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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전 결혼한지 몇년 되었고 어린 아가가 있어요. 


평소에 결게를 자주 보는데, 남편과 아내의 고충글들이 아무래도 많죠. 으음 그렇지 공감하는 글들이 아주 많아요. 
특히 육아에 대한 고충! 아기 낳기 전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고됨입니다요. 
잠 못 자는거, 아픈 아기 보며 속상한 거, 놀아주는 거, 먹이는 거, 재우는 거... 으아아 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왜 이리 힘든가요?!
머리통을 쥐어뜯고 고수의 육아법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던 그 나날들... 

그런데 전 이런 육아나,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절망스럽다거나 우울증이 올 것 같다거나 이런 적은 없더라고요. 
오히려 그냥 할 만 해요. 하루하루 평화로워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니까 저는 전업주부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일단 결혼 전에 그다지 커리어랄 게 없었어요. ^^; 경력단절이 아니고 그냥 경력이 없었어서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었고요. 
강한 집순이 성향이 있습니다. 집에 충분한 물자와 인터넷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집 안에만 있어도 좋은 타입이거든요. 
외출이 필요하면 하긴 하는데, 외출하면 에너지를 소모해요... 친구들하고 놀고만 와도 에너지가 소모돼요. 집에서 쉬어야 돼요. 
취미는 인터넷 서핑하고 게임하는 거에요. 남편하고 같이 디아3 하는데, 남편은 한 시간만 해도 졸리다고 쓰러지더라고요. 뭐 그래서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미식 취미... 없고요. 패션 센스... 없어요. 
제 옷을 마지막으로 구입해 본 게... 임신했을 때 임부복 샀을 때였던 것 같네요. 언더웨어는 때되면 삽니다 ㅋㅋ
집안 가계는 제가 관리하고 있어요. 가계부 쓰고, 다달이 월말 되면 결산해서 남편이랑 같이 보고, 소소한 저축 계획 세워서 이번달은 마통 얼마 메꿔지겠다... 마통에 마이너스 숫자 줄어드는 걸 보는게 소소한 재미네요. 
우리 부부 생활에 친정 시댁 양가 간섭 전혀 없고요. 

하루하루 늘 비슷하고 단조롭습니다.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아기 어린이집 가고, 전 쉬거나 집안일하고요. 아기 하원하면 간식 주고 좀 놀다가 저녁 먹고, 남편 오면 우와왕♥ 달려가서 환영의 춤을 춰 줍니다. 낮에 있었던 일, 아기한테 생긴 일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고요. 아기 잠들고, 같이 잠든 저를 남편이 깨워주면 늦은 저녁에 게임 한 판 하거나 뭐 다른 걸 한다거나... 

남편이 제 베프에요. 같이 놀고, 개드립 주고받고, 내밀한 이야기도 다 하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김밥에 김이 없대~" 이런 90년대 개그가 웃긴 걸 보니 대화케미는 좋은 것 같아요. 남편 외에는 제 친정 식구들과 주로 대화합니다(아기 사진 주고받고 으앙 예쁘다 주로 이런 얘기들이죠) 제 성향상 자주 연락하는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뭐 간만에 만나면 반갑고 좋긴 하지만요. 

어찌보면 시시하고 쳇바퀴 돌아가는 나날인데. 그냥 평화롭네요. 하루하루가. 
요새는 참 전업주부가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껴요. 둘째가 태어난다거나 아이가 자라서 학교 간다거나 하면 이 생활에도 한차례 격변이 찾아오겠지만 말이죠. 아이 두 명은 하나 키울 때하고는 난이도 차이가 완전 하늘과 땅 차이라던데... 애들 자라서 학교 간다거나 하면 저도 파트타임이라도 일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워낙 노후가 불안한 시대니까 짬이 나면 일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근데 그건 나중 일이고, 그냥 지금은 괜찮아요. 
결게에서 임신 출산 후 전업주부가 되어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의 글을 많이 봐서, 그냥 저 같은 사람도 있다고 써봤습니당.  



댓글
  • 여보백원만 2017/07/11 14:52

    여기서 교회 봉사만 하면 울 와이파이님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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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뭬야? 2017/07/11 14:59

    부럽.... ㅜㅜ
    저는 그냥 회사다니다가 지금 육휴중인데 짱 좋아요. 오늘 저녁 뭐먹지? 하면서 요리하는 것도 좋고, 원래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 후내년 일이지만 복직하기 시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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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카게삽시다 2017/07/11 23:58

    아ㅠㅠ저는 아기낳고 지금육아휴직중인데 솔직히 몸은편한데 가시방석입니다
    애가둘이니 하나일때보단 힘든데요 애챙기면서 출퇴근하는거보단 집에서하루종일 둘이보는게 나은거같아요
    근데수입이줄으니.....괜히 신랑돈만쓰는거같고
    ㅋㅋㅋㅋㅋ생활이넉넉하면 진짜이건 저의천직인데
    힘들어도복직하고싶음요ㅠㅠ
    애들때매 근무시간충족이안되서 여기서경력단절될꺼같은데 ㅠㅠㅠ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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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끈황토박사 2017/07/12 09:36

    누구든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한거 같아요.
    저도 글쓴이랑 비슷한 성격에, 전업주부가 너무너무 적성에 맞고
    출근해서 누군가와 부대끼고, 책임감 있는 일을 한다는게 너무나도 스트레스인데
    먹고 살려면 정말 어쩔수가 없네요.. 둘이 합쳐도 엔간한 외벌이 수준이라서ㅠㅠ 정말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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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에루 2017/07/12 10:32

    와..정말 저랑 완전히 정 반대의 성향이신것 같아요. 전 진짜 전업주부랑은 안맞아요. 일하는게 즐겁고 일거리만 있다면 하루종일 일하는게 아가보는것보다 행복지수가 높아요. 지금 애기가 이제 막 돌이라서 진짜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1년정도 반 전업주부 했고 앞으로 1년 더 애기가 24개월 두 돌 까지도 이 생활을 해야하는데 저는 유난히 이 생활이 견디기가 힘들더라구요. 물론 애기랑 있는거 행복하고 좋고 하지만 전 하루종일 애기랑 집에있으면 (더우면 더워서 집에, 유행병 돌면 또 집에, 추우면 집에, 애기가 어리다 보니 더 집에서 생활하는 날이 아무래도 많아서..) 너무너무 답답해요. 남편 퇴근시간만 바라보며 사는것도 지치고, 쳇바퀴 같은 일상, 아가는 하루하루 커가지만 내가 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없더라구요(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암튼 잘 맞는걸 더 잘 맞는 사람이 하면 되는것 같아요. 전 제가 온전히 일가게 되면 사실 남편이 전업주부 해도 상관 없거든요..암튼 얼른 애기가 커서 일 나가고 싶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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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게좋앙 2017/07/12 13:18

    너무 이쁜 부인이다
    아빠가 그러는데 일끝나고 엄마가 환영해 주는게 그리 좋데요 ㅎㅎㅎㅎㅎㅎ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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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iles 2017/07/12 13:46

    헉...;;;작성자님 저랑 비슷해요
    그냥 저도 결혼을 무진장 빨리 해서
    경력이랄것도 없고 회사라고 다닌건 아빠회사에서 경리 1년 한거 밖에 없네요 그뒤로도
    애기낳고 애기 키우고 하다보니
    애기낳고 파트타임으로 일도 해보고 했지만
    할때는 재밌다가 그만두고 집에 있음 또 그렇게 행복 할 수가 없어요
    요 1년간은 미용자격증 딸려고 학원 왔다갔다 하고 시험 보러 다니고 해서
    바빴는데 또 셤 결과 기다리느라고 집에 있음 또 너무 행복해요
    자격증 따서 이제 취업 해야 하는데;;
    잘 할수 있을까도 고민이고
    시댁에 큰형님 작은형님 (동서) 둘다 대학병원 간호사에 작은형님은 무려 서울대학병원 간호사라
    엄청나게 비교 되서 한번씩 자괴감 느끼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할테고 그동안 열심히 산 결과 멋진 직업 갖은것일테니깐...
    근데 전 집에서 있는게 넘나 좋아요
    그래도 애들 생각해서 용기내서 사회에 진출하려구요
    아이한테도 저한테도 남편한테도 모두에게 좋을거란 생각때문에요
    그래서 자격증도 용기내서 딴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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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agonic 2017/07/12 15:03

    서로 성향과 부부관계 및 양가 집안 및 큰 트러블 없는걸 보고 화목한 가정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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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팅조아 2017/07/12 15:07

    사회가 부부중에 한사람만 일을 해도 가정이 잘 먹고 살게해야하는데
    경제가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되어져도 오히려 부부가 일을 해야하고 청소년 대학생들도 알바를 해야한다는 것이
    참 이해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아이 소중히 잘 키우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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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없는애 2017/07/12 15:11

    같이 잠든 저를 남편이 깨워주면 늦은 저녁에 게임 한 판 하거나 뭐 다른 걸 한다거나...
    다른건 뭐하시죠? 흐흫ㅎ흐헤헤흐헤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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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날사람 2017/07/12 15:14

    저는 남자지만  저도 전업주부가 적성에 맞는것 같습니다 집에있는게 좋고 요리 좋아하고 일전부 때려치고 집안일만 하라고 하면 잘할수 있을거 같고
    근데 사회통념상 그게 허용이 잘안된다는게 안타 까울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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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ffeLatte 2017/07/12 15:15

    저도 집순이라 전업주부가 적성에 맞았었는데요..
    애들이 유치원가고 초딩되고하니.. 나갈일이 많아요..
    흑 안나가고싶고.. 나가도 볼일 후루룩~ 다 보고 들어오면 좋은데...
    학교랑 유치원에서 교대로 교육이니 간담회니 참관수업이니 상담이니 불러대고.. 학부모모임에.. 학원에..학원앞에서 50분 멀뚱멀뚱 대기도 해야하고 하니.. 차라리 일하러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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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따밥뭐먹지 2017/07/12 15:16

    디아 수면게임으로 유명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분이 좋은 게임을 고르셨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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