "
" ... "

임여우는 부모님의 추천으로 한 방송에 출연했다. 나쁘지 않은 임여우의 태도가 밝혀지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그 시점에 임여우가 다섯 번째 예지몽을 꾸게 되었고, 부모님은 수완 좋게 다섯 번째 예지몽의 주인공이 '정치인'이라는 키워드만 내던졌다. 
방송사들은 단독보도 타이틀 경쟁을 시작했고, 임여우에게 어마어마한 출연료가 제시됐다. 부모님이 당장 하던 일을 접고 임여우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게 나을 정도로 말이다.
고르고 고른 방송사에서, 임여우는 굳은 얼굴로 예지몽의 내용을 털어놓았다.

" 김남우 장관이 죽는 꿈을 꿨어요. 자동차 교통사고로... 낮이었고, 8차선 도로였어요. 그곳이 어디인지는 잘... "

방송이 나가자마자 전국이 들썩거렸다. 김남우 장관은 언론 출연이 잦아 꽤 유명한 장관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김남우 장관에게 집중됐을 때, 그는 평생 자동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아! 그러면 절대 죽지는 않겠네! 다행이다! "
" 그래도 쉽지는 않을 텐데.. "

김남우 장관은 철저하게 행동했고, 임여우에게도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즈음의 임여우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방송국을 돌면서 TV로만 보던 유명 연예인들을 죄다 만날 수 있는 게 좋았다. 또 자신을 특별한 사람, 무슨 성녀처럼 대우해주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CF 촬영까지 잡히고 나니, 진짜로 연예인이 된 기분마저 느꼈다. 당장은 부모님이 관리한다지만, 원하는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돈도 좋았다.

그녀의 인기는 절대 식을 줄 몰랐다. 왜냐면,

[ 속보입니다! 김남우 장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절대 차를 타지 않겠다던 장관은, 오늘 아침 급성 맹장염을 일으켜 응급실로 이동 중에-. . . ]

절대적으로 노력하던 김남우 장관마저 예지몽의 내용대로 사망하고, 그녀를 찾는 곳은 더욱 늘어만 갔다.
방송에 적응하면 할수록, 그녀는 이 길이 마음에 들었다. 시시콜콜한 예능프로마저도 굳이 소화해낼 정도였다.
그래서 여섯 번째 예지몽을 꿨을 때는, 솔직히 마음 한편으로 조금 반가웠을지도 몰랐다.

" 저희 동네 중국집 아저씨가 계단에서 굴러요! 뇌진탕...! 아저씨 제발 계단 근처에 가지 마세요! "

예지몽 소녀의 예언이 나가자마자 모든 취재진이 그 중국집으로 향했다. 
중국집은 2층이었고 계단은 가팔랐다. 주방장을 겸하던 주인 두석규는 고집 센 중년인이었다.

" 내가 이 가게에서만 30년이야! 그런데 이 가게를 버리라고? 차라리 죽으라고 해! "

모두가 나서서 말렸지만, 그는 보란 듯이 가게에 출근했다. 방송국 카메라들은 계단을 오르는 두석규의 모습을 무슨 하이라이트처럼 찍어댔다.
자식들이 찾아와 그를 뜯어말리는 장면부터, 절대 구르지 않기 위해 엉거주춤하던 모습까지. 모든 게 방송 소재였다.
전국의 시청자들은 두석규가 죽지 않기를 바라며 계단을 보았고, 방송국은 무슨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단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퇴근하던 두석규에게서 술기운이 느껴지던 그 날,

" 어,어어어-?! "

두석규가 정말로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119를 부르는 것보다, 대기 중이던 카메라맨의 멘트가 먼저였다. 

" 두석규 씨가 죽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예언대로 계단에서 굴러 죽었습니다! "

항상 두석규의 출퇴근 모습만은 생방송으로 보내졌기에, 수많은 이들이 두석규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떠들었다.

" 또 죽었어! 또 예지몽 소녀의 예언이 적중했어! "
" 그러니까 내가 저 할아버지 죽을 줄 알았다니까?! 무슨 고집이야 저게! "

아직 바닥의 두석규는 꿈틀대고 있던 그 시점에. 그 시점이 지나, 죽음이 찾아오고 있던 그때에.
두석규는 뒤늦게 도착한 119에 실려 갔지만, 예지몽대로 사망했다. 
임여우는 방송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은 그녀의 인기를 올려주었다. 신녀님이니 성녀님이니, 국가의 보물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했다.
이젠 임여우도 이 생활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가던 그때. 꿈을 꾸었다.


소녀가 누군가에게 덮쳐졌다. 반항하던 소녀는 칼에 찔려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소녀의 정체는,

" 꺄아아악! "

임여우 자신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새파랗게 질린 임여우는,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방을 건너온 부모님이 물었지만, 차마 설명할 수 없었다.
부모님들은 그저 또 누군가의 죽음을 꾸었으리라 예상하며 다독였다.
하루가 지나도 임여우는 말할 수 없었다. 슬퍼할 부모님을 볼 자신이 없었다. 누구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슬퍼하기만 했다.
계속 그러고만 있기에는 임여우의 방송 스케줄이 가득 차 있었다. 어차피 조심한다고 해도 모두가 죽어버린 모습을 보았기에, 임여우는 그대로 방송을 소화했다.
한데? 
일주일, 보름이 지나도록 임여우는 죽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에 다른 이의 예지몽을 꾸고, 그 사람이 예지몽대로 죽기까지 했다.
임여우는 생각해봤다. 왜 자신은 죽지 않을까? 모두 다 보름이 되기도 전에 죽었는데, 왜 자신은 멀쩡할까?

혹시, 내가 예지몽의 내용을 알려줘야만 죽는 게 아닐까?

이제까지 죽은 사람들은 모두 다 예지몽의 내용에 대해 들은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아직 자기 죽음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임여우는 실험을 해봤다. 또 다른 예지몽을 꾸었을 때, 그것을 비밀로 해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사람은 보름이 넘도록 죽지 않았다! 

임여우는 확신했다. 내가 예지몽을 알려줘야만, 그 사람이 죽는다고! 
그렇다면 이건 과연 예지몽이 맞는가? 차라리 저주가 아닌가? 

그녀는 혼란스러웠고, 차마 알아낸 사실을 고백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 예지몽을 꿔도 누군가 죽진 않는단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자, 그녀는 어딜 가든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 최근에는 예지몽을 꾸지 않으셨나요? "

시간이 흐를수록 저런 질문이 늘어만 갔고,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가득 차 있던 스케줄도 점점 비는 때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김이 새어 말하곤 했다.

" 신기를 잃었네. 끝났어. "
" 천기누설을 너무 많이 해서 평범해졌나 보다. "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갔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임여우는 이 상황이 낯설었다. 집까지 찾아와 사정사정하던 사람들은 다 어딜 갔단 말인가? 시간이 모자라 고르고 골랐던 일정들은?
전화번호를 나눈 연예인들의 연락도 뜸해졌다.
임여우는 참을 수 없었고, 더 늦기 전에 말해야만 했다.

" 예지몽을 꿨어요...! "

충동적으로 고백한 그 말은 다시금 관심의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임여우는 스스로의 행동이 혼란스러웠지만, 이왕 저질렀다면,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죽음을 털어놓기로 했다. 
그동안 꿈만 꾸고 밝히지 않았던 넷 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그녀, 여배우 장진주.

" 장진주 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언니! 절대 화장실에 들어가지 마세요! "

다시금 전국은 충격으로 들썩거렸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세 여배우의 죽음이라니! 
임여우와 같은 방송에도 출연했었던 장진주는 그 말을 맹목적으로 믿었다.

" 집에 있는 욕실을 폐쇄하겠어요! 저는 앞으로 절대 욕실에 들어가지 않겠어요! "

사람들은 기대했다. 이번만큼은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 듣자 하니, 아예 요강을 쓴다던데? "
" 헐.. 근데 진짜 불편하겠다.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

장진주와 임여우의 합동방송이 잡히고, 예지몽 소녀 임여우는 다시 바빠졌다. 그 타이밍에 임여우는 주저하지 않았다.

" 아! 또 꿨어요! 야구 선수 최무정 씨가 음주운전 사고로 그만... "

연이은 예지몽에, 사람들은 다시 예지몽 소녀의 신기가 돌아왔다며 떠들어댔다.
게다가, 

[ 이럴 수가..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배우 장진주 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사망했습니다. 집으로 들이닥친 스토커를 피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

[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달아나던 최무정 씨는, 동승자 연예인 A모 양과-. . . ]

예지몽은 기가 막히게도 적중했다. 사람들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 아무리 대비해도 막을 수 없다니, 이건 완전..? 죽음의 선고나 마찬가지네.. "
" 만약에라도 임여우에게서 내가 죽는 꿈을 꿨다는 말이 나오면... 차라리 주변 정리를 하는 게 낫겠다. "

임여우를 살인마라고 부르는 악플도 많았다. 그런 반응은 임여우를 찔리게 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울었고, 그것은 그녀가 잘하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눈물 나게 미안했으니까.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임여우는, 아예 자신의 이름을 건 고정 방송까지 따냈다. 공중파의 황금시간대 방송이었다.

' 예지몽 소녀 임여우의 꿈 이야기 '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 왜 꿈이 안 꿔지지? "

정말로 신기가 떨어진 건지, 더는 예지몽이 꿔지지 않았다. 이미 기억하던 예지몽도 모두 써먹은 뒤였고, 이대로 간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그녀는 항상 탑이고 싶었다. 그저 그런 화제 인물 정도로 남기는 싫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예지몽이 꿔지는 것도 아니고, 어느새 그녀의 예지몽이 끊긴 지도 석 달이 지나버렸다.
다시금 사람들의 반응이 서서히 식어가는 게 느껴졌고,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도 폐지가 될 분위기였다.
임여우는 초조함을 견디지 못했고, 자신도 모르게 방송에서 무리수를 던지고 말았다.

" 꾸, 꿈을 꿨어요! "

그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눈앞의 프로그램 PD가 교통사고로 죽었단 말을 지어냈다.
이 예지몽의 충격은 컸다. 하필 현장에 있던 프로그램 PD가 죽는다니? 단번에 모든 카메라가 PD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킬까 아찔했지만, 어차피 그 PD가 다시 차를 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방송에 긴급 출연한 PD는 덜덜 떨면서 다짐했으니까.

" 저는 절대로 차를 타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실지 모르겠지만...저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고, 제가 죽지 않음으로, 그러니까 저는 차를 안 타고.. 임여우 양이 다시 예지몽을 시작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래도 저는 죽지 않아서 실망을 드릴 수도 있고, 그런데 저는.. 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저는-. . . "

임여우는 다음 꿈을 꿀 때까지만이라도 이 화제를 끌어갈 셈이었다. 그리고 PD에 관해서는, 드디어 예지몽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나왔다는 식으로 진행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데, 누구보다도 그녀가 놀랄만한 사건이 터졌다.

[ 예지몽의 주인공 정재준 PD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예지몽의 놀라움이 확인되는 결과였는데요-. . . ]

임여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말만 하면 무조건 그 내용대로 죽게 되는 걸까?
그녀는 자신에게 공포심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 그럼...이젠 굳이 꿈을 꾸지 않아도 예지몽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가...? 꿈을 꾸지 않아도 난 예지몽 소녀로 남을 수 있어...! "

게다가 거기서 그녀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렇다면 다음은 외국의 유명 스타로 하자! 세계적으로 파장이 있을 만한 인물로! 그렇게만 된다면. . .
그녀는 세계적으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어있을 자신을 꿈꾸며 잠이 들었다. 

그날 그녀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친구, 큰아버지, 공치열, 선생님... 그동안 예지몽에서 죽었던 이들이 모두 나타나는 꿈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둘러서서, 자신을 지켜보는 꿈.

" 으으음...! "

침대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임여우는 아침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짚어보지만,

" 무슨 꿈을 꿨지...? 분명히 꿈을 꿨는데.. "

그녀는 간밤의 꿈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게 아쉬웠다. 혹시 예지몽이었다면 좋았을 테니.
잠깐 생각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하던 그녀는 곧, 머리를 흔들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 발표할 예지몽의 주인공을 할리우드 배우 중 누구로 할지 검색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임여우.
한데? 

" 응? 뭐...? 뭐라고...? "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오늘 아침, 전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 야야야! 나 오늘 아침에 꿈꿨는지, 예지몽 소녀 임여우 있지? 칼을 맞고 죽었더라고! ]
[ 헐? 너도? 나도 그 꿈 꿨는데?! 예지몽 소녀 임여우가 칼을 맞고 죽는 꿈! ]
[ 너도야? 나도 꿨어! 임여우가 방에서 칼을 맞고 죽는 꿈! ]
[ 세상에! 우리 가족들도 모두 다 똑같은 꿈을 꿨다는데? ]

전 국민이 모두 똑같은 예지몽을 꾸었다. 그들은 모두가 너무나 신기해하며 그 예지몽에 대해 발설했다.

" 이, 이게 무슨...무슨...? "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임여우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릴 때, 그녀의 방문이 열렸다.

" ?! "

휘둥그레진 임여우가 돌아보자, 그곳엔 칼을 든 여인이 서 있었다. 임여우도 몇 번 봤던 얼굴, PD의 아내였다.

" 너 때문에 내 남편이 죽었어! 네년의 그 예지몽을 실현하기 위해서...! 죽어-!! "

" 꺄아아악-! "

임여우는 예전에 꾸었던 그 꿈처럼 반항했지만, 칼을 막을 순 없었다. 예전에 꾸었던 그 꿈에서처럼.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7/14 05:16

    오랜만에 임여우 단독 주연의 이야기를 써볼까 싶었는데.. 이번에도 도구적으로만 사용하고 말았네요. 이번 소재가 조금 그래서 그런 건지 뭔지 흐하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길 바라요. 저도 언젠간 정말로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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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우 2017/07/14 07:24

    이번에도 겨우 출석했군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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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yeonee15 2017/07/14 08:25

    결국 예지몽은 막을수 없었던건가요... 만약에 상황이
    이랬더라면 많은 생각하게 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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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다_람쥐 2017/07/14 08:48

    피디님은 쇼의 흥행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건가요? 피디니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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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내린미모 2017/07/14 09:39

    와우 재밌어요!!! 피디는 예지몽을 위해 스스로 죽은 건가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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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은간다 2017/07/14 10:19

    아 피디의 죽음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충동적인 느낌으로 차를 굳이 멀리하지 않았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만; 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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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파리1호 2017/07/14 11:11

    꿈을 수단으로 한 저주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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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미엔트 2017/07/14 14:44

    와... 뭔가에 홀린듯 한번에 쭉 읽었습니다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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