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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제수씨한테 잘해주고 싶습니당

게시판을 어디로 할까 하다가 결혼 생활 중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결게가 맞는 거 같아 결게에 글을 씁니다.


일단 저는 미국인 제수씨를 두고 있는 나이 서른의 훈남 비혼, 비연애주의자 아주버님 입니다(?)


저는 왠만한 시트콤과 인생극장에 비견될 정도로 수많은 에피소드와 일화를 가지고 있는 오남매의 장남인데요,

저희 오남매의 성향이 워낙 극과 극이고 개성적이여서

존중과 인내를 기반으로 한 최강 방목형 부모님의 양육방식 덕분에

성인이 된 후 10여년간 명절에도 단 한번도 가족이 다 모인 적 없었을 정도로 

극도의 개인주의적 삶을 살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올해 초에 셋째이자 일본인 여자친구'들'(!)을 거쳐 결국 스무살 초반의 백인 미국인 아내에게 정착한 남동생이

통화 중 제게 하소연 했습니다.

형이랑 누나 제발 화해하고 다른 가족들처럼 화목하게 지내면 안되겠냐고.


(참고로 저희 오남매는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합니다. 장남>장녀>차남>차녀>막내남동생 순의 황금 성비(?)입니당)


저도 어느덧 치기어린 십대나 이십대 초반도 아닌 나이고, 장녀이자 둘째인 여동생과의 앙금도 시간이 어느정도 해결한 터라

1차로 저희 형제가 다 모이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때 저는 제수씨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둘이 비자문제로 혼인신고만 먼저하고 식을 아직 안올려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부모님은 저희가 살고 있는 삶에 방식에

 걱정이나 염려를 하시긴 하지만 절대 터치하거나 간섭하지 않으시기에, 설령 가족의 국제결혼이라는 중대사일지라도 저희 가족이 모두 모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저희 가족의 기본은 선조치 후통보이거들랑요...-ㅅ-.....

 이렇게 되기까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저희 가족 이야기를 다 쓰면 대하소설이 되어버리는 지라...패스 하겠습니당)


1차 형제모임에서 처음 만난 제수씨는 정~~말 기초적인 한국어만 할 줄 아는 말그대로 파란눈의 외국인 그 자체였고, 

체육계열이라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낸지가 30년의 세월 중 30년인 저는 당연히 제수씨와 거의 아무런 대화도 나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가 아니더라도 평생 영어를 배웠지만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면 얼어붙는 다른 형제들도 사정을 별반 다르지 않아

제수씨는 거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고, 저희도 제수씨가 소외되는 것을 느끼다보니 

최대한 영어를 쓰면서 대화하니 피로감이 격렬하더라구요...쿨럭..


그래서 나름 제가 대책으로 생각한게 이번 달 초에 부모님의 자택에서 열렸던 2차 형제모임에선 대화보단 

직관적인 소통에 중시한 방법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선 자취요리의 달인(?)인 저와 둘째 여동생과 어머니가 요리를 만들고, 넷째 여동생과 제수씨가 이걸 도와주는 방식으로 저녁을 차려

같이 먹었으며, 셋째에게 미리 사오라고 주문한 미니 탁구대를 이용해 사다리타기로 아빠팀, 엄마팀으로 나눈 후 판돈 5천원씩 걸고 

온 식구가 탁구 대회를 했습니다-ㅁ-...

(엄마팀인 저는 5천원 빼앗겼.....아버지가 직장에서 맨날 점심 드시고 탁구 치신다는 걸 몰랐다는 게 제 천추의 한입니다...크흡...!

 항상 묵묵하시고 근엄하신 아버지가 스매싱으로 저를 농락 할 때마다 아이같이 즐거워 하시는 모습도 처음 봤...)


아무래도 이렇게 밝고 건전하게(?) 장성한 후 온 가족이 다 모여 화기애애하게 모임을 가지니 

부모님은 얼마나 감격하셨는 지 카톡에 문자에 난리도 아니였지만, 이런 방식에도 제수씨는 약간 소외되는 것 같아 맘이 쓰였습니다.

여튼 2차 모임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터라 3차 형제모임이자 형제가 단합하는 첫 명절인 올 추석에는

미니 볼링과 장난감 낚시 게임으로 또다시 초건전 가족 대항전을 벌이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제수씨가 소외되는 모습을 보일까봐 걱정됩니다.


오늘 제육볶음을 만들다 문득 구글 번역기가 생각나 구글 번역기로 제수씨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에서 먹던 음식을 해주면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물으니 제 시그니처 메뉴인 파스타도 괜찮다고 하다가

멕시칸 요리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당당하게 퀘사디아 만들어 준다고 선언했습니당....-ㅅ-이제부터 연습하면 되니까요 뭐...

이 요리 이야기 중에 제가 걱정하는 언어적인 소통 부분에서 올 추석은 시간적으로 무리이니 내년 설에 저는 영어로만 이야기 하기로 하고, 

제수씨는 한국어로만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외롭진 않냐, 가족 모임에서 어색하지 않냐는 물음에 

제수씨 본인 말로는 우리 가족이 자기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고, 거기에

그레이트 허즈번드가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암만 그렇다 한들 타국에서 외국인들이 외국어로 쏼롸쏼라 거리며 지들끼리 노는데 

그 안에서 혼자 낑겨 있어있음 멘붕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남편이 옆에 붙어있지만 제수씨라는 뉴비 가족이 있다보니 만렙 가족원인 저는 마음이 도통 편하지가 않네요.

어떻게하면 제수씨에게 행복한 가족 모임이 될 수 있게 될 지 많은 고렙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또, 아주버님이 이렇게 하면 좋았다 같은 조언도 알려주심 정말 참고 많이 될꺼 같습니다.


조언 주시는데 약간 더 도움이 될까 싶어 정보를 더 드리자면

제수씨는 현재 유치원에서 원어민 영어강사 일을 하고 있으며, 남동생은 집에서 번역일을 하며 살림하고 있습니당...

둘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식은 거의 시켜먹든가 사먹던가 한다더군요...둘 다 요리를 못해성...-ㅅ-

반찬같은거를 해줘봐야 미국인인 제수씨가 먹는 게 아니라 남동생 뱃속으로 들어갈테니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선물 같은 거 해주면 좋을려나요??
댓글
  • 까칠합니다 2017/06/28 09:29

    이렇게 신경써주시는 아주버님이
    있다는거 자체만으로 행복하실듯요
    선물이나 이런거보다 그냥 지금정도만 하셔도
    좋아요 천천히 녹아드는게 가족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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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yler_Durden 2017/06/28 09:35

    저도 윗분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만 계절도 계절이고 하니 수제 피클 같은 거 만들어서 작은 병에 여러 개 갖다주시면 음식 시켜 먹을 때 곁들여 먹기도 하고 먹을 때마다 생각 나고 좋을 것 같아요. 만들기도 간편하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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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_소나기 2017/06/28 09:38

    흠.. 일단 말씀드리면 제가 그 재수씨랑 동일한 상황입니다.
    아 물런 한국에서는 와이프가 해당 상황이구용.(그래봐야 일년에 2~3번가지만)
    우선 말씀드리면, 심심하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이해 합니다.
    그 부분은 사실 남편이 챙겨야 할 부분이고, 작성자도 많이 챙기니, 이미 충분해보이네용.
    그리고, 모임중 남편이 설명을 잘 해주면 더더욱  문제 될께 없어보여용.
    또 화목하고 배려해주는게 보이면 그만한게 없어용. ㅎㅎ
    물런 한분이라도 영어가 되서 간단한 대화가 된다면 더더욱 좋긴 하지만, ㅎㅎㅎ
    그리고 훔. 선물보다는 간단한 요리를 가르쳐드리고, 같이 해 먹으시는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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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콤 2017/06/28 09:38

    마음이 다 전해질거에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삼십퍼센트도 안됩니다. 표정, 행동,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인 것으로 다 소통할 수 있습니다.
    웃으면서 친절하게 표정이랑 행동 크게 나오는 대로 얘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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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살나무 2017/06/28 09:39

    일단 요즘 여름이고 간단하게 수박 화채한번 해주시는건 어때요? ㅎㅎ 펀치랑은 또 다른 매력의 한국 음식을 보여주는 계기도 될거같고 ㅎㅎ 특별히 요리 스킬이 필요하지도 않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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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5067 2017/06/28 09:57

    저는 남편이 외국인인이고 제가 며느리입장으로 외국에 살고있는데요... 다행히 저는 언어에는 별문제 없는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시댁 식구들 함께하는 자리가 어색한건 사실이죠. 그래도 잘해주시려고 하는 마음은 마음으로 느낄수있어요.
    제 경우에 만두나 김밥을 같이 만들었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더라구요. 그리고 술자리 게임중에 369나 007빵 무음버전 했더니 난리났었습니다. 게임 하고나면 엄청 친근한 분위기되구요.
    그래도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건 자주봐야합니다
    식구들 모임으로 다같이 만나는거 말고도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서(집으로는 부담되니 가지마시고)
    치맥이나 삼겹살에 소주한잔, 막걸리에 파전등 아니면 영화한편.. 그냥 편하게 자주 보세요. 그럼 어색한것도 없어지고 금방 친해집니다. 뭔가 가족의 대모임으로만 하려고하면 금방 지치고 보는게 부담됩니다. 만나서 그냥 떡볶이먹을수 있는 관계가되야 편하고 자주볼수 있죠. 그리고 그게 우리가 보통 친구들과 시간보내는 방식이구요~ 어쨌거나 좋은 아주버님 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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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mDKs 2017/06/28 09:58

    예전에 캐다나 여친 사귈때 설날에 데려온적있는데, 명절 문화 및 이유(제사, 성묘, 세배...)를 풀어서 얘기해주니 좋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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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꽃 2017/06/28 10:04

    개인적으로 아주버님은 구냥 아무것도 안해주시는게 제일 좋았어요 평생을 관심 없이 개인 플레이 하던 식구들이 왜 저 들어오고서 여름 휴가를 같이 가고 뭘 자꾸 하려고 하시는건지...저는 오히려 무관심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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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이너무추워 2017/06/28 10:11

    잘해주고 편하게 해주시려는건 아니지만 ㅠㅠ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시면 동생분이 좀 껄끄러워 하지 않으실까요? 순수한 의도라도
    마지막 줄에 반찬을 해도 동생이 먹을 거 같아 싫다,
    선물을 줘야겠다...이런건 너무 부담스럽고
    동생분도 기분이 그닥 좋을거 같진 않아요 ㅠ
    제가 동생분 입장이면 그럴거 같아서 이렇게 적는데
    또 생각해보면 제가 오바하는거 같기도 하고 ㅠㅠ
    제일 좋은건 적당한 선에서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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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시 2017/06/28 10:27

    와. . .  이미 충분히 신경써 주시고 있는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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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피아햇 2017/06/28 10:58

    마음은 정말 감사하니, 속도 조절만 잘 하시면 될 것 같네요
    제 생각도 과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조금씩 친해지시면서 조금씩 더 잘해주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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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복쟁이 2017/06/28 11:30

    아무리 잘해주고 편하게 해줘도 결국 시댁이죠. 물론 미국인이니 우리 만큼 어렵게 생각하진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맘편하게 있지는 못할것 같은데,
    쓸데없는 가족 모임같은건 최소로 줄여주는 것이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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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eoriginal 2017/06/28 11:35

    아마 동생 분 통해서 안부 전해주라는 정도만 해도 제수씨가 고마워할 거예요 :D 너무 잘 해줄 필요는 없어요. 저는 제가 외국인 입장이라 작성자 님 글을 흐뭇하게 읽었어요.
    울신랑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저희 아빠랑 둘이 열심히 구글번역기로 소통하더라고요 ㅋㅋㅋ 그리고 걍 한국말로 손짓발짓해도 알아 들어오. 하지만 너무 신경써주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결국 사돈지간(?)이라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소외되어 보이면 직접말고 동생분에게 아내 좀 챙겨주라고 해주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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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만사는넘 2017/06/28 11:41

    뭐 알려 드릴수 있는건 많지만, 스스로 알아 가시는게 좋을거 같아서 생략하겠습니다만...
    한가지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국은 해봐라, 먹어봐라 등등의 권유가 정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한번(또는 두번) 거절하면 안하겠다는 거니까..
    거기서 더 권유하면 강요(?) 처럼 되어 버릴수도 있습니다.
    첨엔 괜찮지만 , 이런 일들이 많아지면 결국 부담이 되어 버릴수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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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ster.mimi 2017/06/28 12:05

    일단 모든 가족들이 실시간 번역기를 깔고 가까운 곳으로 놀러라도 다녀오세요.
    뭘 안해줘도 따뜻한 말 한마디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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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e2012 2017/06/28 12:07

    독일인 동서를 두고 있습니다
    연중행사로 만나는데요 글 읽어보니 더이상 잘해주실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으세요? ㅎㅎㅎㅎㅎ 가족들 너무 행복하게 즐기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는 만나면 독일동서-영어, 처형-독일어, 제 아내-영어, 저-콩글리쉬...딱히 뭐하는 프로그램은 없는데 그냥 친구들 수다떨듯 신나게 얘기합니다 ^^
    어디 쇼핑간다면 같이 가주고 서로 좋아하는 주제-거의 축구 얘기, 이번에 슈틸리케 경질되서 엄청 오래 얘기했네요-를 주로 대화로 하고...
    되려 전 글을 읽다가 보니 담에 만나면 게임같은거 뭐 해보겠냐고 물어봐야겠다 싶네요
    멋진 아주버님이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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