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 한 분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혼자 여행 왔는교?"
"네, 청주에서 왔어요."
할머니는 이 푹푹 찌는 날 경주에 혼자 놀러온 처자가 신기하신듯 했다. 이렇게 더운데 뭐하러 왔노? 여쭤보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활짝 웃으시면서,
"충청도? 그럼 1번 찍었나?"하고
엄지를 척! 들고 물으셨다.
사실 더 길게 더 반가운 말씨로
말씀하셨지만 어수룩한 청주 토박이가
제대로 이해하기엔 경상도 사투리 난도가 높았다.
살짝 얼떨떨 해서 내가 "네, 1번 찍었어요." 대답하니,
"내도 경상도지만 1번 찍었다!" 하고 웃음꽃을 피우셨다.
"박근혜 그거 미친 가시나 아이가!!"
그 뒤로 할머니는 나에게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1번 전폭적으로 밀어줘야한다."
"이재용이 잡아간다고 삼성이 왜 망하나??? 이재용이 잡혀가고 오히려 삼성 주가가 올랐다 아이가.
오너는 더 전문적이고 잘하는 사람 맡겨놓으면 된다."
"박근혜가 왜 불쌍하나 평생 놀고 먹어도 돈이 넘쳐난다, 근제 폐지 줍는 돌아다니는 할머니들이 와 불쌍하다 하노."
"박정희 그거 체육관 대통령 아이가, 국민이 뽑지도 않았다."
"내 형제들 다 홍준표 뽑는다고 했는데, 7대 1이었는데 내가 다 이겼다. 홍준표는 대통령감 아니다. 홍준표는 재판 중인데 무슨 선거에 나오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그것들은 안된다."
"안철수도 이제 끝났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똑똑하다. 419혁명 때도 학생들이 대단했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사이다같이 시원한 말씀이었습니다.
전에 홀로 부산 여행 갔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전두환 같은 사람이 다시 통치해야한다 하셔서 무척 기분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할머니께 이런 말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친구랑 대화하는 거 같았어요ㅎㅎㅎㅎㅎㅎ
타야하는 버스가 와서 먼저 왔지만 계속 생각이 나네요.
분황사 보광전에서 할머니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https://cohabe.com/sisa/2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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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이 더 잘 알고 계시네요
저런분이 어르신이죠
어머 할머님ㅠㅠ 감사합니다. 어떻게 젊은 사람들 보다 더 잘알ㅠㅠ 경주도 진짜 새누리 텃밭인데 홀로 1번ㅠㅠ 이재용이 잡혀가니 삼성 주식은 오른다 끄덕끄덕!
저도 경북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계속 살고 있지만....여기서 깨어있는 분들 찾기가 싶지는 않습니다.....안타깝지만 TK지역은 버려주십시요........
할머님만도 못한인간들..
오늘 경주 비온다고 하더니 한방울도 안오네요...
할머니 말씀이 단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주는 자주 갔었는데 갈때마다 새로워요.
그 지역에서 여당지지자로 산다는거 정말 힘든일이죠
그래서 말통하는 사람들 만나면 아주 그냥 ㅋㅋㅋㅋ
아는 형도 거기 토박인데 우리동네 놀러오면 밤새 술먹으면서 울분을 토함ㅋㅋㅋ
간혹 저런분 계셔서 살만 하죠 ㅎㅎㅎ
포항출신 경주사는 77세 장모.
이명박=>박근혜=>심상정
박근혜의 광팬이었는데 애정=>실망=>증오로.
왜 심상정인가? 문재인이 빨갱이라서 심상정으로.
ㅋㅋㅋ
할매 쫌 짱!!!!
젊은 사람보다 더 똑똑하시네요.
아이 초등 담임이 자긴 문재인 대통령 싫다는둥 안뽑았다는둥 매번 이상한 정치 얘기해서 짜증났는데 할머니 말씀듣고 그나마 짜증이 조금 가셨어요.
경주에 있어요! 정말 드문 경험을 하셨네요~!
저는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 못뵈었다는ㅠㅠ
할머니 엄지척!
제대로 알고계시네요 ㅠㅜ
공감해주는 사람과 대화하시고 싶으셨던듯해요~~^^
엄지척!!!!!!! ^O^
진짜 얼마나 주변에 같은생각하는분이 없으시면 ㅠㅠ 외지인들은 나랑같으려나 하시면서 말거시나봐요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하고 싶을 정도로 완전 사이다예요!!!!!!
진짜 연세 있으신 할머니 맞으세요??? 와... 진짜 깨어있는 할머니시네....
션한 음료수 한잔 놓고 계속 이야기 하고 싶은 할머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