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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맘충 됐네요

금요일부터 3일간 두 아이 독박했어요
집은 난장판이고 날이 좋지 않아서인지 아침부터 두 아이 다 찡찡찡에다
월요일이라 챙길게 많아 첫째 어린이집 등원이 늦어졌어요
데려다주고 나오니 기운이 쪽 빠지고 허기지네요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있는 김밥집에 김밥하나 포장해달라 전화해두고 차에서 잠투정하는 9개월 둘째 달래느라 한바퀴 돌아줬습니다
김밥집 앞에 차 대고 얼른 받아 올 생각에 시동도 켜두고 달려갔더니 이제 김밥 싸기 시작했네요
카운터에 돈 미리 올려두고 기다립니다
저 바로 뒤 따라온 아저씨가 두줄 시키자 제꺼랑 같이 맙니다
유리 창 너머로 차 힐끔거리며 맘 졸이고 기다리는데
느릿~~느~~~~릿 차아아분히 김밥을 세 줄 말고
세 줄 같이 쥐고 써느라 한번 썰고 고쳐잡고 한번 썰고 고쳐잡고
속 터져 나가는데 참습니다
제꺼 쌀 호일은 먼저 준비 돼 있었고 다른 사람꺼 호일 두개 뜯는데 또 느그적~~ 느그적~~
잘 참다가 말했습니다
저: 저기...애가 혼자 차에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냥 빨리 싸 주실래요??
식당: 순서가 있지요
저: 아까 미리 전화 한사람이예요
식당: 딴 사람도 기다리고 있구만
봉투 뜯길래 그냥 주시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애기를 어쩌고 저쩌고...
정확히는 '애기'까지는 작은 소리로 들렸고 그 뒤로는 입술만 움찔움찔하는 혼잣말이었는데 그 표정이며 뉘앙스는 분명히 전달 되더군요
젓가락이고 봉투고 뭐고 필요없이 그냥 호일에 싼 김밥 얼른 받아들고 나오는데 식당 안 사람들 흘끔거리고 뒤통수가 따가웠어요
급하니까 겨우 김밥 한 줄이어도 미리 전화하고 갔겠지요
청소며 뭐며 할일이 많아 애기 밥은 챙겨도 내 끼니 챙길 여유는 없어 김밥으로 아점 떼우고 힘 내보려했더니 그나마 남은 기운 마저 쪼로록입니다
애기 말을 안했다면 그냥 재촉하는 손님이었겠지만
재촉하는 이유로 애기를 말해서 더 눈총 받은듯 해요
그 사람 입장에선 자영업자들이 싫어하는 맘충이었겠지요
맘이 급해서 차분히 못기다리긴 했지만 딱히 잘못된 요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론 어디서든 요구사항이 있을때 절대 절대 절대 애기이야기는 안할겁니다
그냥 "아까 전화해둔 사람인데 급해서요 그냥 한줄 얼른 호일에 만 싸주세요"라고 했다면 뒷말도 눈총도 없었을테니까요
정말 이젠 밖에서 애기를 이유로 대는 일은 결코 없을겁니다
싸온 김밥 포장도 뜯기 싫어요ㅠㅠ

댓글
  • 비탄 2017/06/26 11:01

    자기검열이 너무 심해져요
    처녀적 직장다닐때는 음식주문해서 싸가면서 엄마줄거라고하면 효녀소리들었는데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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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건 2017/06/26 17:07

    애기 배고파서 식당에 갔는데.
    우리보다 늦게 오신 손님들도 다 음식이 나왔는데
    저희만 안나오더라고요.
    맞춰서 한번에 내보낸다고 늦게 나왔다고 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참았는데
    저희 아기 계란 알러지 있어서.
    계란과 매운 다대기는 절대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계란에 다대기까지 다 넣어서 나와서.
    죄송한데 음식 못먹겠다고 말씀드리고 다른곳 가겠다고 하니까
    자신들이 한행동이 있는지 아무 말씀못하시더군요.
    다른테이블에서도 저희 행동 보시고는 다들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애들있다고 우선적으로 해달라고 한것은 없습니다.
    근데도 애들데리고가면 왜 눈치를 봐야 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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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anehdks 2017/06/26 19:38

    그게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아서요.
    그 사람이 내 사정을 전혀 모르니.
    너무 힘들어서 맘이 많이 상하신 듯.
    좀 짜증나지만 빨리 못 받을 것 같으면 애기부터 챙기는 수밖에 없죠.
    아무리 재촉해도 미리 만들어 두지 않았으니 그만큼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도 사람이 눈치를 봐서 애기때문에 맘 급한 사람부터 서둘러 줘야죠.
    자기  잘못이니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야 하고요.
    애기 키운 경험 있는 여자분이라면 그래도 애기 엄마 급한 맘을 먼저 헤아릴만도 할텐데.
    아마 경험 미숙하거나 기본적인 예의를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으니 너무 맘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경우 맘충이라고 욕하는 사람 없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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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도도도4 2017/06/26 21:54

    근데 김밥 마시는 분은 상황을 모르니. . 참다가 말씀 드렸다면 되려 상대방은 뭐여?!  할 상황 인 것 같은데. .
    저도 혼자 아이 키우면서 느낀 건
    아이 혼자 놔두고 맘 졸이느니 같이 갑니다 어디든.
    고생 많으실텐데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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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좀해제발 2017/06/26 22:13

    한참 김치녀니 된장녀니 무개념녀니 나오던 시절에 난 아무것도 안햇는데 '넌 개념녀구나?' 라는 칭찬을 듣고 어리둥절해 하던 시절에 왜 그런말들을 하는지 뒤늦게 알고 자기검열하게되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김치녀/맘충같은 단어 쓰지 말자는데도
    맘충 안쓰면 오히려 더 쌍욕나올텐데? 맘충쓰니까 욕 덜하는건데? 맘충 안쓰자하면 욕 안할줄알아? 어차피 일부말하는건데? 자기 아니면 신경쓸 필요 없는데? 하는 사람들은 진짜 심한말인거 알지만 멍청해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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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게유명인 2017/06/26 22:17

    그냥 사람들이 작은것도 못견뎌요. .
    해외여행 다녀와서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다들 예민해지고.. 혐오가 가득하고 변했는지 알겠더라구요 마음이 아프기만해요 미움이 사회에 가득해요.
    원래 이정돈 아ㅕ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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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다미아 2017/06/26 22:18

    제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냥 안 먹는다고 나가버렸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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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쮸쮸좌쮸쮸 2017/06/26 22:37

    남한테 폐끼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노력하면서 살고있는데
    아이가 있으니까 외출할때마다
    눈치보이고 너무 숨막히고 스트레스받아요..
    인터넷엔 맘충이니 무개념맘이니
    심한 분들 많다는 건 알지만 ㅜㅜ
    비행기 안에서 아이 울던거 달래지지 않았을때할
    식당에서 밥숟가락도 못들었는데 애 울던거
    달래다가 결국은 못먹고 나간거..
    그런 생각하면 외출하기도 싫어지고...
    그래도 외출을 안할 수는 없고 ㅜㅜ
    항상 목구멍이 뭔가 콱 막혀있는 기분이에요.
    ㅠㅠ 오늘 하루도 고생이 많으셨죠..?
    김밥 한 줄 사는것도 눈치보여서 서러우셨겠어요..ㅠㅠ
    그래도 식사 거르지 마시구요. 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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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고냥이 2017/06/26 22:57

    ...요새 들어 좀 더 증가한 무개념 엄마들..보통의 경우엔 안그러는 분들이 당연히 더 많고, 배려도 한답니다. 저도 단골 손님 애기 봐준적 많구요.
    위축되지 않으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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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수총각 2017/06/27 00:51

    그 사람이 잘못한겁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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