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바다의 괴물-3

두족류는 갑각류나 물고기를 먹고 사는 포식자지만

자기보다 큰 포식자들에게 먹히고 사는 피식자이기도 합니다.

막내와 맏이 사이에 낀 둘째가 그렇듯 중간에 껴있는 놈은 항상 불쌍합니다.

고생대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두족류는 항상 그래왔습니다.

허나 이들도 최상위 포식자였던 적이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아직 생명체의 대부분이 바다에서 생존쌈박질을 벌일 때,

이 생태계의 제왕은 카메로케라스속의 두족류였습니다.

이들은 현대앵무조개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데,

카메로케라스는 앵무조개처럼 촉수에는 빨판이 없고

눈은 수정체가 없는 바늘구멍 사진기같은 원시적 눈이었으리라 추측이 됩니다.

그러한 것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제왕으로 만들어준건 다름 아닌 이들의 덩치였습니다.

이들의 패각은 6~9m가량의 정신나간 길이를 지녔으며 길이에 맞게 지름도 1m이상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이러한 덩치에서 나오는 힘과 두족류 특유의 제트분사에서 나오는 속도로

ㅈ꼴리는대로 잡아먹을 수 있는 최상위포식자가 되었습니다.

빨판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근육 촉수로 다 줘뜯어버리면 그만인데!

이렇게 덩치가 커진 이유는 뭘까요?

포식자와 피식자간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있습니다.

바로 포식자의 생물량은 피식자의 생물량을 상회한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먹는 놈은 먹히는 놈보다 크다는 소립니다.

물론 심해같은 극한 환경은 예외입니다.

거긴 입이 크면 먹고 입이 작으면 먹히는 곳이에요!

여하튼 간에 당시 두족류는 바다전갈도 먹이로 삼았고,

오르도비스 후기 바다전갈이 메갈로그랍투스같이 거대해지면서 두족류도 덩달아 거대해지고 

카메로케라스 같은 거대한 두족류가 출현하게 됩니다.

 

이 강력한 포식자들은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 사태에 휘말리면서

수가 급감하지만 어찌어찌 실루리아기 중반까지는 살아 남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레드퀸이 앨리스에게 말했듯이 제자리에 있으려면 뛰어야 하고

앞으로 나가려면 더 빨리 뛰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멸종이에요 멸종! 

쇠퇴해가는 카메로케라스를 대신하여 광익류가 드디어 최상위 포식자가 됩니다.

실루리아기의 바다전갈은 미친듯이 커져서

아예 지구역사상 가장 거대한 해양 절지동물이 됩니다.

프테리고투스(Pterygotus)와 야이켈롭테루스(Jaekelopterus)의 크기를 메갈로그랍투스와 비교해보시면

이들이 얼마나 대형화되었는지 아실겁니다.

이젠 사람도 잡아먹겠네!

이렇게 대형화된 광익류는 협각이 발달해 집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최상위포식자가 된 대형 광익류였지만 한가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탈피죠.

절지동물은 커지면 커질수록 탈피가 힘들어집니다.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몸을 지탱할 껍질은 두껍고 단단해집니다.

헌데 이 껍질은 자라지 않으니 성장하려면 껍질을 벗어야 겠는데

껍질은 너무 크고 단단해서 벗겨지질 않는 거죠.

현 갑각류도 탈피 중 사망사례가 종종 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는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데본기에 이르자 이들 대형 광익류는 대부분 쇠퇴하고

또 다른 턱을 가진 이들이 최상위 포식자가 됩니다.

 

다음 옛바다의 괴물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턱뼈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