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갑으로 무장한 갑주어와 판피어가 사라진 석탄기,
이 시대의 지배자들은 키메라의 친척들이었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석탄기에 번성했던 연골어류의 대부분은 전두어아강으로,
현재까지 이 분류군에 속하는 연골어류는
키메라목(Chimaeriformes)의 물고기들뿐입니다. 한국어로 은상어라고 부르는 물고기들이지요.
...이과말장난이란게 원래 다 이렇습니다. 흠흠.
현대에는 이들은 심해에서나 주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석탄기에 이들 전두어류는 말그대로 바다를 정복했습니다.
벨란트세아(Belantsea)와 자나사(Janassa)같이
작은 게 정도를 먹고 살던 꼬꼬마들부터
경익목(Iniopterygiformes)의 목덜미에 날개 달린 친구들도
에데스투스(Edestus)와 같은 거대한 상위 포식자 모두 전두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구상 가장 정신 나간 턱을 가진 척추동물들이 존재하던 시기기도 하죠.
에데스투스상과(Edestoidea)에 속했던 전두어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한줄로 늘어선 기괴한 이빨들입니다.
이빨은 원래 한줄 아니냐구요?
이들의 이빨은 턱 가운데 한 줄로만 존재했습니다.
사르코프리온(Sarcoprion)같은 다른 에데스투스상과의 전두어와
화석등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런 가운데만 존재하는 이빨은 뭔가 우리가 잘 아는 이빨배열과 비교해 불리해보이지만
정작 이들은 미친 듯이 번성해서 페름기 대멸종도 이겨낸 종도 있었습니다.
에데스투스상과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지고
가장 기괴한 턱을 가진 헬리코프리온(Helicoprion)입니다.
암모나이트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헬리코프리온의 아래턱뼈 화석으로 발견 당시부터
최근 CT촬영으로 어떻게 되먹은 구조인지 알려지기 전까지
수많은 과학자를 골때리게 만들었습니다.
턱 가운데만 달린 이빨도 골 아픈데 이게 빙빙 꼬였다면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겁니까?
온갖 상상도가 난무했습니다.
그리고 기술발전에 힘입어 내부 구조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 만세!
CT촬영으로 밝혀낸 구조는 이빨이 턱 속으로 파고들어간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자라면 자랄 수록 잘못난 사랑니마냥
이빨이 턱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겁니다. 으아악 슈발아!
이들은 이러한 빙빙 도는 이빨을 이용해
현재의 부리고래처럼 먹이를 빨아먹는 흡입섭식자였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다양하고 충격적인 구조는 석탄기-페름기의 다양성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거의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진화의 산물입니다.
어떻게 해야 더 잘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아남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꼬실 수 있을까?
가만히 있으면 멸종이에요 멸종!
그러나 지금 잘 먹고 지금 잘 살고 지금 번식을 잘한다고
그게 종의 번창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때때로 종의, 생명의 존재는 단지 운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페름기 대멸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보통 대멸종하면 공룡대멸종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가장 거대했던 멸종은 페름기 대멸종입니다.
시베리아 트랩으로 인해 격발된 이 대멸종은 당시 지구상의 약 97%의 종을 몰살시켰습니다.
땅이건 바다건 크건 작건 가리지 않고 죽어나갔습니다.
얼마나 죽었는 지 감이 안 잡히신다면 적당한 가챠게임을 키세요.
확률이 비슷한 모 아이돌 게임이라든가.
딱 한번만 돌려서 최고등급이 나왔습니까?
아니라고요? 저런, 멸종되셨습니다.
재시도는 없습니다. 멸종되면 끝이죠.
당시 대멸종이 진행되던 때의 지구는 지옥이었습니다.
미칠듯이 낮은 산소농도로 숨쉬기도 힘들었고
파괴된 오존층으로 인해 여과없이 내리쬐는 자외선은 살균을 넘어서
동식물을 지지고 있었습니다.
바다와 지표밑에 갇혀있던 메탄가스와 황화수소가 새어나오면서
산소로 숨쉬는 모든 생물은 덥다 못해 살을 지지는 고통 속에서 질식해갔습니다.
이런 지옥에서 살아남는 건 사실상 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다시금 번창하기 시작합니다.
트라이아이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바다는 누구의 것이 될까요.
다음 옛 바다의 괴물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거대한 용들이 온다!
이거 가챠망해서 쓴거지?
아니 가챠로 이런설명이....
납득.
저런, 멸종되셨습니다.
여담. 글 쓸때는 문맥 상 언급하기 애매해서 빼버렸는데 Iniopterygiformes는 가장 오래된 뇌실 화석이 확인된 동물이기도 합니다.
아니 가챠로 이런설명이....
멸종가챠....
이거 가챠망해서 쓴거지?
유게에 아까운 글이다
생물종이 멸종한 거니 수로 따지면 97%이상 소멸...
대멸종에서 종이 아니라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은 가차에서 내가 원하는 카드가 딱 튀어나올 확률일 듯
재밌다 ㅊㅊ
야 너 어린이용 다큐멘터리 같은거 하면 잘만들거 같다 읽으니깐 내용이 쏙쏙들어온다야 ㅋㅋㅋ
납득.
와 글 존나재밌게 잘썼다
글 하나에서 다음 하나까지 몇만년인거지?
못해도 몇천만년
키메라목이 은상어가 된게 어떤 이과말장난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은상어라 부르는 이 연골어류는외국에서는 키메라라고 부릅니다.
즉 은상어목=키메라목입니다.
거기에 어떤 말장난이...?
예 키메라라 해놓고선 알고보니 그냥 어류였습니다~ 하는거예요......실패한 드립이구나 이거
ㅇㅎ...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멸종되셨습니다.
가만히 읶으면 멸종이에요 멸종! 이 문구는 매 시리즈마다 나오네 ㅋㅋㅋ 재밌다 더 써줘
와 이빨이 계속 파고들면 오래 못살겠네ㄷㄷ
경익목 빛나래닮음
나도 보면서 그생각함 ㄷㄷㄷ
과학 / 오컬트로...
여담. 글 쓸때는 문맥 상 언급하기 애매해서 빼버렸는데 Iniopterygiformes는 가장 오래된 뇌실 화석이 확인된 동물이기도 합니다.
딥-심해웨건씨! 궁금한 게 있어요!
연골어류는 그 시절부터 몸에 암모니아를 축적했나요? 왜 축적했나요?
우선 연골어류의 생리기능이 언제부터 확립되었는지 화석기록이 적기에 정확한 시기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상어나 가오리 모두 노폐물 배출이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점으로 보아 상어와 가오리가 재대로 분화되기 전, 대략 트라이아이스 즈음 또는 그 이전이라 여겨집니다.
연골어류는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어 일시적으로 저장하였다 배출하는데 사후 박테리아가 요소를 다시 암모니아로 바꾸면서 암모니아가 몸에 축적됩니다.
즉 암모니아를 축적한게 아니라 사후 변성에 의해 암모니아를 축적한것 같이 보이게됩니다.
그럼 이놈들은 왜 지 몸에 똥오줌(요소)을 쌓아두나요? 사람이랑 달라서 통풍 안 오나 보죠? 똥독 안 올라요? 쓰알 뽑았어요?
삼투압 때문입니다. 바다물보다 약간 높은 체액농도를 지니기 위해서 요소를 혈액에 저장합니다.
고마워요 딥원!
문과생이지만 궁금한 거 생기면 물어볼께요! 쓰알 뽑으세요!
얜 왜 훌륭한 대화수단을 달고 있냐
작성글봤더니 1편 어딨음? 현탐와서 삭제하셨나
? 삭제안함. 검색 기록 밀린것같은데 검색 더 해보세요
그리고 이 대멸종에서 살아남은게 모기랑 바퀴벌레. 명줄한번 겁나 길어
아~윗쪽은누르고 아래쪽은 당겨서 빼먹는 용도였구나!!!!!!
죄다 딱딱한걸 두르니 부수기도힘들고....그래서 빼먹는거...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름기대멸종에 대해서 찾아보면 오히려 3퍼의 생물이 살아남았다는게 대견해질 정도죠
그야말로 생지옥 ㄷㄷ
가만히 있으면 멸종이에요 멸종!
이 드립 잘만 하면 진화생물학 관련 게시물에서 유행탈 듯. 입에 촥촥 감기네요.
몸이 뽑혀서 잡아먹힐 암모나이트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네
키메라목 물고기라 하니까 문득 생각났네...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어류라고 영화에서 배웠어요ㅋㅋ
왜 기승전 가챠야
본인도 가챠 드립치고 후회중...다신 이런 드립 안 쳐야지
쥬라기 월드 게임에 저런애들이 있었지... 뭐 저따구로 생겼나 싶었다 정말
찾아보니 폐름기 대멸종은
대기오염크리X지구온난화X물부족(초가뭄)X오존층광탈(자외선빠워!)X토양저질화X초산성비......ㅋㅋㅋㅋ걍죽을께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