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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후기

황교익이 좋아할만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적당한 조미료로 맛의 풍미를 끌어올린 건강한 요리다.
영화다.
다큐가 아니다.
그러므로 조미료가 전혀 없다면 실화에 기반한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해도 밋밋할 수 있다.
근데 박열은 딱 간이 맞는다.
웃음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는 박열과 후미코의 콤비 플레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내무대신 ㅅㄲ의 저열한 언론 플레이,
그나마 정신머리 박힌 소수의 일본인들과 멍청해서 실소를 자아내는 원숭이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균형을 이루어 냈다.
어차피 실화다.
내용과 결말도 정해져 있다.
경이롭다.
과연 박열과 후미코의 대사들이 실제 발언들일까.
정제된 사상으로 침착하고 유려하게 뱉어낸 주옥같은 항변들은 작금의 우리에게도 가슴에 와닿는 바가 있다.
여태 일부에게는 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박정희와 악마같은 권력을 휘두른 국정농단 세력을 생각하면 아마 느껴지는 바가 남다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가네코 후미코 역의 최희서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내 옆좌석에서는 '여자 주인공 일본인이지?'라고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녀는 영화에서만큼은 정말로 일본인에게서 피를 물려받았을 뿐인 한국의 정신과 영혼을 지닌 여인이었다.
솔직히 이제훈이 가려질 정도 였다.
이제훈이 모자랐다, 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녀가 너무나 뛰어났다.
박열은 무겁지만 무겁진 않다.
적당하다.
한국인을 무겁게 짓누르는 역사의 편린을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절대 봐야한다거나 보면 무조건 재미있을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단순히 애국 마케팅따위에 의지할 필요 없는 동주에 이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웰메이드 필름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 갓범수 2017/06/28 23:45

    무겁지만, 무겁지 않다
    정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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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마오빠 2017/06/28 23:55

    최희서 정말.. 동주때 봐놓고 왜 못알아본건지..
    일본인 주연 캐스팅 못들었는데 하면서 보고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정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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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 2017/06/29 09:07

    리얼 덕을 톡톡히 보고있군요.
    작품 자체도 괜찮지만
    영화 하나가 다른 영화를 살리네요.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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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hernalSun 2017/06/29 09:15

    동주에서 몽규, 박열에서 문자. 제목으로 가려놓은 진주인공이 아닌가 싶음
    왜 여기저기 최희서 최희서 붕붕 띄워주나 싶었는데 보고 나니 더킹의 여검사 김소진급 존재감 그 이상
    민진웅 등 동주와 겹치는 출연진들을 보는 것도 의외의 재미중 하나
    이준익은 일본상영도 고려해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최대한 자제하고 진실에 가깝게 표현했다고 하는데
    과연 일본에서 어느정도 스코어를 기록할수 있을지 궁금
    개인적으론 동주를 뼈대로 왕의 남자식 살점을 붙인 영화를 본 기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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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둥근곰 2017/06/29 09:42

    박열....제법 기대했으나 평이 그리 좋지 않아
    기대는 내려놓은 상태에서 봤는데...
    그 기대조차 충족시켜주지 못함 읔...
    우선 연기들이 너무 딸리고
    이제훈의 표정 쥐어짜는 연기를 싫어하는데
    그나마 이제훈이 제일 나음..
    여주는..오버해서 난 아주 별로라고 평하는데
    나름 여배우의 발견이라는 평이 많아서 의외.
    그중 최악은 권율이라는 배우.
    뭔가 영상 위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랄까.
    일본인 역할을 하는 배우들은 뭔가 일본인은 이런식으로 말하겠지?하는 편견을 연기하는 느낌.
    내가 민족주의나 국뽕에 반감이 있다 쳐도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영화는 많이 몰입하는 편인데
    이건 참..가슴뜨겁게 만드는 무언가를 못뽑아냄.
    의외로 중간중간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제법 크고
    나오는길에 뒤에 있던 젊은 여성 둘이서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면 그냥 내 취향이 아닐지도?
    여튼 이준익도 언제까지 왕의 남자 감독 타이틀을 달고 갈건지... (사도는 재밌다는데 아직 못봐서)
    앞으로 이 감독 영화는 보기 꺼려질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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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둥이친구 2017/06/29 09:42

    저도 보고 왔는데
    솔직히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냥 평타정도???????
    약간의 msg를 친 드라마성 영화라고 할까???
    도대체 얼마나 거지 같길래 리얼은그렇게 욕먹고 있을까요???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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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귀신 2017/06/29 10:04

    대체적으로 공감 가는 글이에요. 전 꽤나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한 가지 다르게 느낀 점이 있다면 후미꼬에 대한 느낌.
    저는 후미꼬에게서 한국의 정신과 영혼까진 못 느끼겠어요.
    자기 나라이긴 하지만 조국의 제국주의나 권력 자체에 대한 것들을 당차게 거부하는 영혼으로 느껴졌어요.
    단지 애인이 조선인이라 조선적인 것들을 큰 거부감 없이 수용했지만, 그냥 조국이나 혼 이런 걸 다 떠나서 말 그대로 당찬 무소속 자유주의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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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정신 2017/06/29 10:10

    다들 엔딩 크레딧에 이름올라가는거 보고 웅성웅성 ㅋㅋㅋ 반정도는 일본인이겠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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