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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가 햄버거병이 아닌 까닭(과학동아)

https://dongascience.donga.com/news/view/18906

비과학적인 주장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 사회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는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 하나 때문에 전 국민이 거리로 나선 사실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미국 소가 광우병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논란이 되는 사건이 있다. 한 4세 아이가 대장균의 일종인 O-157에 감염돼 생기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것이 발단이다. 피해 아동 가족은 발병 원인을 그날 먹은 ‘햄버거’로 보고 제조 및 판매업체인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HUS의 또 다른 이름이 ‘햄버거병’. 실제로 아이가 통증을 호소하던 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HUS가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건 35년 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햄버거가 HUS의 원인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 병의 발생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확인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 사실은 인터넷에서 HUS(Hemolytic-uremic syndrome)라는 단어나 문장으로 검색만 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검색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독일에서 일어난 수천 명의 대규모 대장균 감염 사태다. 이 사건 당시 수백 명이 HUS에 걸렸으며 그중 수십 명이 사망했다. 당시 원인은 햄버거가 아니라 유기농 채소로 지목됐다. 소시지로 인해 발병한 노르웨이 사례,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과일이나 채소, 육류 또는 유제품으로 추정하는 루마니아 사례도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것이 대장균의 감염 경로는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HUS의 발병 원인으로 각종 채소, 과일, 고기,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들고 있다.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도 원인이 된다. 오염된 손을 입에 대거나 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놀이 등을 할 때도 감염된다. 이쯤 되면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HUS의 원인균인 O-157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원인을 밝히려면 발병 시간부터 3∼8일 사이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살펴보고, 접촉한 사람이나 동물을 두루 조사해야 한다. 햄버거를 먹은 지 2시간 무렵부터 설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은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도 될 수 있다. 햄버거 업체를 두둔할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대중의 손가락 끝은 햄버거와 맥도날드를 향하고 있다.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러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기업체가 피해자에게 책임 의식이 없다’는 공격이 난무한다. 한 누리꾼은 “맥도날드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으니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햄버거 기피 현상도 보인다. 주말에 방문했던 경기도 일원의 한 햄버거 가게 직원은 “최근 일주일 사이 고객이 50% 이상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피해 아동과 가족은 가슴이 찢어질 일을 당했다. 고소를 통해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기업이 불쌍한 피해자를 배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과연 성숙한 사회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근거 없는 책임론보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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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Young.K 2017/07/11 14:09

    음... 광우병 문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기준이 턱없이 안일했던 게 핵심 아니었나요?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안전 기준치를 최대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괴담에 선동되어 거리로 뛰쳐나온 흑역사 취급받고 있어서 조금 의아하네요.

    (SuDfgB)

  • 가유스 2017/07/11 14:12

    아이가 잘못된 원인을 찾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얘들이 햄버거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그게 원인이라고 단정짓기 힘들죠. 며칠 내내 굶다가 그것만 먹은 것도 아니고, E.coli가 햄버거 패치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햄버거병이라는 용어를 실제 사용을 한다는 데 더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감염내과에서 HUS라고만 배우지 햄버거병이라는 의사들도 안 쓰는데

    (SuDfgB)

  • 강산이네 2017/07/11 14:27

    O-157 중독은 많이 들어봤어도 햄버거병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네요.
    제가 기억을 못하는것인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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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anjung 2017/07/11 15:2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8/2017070800176.html?Dep0=facebook&news
    아이의 증상이 발현된게 햄버거 취식후 2~3시간 후였다고 부모님이 보고하셨기 때문에 이게 덜익힌 패티로 인한 증상일 확률이 낮습니다.
    해당증상은 최소 1~6일 까지의 잠복기가 있거든요. 이 예기는 햄버거전에 섭취한 음식 ( 최소 하루전에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죠.
    어떻게 한다 하더라도 신장이식을 받지 않은 이상 아이 인생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거니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게 무조건 햄버거 탓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SuDfgB)

  • 다윈의물고기 2017/07/11 16:09

    이런식의 감정적인 대처는 억울한 사람이나 기업이 누명을 당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이지만, '진짜로' 병을 일으킨 원인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져 제 2의 피해자가 나올수도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죠.
    그런 의미에서 진짜 좋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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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오각형 2017/07/11 16:37

    이사태에 제일 피보는 사람들은 업계 체인점주들이나 수제버거가게 운영하시는 자영업자분들...다들 피같은 돈 쏟아부어서 가게하나 열었을텐데 매출은 급속히 떨어질테고, 인과관계 없다고 판결나도 정정없이 흐지부지되면 목숨같은 가게와 피같은 돈 모조리 날리고 폐인되겠죠..

    (SuDfgB)

  • 김윤슬 2017/07/11 16:41

    근데 이거 원인규명이 쉽지 않을거 같은데 소송으로 해결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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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롱 2017/07/11 16:46

    미국내에서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 소를 굳이 우리나라가 왜 수입해야 되는지 미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자국민한테는 더 안전한 기준을 마련해 주지는 못할망정 처먹으라는 자국의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시위였습니다.
    모든 문제는 그점에서 출발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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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까본사람 2017/07/11 16:47

    잠복기 없이 증상 발현이 빠른 점, 집단 발병이 없는 점 때문에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저 아이 아빠였다면 햄버거 원인이 아니라 생각 되어도 햄버거 회사를 상대로 소송 진행 했을 겁니다.
    회사가 인정 한다면 보상금과 치료비가 나올테고, 인정 못한다면 햄버거가 아니란 증명을 위해 거대 회사의 자원을 써서 가능성 있는 원인이라도 밝혀 줄 거니까요. 이기적이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선택이어도 제 자식을 위해서는 그렇게 했을 겁니다.
    만약 실재로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란 결과가 나온다면, 고소인에게 배상 청구가 들어 갈 것 같습니다. 고소인이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진행 했냐가 배상 책임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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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범 2017/07/11 16:58

    아 이건 널리 공유되어야 할 문제네요 아이쪽 부모님도ㅜ원인규명을 더 폭넓게 보셔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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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실 2017/07/11 17:15

    잠복기가 있는 질병이었군요. 언론은 알면서 쉬쉬하는 건가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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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붉은낙타 2017/07/11 17:25

    논문 읽어보시면 발병원인균이 하나가 아닙니다.
    잠복기가 무조건있다가 아니고
    설사를동반하는 발병의 경우 잠복기가 있을가능성이 높다가 정확한거죠
    근데 기타 발병원인은 유전원인등등이여서
    햄버거는 주요원인이 되기 어려워요.
    결국 높은 확률로 햄버거는 누명을 썼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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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rTheKing 2017/07/11 18:08

    의사양반이 인터뷰한 내용에서도 잠복기는 없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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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eengables 2017/07/11 19:08

    이름자체를 '햄버거병' 으로 뉴스에서 계속 강조하고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짓던데요 언뜻 보면 진짜 햄버거 먹으면 걸리는 병으로 인식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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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고는 2017/07/12 00:11

    광우병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것 자체를 미국 축산업에서 먹고있는데.
    아직도 광우병 안전같은 소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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