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286389

스포츠[프로토] 야구단 프런트 최종 합격 !!!

꽤 긴 장문이라, 시간이 없으신 분은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에게 매우 좋은 일이 생겼고 기쁨을 함께 하고자, 그리고 여러 조언도 구할 겸 해서 글 올립니다. 프로토라는 말머리를 단 까닭은 제가 주로 이 곳에서 활동했고, 프로토를 즐기는 분들과 꽁냥 꽁냥 잘 놀고 있기에 더 깊은 조언을 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목대로 모 야구단 프런트에 경력직으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 여기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약 일주일 동안 제 거취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중3까지 야구를 했었습니다. 이름 들으면 알만한 프로 선수와 소싯적에 원투 펀치를 이뤘을 정도로 나름 유망주였으나, 심한 부상을 겪으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죠.
대학교 졸업 후, 선출의 경력과 특유의 글쓰기 능력을 인정 받아 언론사 스포츠 담당으로 2년 일했습니다. 인터넷매체 1년, 종이 신문에서 1년 일했죠. 그 후 야구가 아닌 다른 구기 종목 A스포츠단에서 1년 프런트로 일하고, B스포츠단에서도 1년 정도 머물렀습니다.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았습니다. 총 4년의 스포츠 경력으로 지금의 회사에 들어와 4년째 일하고 있죠. 현재 스포츠구단을 지닌 모 그룹의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고 할까요. 그토록 원했던 야구단 입사였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불펜에서 vs놀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 가장 현실적이면서 밸런스가 맞는 vs놀이가 아닐까 확신합니다.
[야구단 입사 시 포기 및 감수해야 할 점]
1. 현재 연봉의 약 4분의 3수준의 연봉을 받게 됩니다. (약 1500만원이 넘게 삭감)
2. 주6일 근무. 야구단의 특성상 시범 경기를 포함한 야구 시즌 약 8개월 동안 야구가 없는 월요일만 쉬고, 화~일요일 풀 근무를 섭니다. 평일 기준으로 낮 12~1시 정도에 출근하여 야구가 끝난 뒤 1시간 이후 퇴근을 합니다. 거의 11시간 근무라 볼 수 있고 6일이면 주 66시간 정도라 볼 수 있네요.
3. 직장인이 이것만 바라 보고 1년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름 휴가가 없습니다. 야구 시즌 끝나고 늦가을 혹은 겨울에 휴가를 가야합니다.
4. 제 삶의 낙인 사회인 야구를 못 합니다. 2개의 팀에 속해서 뛰고 있는데, 3부 리그에선 박세웅 놀이 중이고 1부에선 거의 베팅볼 투수라는;;; 주말에 일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직접 뛰는 야구는 포기.
5. 비슷한 맥락으로 주말에 지인들의 결혼식 등 경조사 참여 못 하게 됩니다.
6. 스포츠업계 종사자 및 관계자로서 토토, 프로토는 법적으로 금지입니다. 이것도 저한텐 꽤 큰 이유입니다. 빡빡한 일상 속 삶의 활력소죠. 당연히 스포츠업계에서 일했던 4년 간 프로토 한 적 없고,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하고 있습니다. 면담에서도 그간 토토 해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재직 중일 때에만 안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7. 부모님의 반대. 당연히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 버리고 스포츠팀에 간다고 하니 걱정하시죠. 저는 참고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미혼 남성입니다.
이처럼 제가 안고가야 할 점들이 많아요.
[야구단 입사 시 좋은 점]
1. 별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죠. 야구가 아닌 타 종목 팀에서 2년 일했었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야구이기에... 사실 이 이유 하나가 모든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죠.
2. 선수들과의 동고동락. 야구 2년 취재하며 수많은 야구 선수들과 사적으로 어울려 지냈고 선수 결혼식 때 사회를 2번이나 봤고 올 시즌 마치고도 또 모 선수 결혼식의 사회를 볼 예정입니다.
정말 너무 좋았어요 ^^ 소중한 추억들이 참 많습니다. 투머치토커 박사장님 오릭스 계실 때 잠시 한국 오셔서 취재 차 티타임을 가졌는데... 예정된 30분을 넘겨 1시간 30분을 넘도록 희생양으로 잡혀 있어서, 선약있다고 도망친 적도 있습니다.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고 지금의 날씨처럼 속이 턱턱 막혔;;; 리빙 레전드 이승엽 선수, 까칠대마왕 이병규 선수와의 티타임도 너무 좋았었구요. 배구단, 농구단에도 머물렀었기에 배구, 농구 선수들과도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충 현재 저에게 직면한 상황이 이렇습니다. 정말 힘든 결정이네요. 여기 다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만약 여러분이 저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30 중반을 바라보는 저인데,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도 많으실 텐데 여러 조언도 듣고 싶습니다. 많은 응원은 덤 ^^;
스포츠 구단 프런트 입사 및 언론사 취업에 관심많은 대딩형님들 정말 많으실텐데, 그 분들께는 제가 나중에 시간을 내어 최대한 정보를 드리는 방향으로 하구요.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모교에가서 취업설명회를 하면서 많은 후배들을 도와주고 있고, 실제로 저의 추천 및 본인들의 노력으로 3명이나 4대 종목 스포츠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름 희소성 있는 직군이라 정보 얻기가 참 힘들죠.
여기에 블로그 주소 올리는 건 당연 불펜 규칙에 위반되는 어불성설 할 일이구요. 그렇다고 쪽지로도 알려드릴 수 없는 게 거기에 제 이름은 물론이고 사진이랑 학력, 어느 언론사에 있었고 어느 구단에서 근무했는지 약력이 다 나와 있어서리. 여기에서 자기 신상이랑 정체 다 드러내놓고 불펜 활동하실 분이 몇이나 계시겠습니까. 스포츠 구단 프런트 취업 자료를 제가 다 그 곳에 정리를 해뒀기에... 암튼, 나중에 제 거취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죠.
어쩌다 보니 두서없이 글이 꽤 길어졌네요. 프로토도 잠시 접고 요즘 제2의 사춘기처럼 인생 고민 중이라는 ^^;; 1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이 있어서, 일단 지금 직장엔 미리 하계 휴가를 써놨구요. 내일 어디 조용한데 홀로 여행이나 가서 심도있게 고민해 보렵니다. 그나마 예보만큼 비가 많이 오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모두들 건승하시구요 ^^ 그 어떤 코멘트라도 좋으니 해주실 말씀 있으시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

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보세요!

(HrJC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