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하굣길. 학생 장진주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찬물 샤워를 할 생각이었다.
한데, 대문 근처에서 "꺅!" 작은 비명을 지르며 멈춰 설 수밖에 없다.
' 까득! 까드득! 까득! '
골목길에 웬 할머니가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씹어먹고 있었다. 바닥의 그릇에 들어있던 알갱이들, 길고양이용 사료였다.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 할머니는 입안을 드러내며 웃었는데, 그 얼굴이 장진주에게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주친 시선을 억지로 피해가며 후다닥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진주.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 할머니가 옆 건물에 사는 치매 할머니라는 사실을 떠올려냈다.
" 엄마-! "
호들갑을 떨며 집으로 들어간 장진주는 엄마에게 방금 본 것을 얘기했다.
" 뭐어? "
놀란 엄마는 얼른 창밖으로 골목을 확인했지만, 할머니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드는 엄마.
" 아유~ 혜화네도 참 고생이 많겠어 정말.. "
본인은 지금 시부모님과 함께 살진 않지만, 장남인 남편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이란 생각이 괜히 들었다.
장진주는 엄마의 옆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 저 사료 엄마가 내놓은 사료 아니야?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
사실, 장진주의 엄마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캣맘이었다. 가끔 먹이를 주지 말라며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히 최근에는 그 문제로 2층 아저씨와 크게 다투기도 했었다. 장진주는 이번 일로 또 분쟁이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절대 지지 않는 성격의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뭘 어떡해? 내가 그 할머니 먹으라고 내놓은 것도 아니고, 그 할머니가 멋대로 먹은 건데 뭐! "
엄마는 장진주가 걱정하는 쪽으로는 생각이 닿지 않는 듯, 그저 치매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옆집의 사정만 걱정해댔다. 곧바로 핸드폰을 들 정도로.
" 어~! 여우 엄마! 저녁은? 응응~ 나도 아직이야. 그런데 있잖아 자기, 혜화 엄마네 할머니 알지? 세상에~ "
장진주는 골목길에 덩그러니 놓인 사료 그릇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표정을 풀고 돌아섰다. 그녀는 이제 더운 땀이 느껴졌고, 얼른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게 급했다. 별일 없을 것 같다면 말이다.
그 주말이 지난 월요일. 장진주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얘기를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야야! 우리 동네에 파란 대문집에 치매 할머니가 있는데, 그 할머니가 골목에서 길고양이 사료를 주워 먹더라지 뭐야! "
" 뭐? 우웩! 그걸 왜 먹어?! "
소문이 돌고 있다니? 장진주는 맹세코 그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날 엄마에게 했던 말이 전부였다.
그녀는 조금 경직된 얼굴로 친구에게 물었다.
" 누구한테 들은 얘기야? "
" 응? 옆 반에서 들었는데? 아 맞다! 너 그 동네 살지? 그 할머니 알아? 진짜 이상해? "
" 으으응, 아니 뭐..잘 몰라. "
장진주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학교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라면, 동네에서는 뻔하다. 그 할머니를, 그리고 그 가족을 보며 수군거릴 사람들이 떠올랐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장진주,
" 아, 엄마!! "
거실에 앉아 깔깔대며 TV를 보던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 깜짝이야! 얘! 뭐? "
인상을 찌푸리며 가방을 팽개치는 장진주. 바로 옆으로 가 따졌다.
" 오늘 학교에서 무슨 얘기 들은 줄 알아?! 옆집에 치매 할머니가 고양이 사료 주워 먹은 얘기 들었어! "
" 근데? "
" 아 뭐긴! 온 동네에 소문 다 낫잖아! 엄마 때문이야! 왜 남의 얘기를 그렇게 떠벌리고 다녀! "
" 소문? 뭔 별~ "
엄마는 시답잖은 얘기를 들었다는 듯, 바닥에 놓인 그릇에 손을 뻗었다. 쿠키 하나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며,
" 그냥 있었던 일 얘기한 건데 뭐! 그게 뭐 나쁜 말이니? 엄마가 흉을 봤니 뭘 했니? "
" 아 그래도! 사람들이 옆집 할머니 볼 때마다 수군거릴 거 아니야! 찝찝하다고! "
" 우리 동네에 그런 거 흉보는 사람 없어 얘! 다들 할머니 걱정하면 걱정했지. "
" 아 그래도-
" 아 됐어 됐어! 이거나 먹어! "
엄마는 장진주의 입을 막으려는 듯, 쿠키 하나를 입으로 가져다 댔다. 기성품 초코칩 쿠기는 아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카페에서 파는 수제 쿠기 느낌이었다.
입을 삐죽이면서도 일단 쿠키를 받아드는 장진주.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 그래도, 괜히 나 때문에 이상한 소문 났다고 옆집 아저씨가 화내면 어떡해! "
제 할 말을 하자마자 곧바로 쿠키를 베어 물고 우물거리는 장진주, "윽! 뭐야 이거? 맛이 왜 이래?!" 카카오 99%라도 씹은 표정으로 쿠기를 내려다보았다.
엄마는 예상한 얼굴을 봤다는 듯이 웃으며,
" 몸에 좋으니까 그냥 먹어! 뭐더라? 하여튼 몸에 좋은 그거 그 뭐 넣었대! 연예인 이효리가 먹는 거 있잖아! "
" 으음..? "
장진주는 미심쩍은 얼굴로 쿠키를 관찰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초코칩이 아닌 듯했다.
그때,
" 그리고 얘! 너도 참 별 걱정을 다 한다. 옆집 혜화네는 신경도 안 써! 이 쿠키도 혜화네가 가져다준 거야! "
" 아 진짜..? "
미간을 찌푸리며 쿠키의 속에 더 집중하는 장진주. 순간, 눈을 부릅뜨며!
" 어, 엄마! 이 이거, 이거 이거! 이 알갱이, 고양이 사료 아니야...? "
" 뭐?? "
모녀의 눈이 쿠키 속 초코칩으로 집중됐다. 둥글고 거친 질감의 갈색 알갱이. 익숙한 각을 가진-
" 이, 이런?! 이 여편네가 미쳤나?! "
쿠키를 내팽개치며 벌떡 일어나는 엄마! 옆의 장진주는 '웩!' 헛구역질을 올렸다.
" 이 싸이코 같은 여편네가! "
치가 떨리는 얼굴로 부들거리던 엄마는 당장 현관 쪽으로 달려가 신발을 구겨 신었다.
그러나, 옆집에 항의방문을 하기 전에 현관 앞의 손님을 먼저 받아야 했다. 2층의 사내였다.
" 아 뭐예요?! 지금 당신 상대할 시간 없으니까 가세요! "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또 짜증 나는 얼굴을 봐서 일그러지는 엄마.
그러나 사내는 웃음마저 지으며, 손에 든 통을 흔들어댔다.
" 아줌마! 내가 고양이들 밥 주지 말랬지요? 오늘 내가 아줌마가 내놓은 사료에다가 약 쳤거든요? 방금 보니까 그릇을 싹 비웠던데, 지금쯤 이 동네 고양이들 다 뒤졌을걸? "
" 뭣... "
엄마와 장진주의 흔들리는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릇 위에 담겨 있는 쿠키를 향해.
요즘 좀 방황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이야기도 잘 안 나가는 게.. 흐하하하. 단순 더위 때문이라면 좋겠네요.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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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매일매일 들어와서
업로드되있는가확인하네요
비록 눈팅만 하고가지만 잘읽고가요!!
우와... 반전에 소름....
잘봤습니다 ㅜㅜ
으이그~ 작가님 또 또 불안불안해하신다~!
제가 느낀 작가님의 글들은 100% 다 재밌고,
신선했습니다!
부담가지지마시구 창작활동해주세요^^!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ㅋㅋㅋ
그나저나. . . 고양이사료쿠키라니ㄷㄷㄷ
상상했더니, 초코칩쿠키 못먹겠어요ㅠ
이게 방황하시면서 쓰신 글입니까ㅜㅠ 전 당황ㅋ
혜화네는 왜 사료쿠키를 만든거죠...?
이해력이 딸려서...
헉... 오늘도 예상치못한 반전에 놀라고 갑니다 !!
와
굉장히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의 단편이네요. 단편만화를 좋아하는데 예전에 16p정도의 단편들을볼때 이 길이가 딱 좋다...하고 느꼈었거든요. 소설로는 이런 길이감을 주는 걸 거의 못봤는데...진짜 좋네요. 재미있었어요.^^
와 늘 재밌게 보고 있고 항상 내용 좋지만 오늘 것 정말 좋네요
일본의 토리하다라는 옴니버스 식 공포 드라마가 있는데 그런 느낌으로 영상화 되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에요!!!
아 재밌네요
문득 든 생각이 이게 형법 케이스였다면 혜화엄마와 2층남자의 죄책을 논하라는 문제도 나올 것 같네요.. 저는 공부 손 놓은지 오래돼서 못 풀겠지만요. 동시범으로 과실치상이라 판단할까요?
더운 날씨에도 멋진 작품 감사합니다~.
위에 쓴 댓글을 보고 남기자면...
복날님 글 안볼거면 제목은 왜 누르나요 ㅋㅋ 역시 상상력 풍부하신듯.. ㅋㅋㅋ
'조회수 올라가면 좋아하시겠지 하악하악'도 아니구..ㅎ
개인페이지 저장해놓고 글 뜨자마자 보는 분들이 대다수 일걸요?~~ 항상 흥미로운 글 감사해요.
개인페이지 띄워놓고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깔끔한 문장과 다양한 상상력이 제 일상에 기쁨을 더해줍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
무더운 여름인데 요런 섬뜩한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
와 이전에 나온 것 중 허투루 나온 게 하나도 없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되게 평범한 듯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 듯 친근하면서 되게 신선해요!!!! 여윽시 복날님이다...
고양이 사료냄새는 굉장히 독한(?) 비린내가 나는편리라... 초콜릿향으로 어떻게 잡았을지 상상해봤어요! ㅜ 진주가 구제못할 악역은 아닌거같은데 얼른 병원가서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고양이 사료 냄새를 어떻게 잡았을까요;;; 그거 굉장히 비린내나요. 그것도 부수지 않고 형태그대로 잡기란 정말 힘든데 말이죠.
제가 기르는 아이 기호성 테스트 때문에 저도 종종 먹어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